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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마담 Mar 29. 2022

왜 몸치는 음악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없을까

<라라랜드> 비틀기

이 생각은 사실 음악 영화보다는 로맨스 영화에 대한 반기일 수 있다. 

인간은 본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반항도 해보는 존재 아닌가.

굳이 실행에 옮기지 않아도 될 호기심을 품어봤었다.


'왜 몸치는 음악영화 주인공이 될 수 없을까?'


[라라랜드] 

이름만 들어도 뭔가 아름다운 장면 장면이 떠오른다. 

한 번쯤 가보고 싶게 만드는 LA의 풍경도 그렇지만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출중한 외모도 한몫하리라. 

거기다 이들은 춤도 잘 춘다...! 


'그렇다면 우리도 직접 춰보면 어때!'


이 생각을 떠올린 과거의 나에게 총을 쏘고 싶다.

우리 둘 다 춤을 정말 사랑하지만.... 심각한 몸치다. 

특히 정말은 역대급 몸치다. 

그의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춤으로 공연하면 난 돈 주고라도 보러 간다.'

'왜? 나 춤 못 추잖아.'

'그래서 ㅇㅇ. 웃으려고.'

 

기획자 정말과 디자이너 미정은 서로를 말리지 않는다.

우리가 미광슈퍼를 하는 이유일지도. 

절대 우리 둘로는 이 프로젝트를 1달 안에 완성하지 못할 듯하여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

도움을 준 이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춤을 좋아하고 잘 추는 '제인'

취미로 커버 영상을 찍을 만큼 실력자다.

그때까지는 나름 잘 될 줄 알았다.



호기롭게 시작하였으나 고난은 빠르게 다가왔다.

첫 연습부터 안무를 전부 따온 선생님과는 달리 우리는 전 동작과 다음 동작을 이을 줄을 몰랐다.

그리고 다음 동작이 시작되면 전 동작들을 와르르 까먹었다.

선생님의 억장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다.


동작이 입력되어도 문제다.

분명 제인이 하면 멋져 보이는 동작들이 우리가 하면 코미디였다.

역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봐도 희극이다.

연신 할 수 있다고 했지만 못했다. 처절하게.

긍정 회로를 돌리며 이 프로젝트가 무사히 끝나길 바랐다.


제인 선생님에게 돈을 드린 것도 아니고 거의 1달간 부려먹었다.

1주에 한번 연습실을 대관해서 같이 연습을 했다.

뭔가 동작은 외워도..... 출력이 이상했다....

뭐 열정만 있어도 되는 걸까.


연습을 하면서 정하게 된 장소는 낙산공원. 

그나마 가장 LA스러운 야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일정은 11월 어느 날이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찍으려고 했다.


아, 그리고 정말이 엠마 스톤을 맡곸ㅋㅋㅋㅋㅋㅋㅋㅋ 미정이 라이언 고슬링을 맡기로 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기왕 코미디를 가려는 거 끝까지 가고 싶었을까. 


낙산공원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근데 촬영 날에 문제가 터졌다. 

의상을 입고 분장까지 다했는데 선생님 겸 촬영감독인 제인이 핸드폰을 택시에 두고 내린 것이다.


우리는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 분장을 하고 엄동설한에 구경거리가 되었다 ㅎㅎ

결국 노을이 다 지는 바람에 촬영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내려왔다.


미정이가 남긴 리허설 후기

결국 1주일 뒤 다시 그 복장과 분장을 하고 다시 낙산공원에 올랐다.

저번 주에 쪽팔림은 경험해봤으니 좀 더 자신 있게 동작을 해보려고 했다.

사실 그냥 빨리 끝내고 싶었다.


왜 음악영화 주인공이 몸치이면 안되는지는 영상을 보시고...

왜 선남선녀여야 하는지는 이 사진을 보면 된다.

어쨌거나 인생에서 엠마 스톤도 돼보고 아주 뜻깊었다. 


아직도 이거 찍었던 거 생각하면 웃음꽃이 피니 

기억은 추억으로 미화되나 보다. 

난 앞으로도 조용히 로맨스 영화를 볼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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