호러 재판 시리즈 4. 블러디카노
CASE4.
카페 전성시대다. 어릴 때만 해도 카페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어느덧 골목 사이사이에서 심심찮게 카페를 보인다. 카페에 들어서면 다들 각자 취향에 맞게 음료를 고르고 그 안에서 서로의 근황을 나눈다. 독서실의 적막이 어색한 사람들은 공부도 한다. 이제 ‘만남 = 카페’라는 공식은 공공연하게 굳어진 지 오래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카페들이 생겨났고 각자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의 취향을 고민한다.
여기 어떤 이도 카페를 개인 카페 창업으로 대박을 꿈꾼다. 다만 한 가지 기묘한 것은 카페 주인이 뱀파이어다. 그는 뱀파이어들이 카페에서 기호에 맞게 피를 마실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다만 가격은 좀 나가겠지. 매일 낮을 새 가면서 특수 작업복을 입고 새 피를 공수해온 후 밤에 장사를 하면 된다. 각 대륙별 국가별로 카테고
리를 만들어서 블렌딩한 혈액! 그야말로 대박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지인 보증을 잘못 서서 압류된 저택을 다시 찾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 주 한국 출장을 다녀오기만 하면 이제 드디어 개업식도 할 예정이다. 한국인의 피는 마늘 맛이 나서 별미다. 뱀파이어만 느낄 수 있는 산미가 그득하다.
그러나 그의 핏빛 판타지는 한낮의 꿈이었다. 정부에서 온 공무원들이 개업을 허가하지 않았다. 왜냐고 묻자 진짜 그걸 몰라서 묻냐고 되묻는다. 그는 이곳이 뱀파이어라면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합법적인 사업장임을 강조한다. 공무원은 반문한다. 인간과 연대가 맺어진 지금은 정부에서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혈액만 받기로 하지 않았냐고. 어차피 피는 계속 생기는데…. 조금 나눠주면 어디 덧나는가! 나는 무슨 목덜미만 빨고 있으라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