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혼자 있을 때 찾아온다.
나는 사직서처럼 가슴팍에 품고 있는 마음이 있다. 가족과 남편과 친구와 멀어져 이별하는 마음이다. 늦게 귀가한 나를 보자마자 남편이 말한다. “나 또 자기 바람나는 꿈 꿨어. 이번에는 터키 사람이던데?” 내가 품은 이별 사직서를 들킨 것 같아 뜨끔했지만 사실 나는 남편과도 친구와도 가족과도 착 붙어있고 싶다. 인간관계는 양날의 검 같아서 사이가 긴밀해질수록 혼자 사는 법을 배워둬야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나는 5남매이만 북적한 집에서 외롭게 자랐다. 나의 첫 브래지어를 사러 가는 날 쭈뼛쭈뼛 가게 앞을 서성이다가 생각했다. ‘나도 엄마가 이런 걸 챙겨줬다면 좋았을 텐데’ 나이가 들어 혼주 한복을 반납하러 가는 길에도 생각했다. ‘나 대신 챙겨주는 가족이 있었다면 신혼여행에서 한복 반납을 걱정하지 않았을 텐데’ 나는 이런 결핍들이 불쑥 내 마음속을 헤집어 놓을 때마다 마음을 다 잡는다. 나는 혼자서도 잘한다. 나는 혼자 한다.
신혼여행에서 오전 시간이 끝나가도록 잠에 빠져있는 남편을 보면서 화가 났다. 신혼여행이라면 좀 다르길 바라면서 피어난 기대와 남편의 시계가 다른 것이 시발점이었다. 나는 마음속에서 불타는 화를 삭이기 위해 혼자 나왔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나 홀로 신혼여행을 했다. 오전 시간을 미니 여행으로 보내고 나니 화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남편도 화에 들들 볶이지 않고 나도 화에 타오르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이후로 혼자만의 시간에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영아와 놀다 보면 나는 항상 눈물을 흘린다. 나는 그 현상에 대해서 한마디로 정의 내린다. 바로 ‘과도한 도파민의 증상’이다. 나는 남편보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 도파민이 과잉 분비된다. 눈물은 즐거움이라는 쾌락 뒤에 따라오는 반작용 같은 것이다. 나는 친구와의 시간이 즐겁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괜히 빚지는 기분이 들고, 나의 거친 말 한마디에 미안해지고, 가끔 질투도 나고, 괜한 부담을 주나 눈치를 살핀다. 이별하고 슬픈 와중에도 친구의 시간을 뺏기 싫어 7시간 동안 혼자 책을 읽게 된다. 비싼 야구표가 부담스러울까 봐 혼자 사직구장에 가야 한다. 나와 취향이 맞지 않으니 하루 동안 영화관 투어를 하며 혼자 3편의 영화를 본다. 나를 갉아먹는 생각을 멈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간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행복을 찾는다. 그 시간에는 나의 취향과 나와의 대화와 온전한 자유가 있다. 나는 혼자만의 잔잔한 즐거움을 알기에 혼자 하는 것에 막힘이 없다. 혼자 놀기에는 레벨이 있다고 한다. 나는 혼밥, 혼영(화), 혼쇼(핑), 혼여(행), 혼야(구), 혼술 다 가능하다. 나는 선하기 위해 혼자 논다. 혼자 놀다 보면 마음의 괴로운 것들은 잊히고 나만 남게 된다. 행복은 혼자 있을 때 오고 혼자서도 행복할 때 관계도 자유로워진다. 나는 온 세상에 방해받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