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마담 Mar 28. 2022

뱀파이어가 카페를 차린다면 식품안전법에 위배될까?

호러 재판 시리즈 4. 블러디카노

CASE4. 

 카페 전성시대다. 어릴 때만 해도 카페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어느덧 골목 사이사이에서 심심찮게 카페를 보인다. 카페에 들어서면 다들 각자 취향에 맞게 음료를 고르고 그 안에서 서로의 근황을 나눈다. 독서실의 적막이 어색한 사람들은 공부도 한다. 이제 ‘만남 = 카페’라는 공식은 공공연하게 굳어진 지 오래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카페들이 생겨났고 각자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의 취향을 고민한다. 

 여기 어떤 이도 카페를 개인 카페 창업으로 대박을 꿈꾼다. 다만 한 가지 기묘한 것은 카페 주인이 뱀파이어다. 그는 뱀파이어들이 카페에서 기호에 맞게 피를 마실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다만 가격은 좀 나가겠지. 매일 낮을 새 가면서 특수 작업복을 입고 새 피를 공수해온 후 밤에 장사를 하면 된다. 각 대륙별 국가별로 카테고

리를 만들어서 블렌딩한 혈액! 그야말로 대박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지인 보증을 잘못 서서 압류된 저택을 다시 찾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 주 한국 출장을 다녀오기만 하면 이제 드디어 개업식도 할 예정이다. 한국인의 피는 마늘 맛이 나서 별미다. 뱀파이어만 느낄 수 있는 산미가 그득하다.

 그러나 그의 핏빛 판타지는 한낮의 꿈이었다. 정부에서 온 공무원들이 개업을 허가하지 않았다. 왜냐고 묻자 진짜 그걸 몰라서 묻냐고 되묻는다. 그는 이곳이 뱀파이어라면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합법적인 사업장임을 강조한다. 공무원은 반문한다. 인간과 연대가 맺어진 지금은 정부에서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혈액만 받기로 하지 않았냐고. 어차피 피는 계속 생기는데…. 조금 나눠주면 어디 덧나는가! 나는 무슨 목덜미만 빨고 있으라는 말인가. 

아, 상생은 이렇게 힘들다.



매거진의 이전글 귀신에게 반말을 써야 할까 존댓말을 써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