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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즈 Dec 27. 2021

집중 못하는 아이에게 집중 못한다고 잔소리하면

과연 자녀의 집중력이 높아질까요?

  자녀 공부에 불만이 가득한 부모님들은 상담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자녀가 옆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자녀의 문제점을 늘어놓습니다. '도통 공부에 집중을 하지 않아요', '학원 숙제를 알아서 하는 적이 없어요', '예전엔 잔소리하면 공부하는 척은 했는데, 이젠 아예 제 말을 안 듣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봐요', '금방 끝낼 수 있는 양인데 하루 종일 잡고 앉아있으니 정말 속이 터져요'... 저도 아이가 있는데(21년 현재 중2) 왜 그 마음 모르겠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부모님은 속상한 마음을 그냥 표현하시는 거지만 그 이야기를 제 앞에서 듣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참 복잡해집니다. 부모님께서 제 앞이라 그나마 순화하고 조심하며 말씀하시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낯선 사람 앞에서 자기 허물이 낱낱이 고해지는 순간 아무리 부모가 조심한다 해도 아이들의 마음은 쓰라리지요. 자존심도 무척 상할 테고요. 그 순간 이 아이가 가정에서 어떤 느낌으로 자라왔는지 알아차리게 됩니다.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한심한 나'. '학원 시간조차 기억 못 하는 삶에 무능력한 나'. '늘 부모를 답답하게 하고 짜증 나게 만드는 부족한 나'. 이 아이는 하루에 자신의 이런 모습을 몇 번이나 만날까... 이런 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아이들은 마음이 아픈 상태가 기본값이 되고, 머리가 멍한 상태가 일상이 됩니다. 자신의 목소리와 몸에 힘이 없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하지요.


  이런 부모와 자녀를 만나면 자녀에게 질문을 합니다. '부모님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 것 같니?' 아이들이 피식 웃고 답을 하지 않으면 다시 물어봅니다. '부모님이 너에게 얼마나 공을 들이는 것 같아?' 이 질문은 부모와 자녀 모두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서로를 원망하던 시선을 거두고 자기 내면을 만나게 해 주지요. 그 순간 부모는 자신의 사랑이 잘못된 방식으로 전달되었음을 깨닫고, 자녀는 부모의 애정을 외면해온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자녀를 못마땅해하는 부모와, 부모에게 사랑받기를 체념한 자녀 사이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동기 공부의 목적은 이 사회를 살아갈 중요한 덕목들을 갈고닦는 데 있습니다. 하기 싫은 공부를 짜증 내며 꾸역 구역 해낼 때, 완성한 결과물을 바라보며 '잘할 수 있는데 왜 짜증 냈어'가 아니라 '하기 싫은데도 꾹 참고 잘 해냈구나. 넌 의지가 참 강해'라고 말할 수 있다면.... 1시간이면 끝낼 일을 서너 시간 붙들고 앉아있는 자녀를 보며 '세월아 네월아 언제까지 그렇고 있을 거야'라고 소리치기보단 '너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구나... 그러니 이렇게 버티지...'라고 격려해줄 수 있다면 아이들의 행동가짐이 당연히 달라지지 않을까요?


  자신을 알아주는 부모와, 자신을 스스로 믿는 자녀가 해내 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집중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공부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어려워지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문득 흐트러지는 생각을 잡아두기 위해 집중의 힘도 더 커져야 하죠. 여러분은 어떤 일에 집중력이 높아지나요?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일의 마무리를 해야 할 때, 나에게 중요한 일이어서 실수하고 싶지 않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마감이 없는 일,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 아무리 해도 끝나지 않는 일엔 집중력을 부여하기 어렵지요. 아이들에게 공부는, 특히 선행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초등 고학년 시기에 중등 수학을 완성하는 것은 부모에겐 중요한 일이고 시급한 일일 수 있지만(전 일반 학생들에게 과속 학습은 반대합니다) 자녀에겐 아직 만나지 않은 미래와 관련된 일(그러므로 급할 것이 없음)이며 그 의미를 느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자녀가 집중하기 어려워한다면 먼저 학습 내용과 속도를 살펴보세요. 2개년 이상의 선행을 하고 있다면 이것은 자녀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빠르면서도 오래 달리는 마라토너도 처음부터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훈련의 시간과 그 시간의 경험을 통해 얻은 자신감 멈추지 않고 목적지까지 달릴 수 있는 힘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는 것입니다. 자녀에게 가능한 속도를 명확히 알고 계셔야 합니다. 그리고 자녀에게 어떤 준비가 되었을 때 학습의 분량과 속도를 올릴지 계획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둘째, 마감 시기와 목표가 얼마나 분명한지 다시 확인하세요. 지금 공부하는 책의 완성일을 언제로 잡고 있는지, 혹은 하루에 공부할 분량과 완성도가 구체적으로 세워져 있는지 체크해보세요. 예를 들어, 비문학 독해를 매일 2 지문씩 하자는 목표는 분량은 구체적이지만 완성도가 눈에 그려지지 않습니다. '비문학 독해 지문 2개를 소리 내어 1회 읽고 문제를 푼 후 틀린 문제의 경우 오답을 고른 이유에 대해 3 문장 이상 정리한다'라든지, '비문학 독해 지문 2개를 읽으며 주요 문장에 밑줄을 긋고 모르는 단어 2개를 골라 사전을 찾아 뜻을 적는다'라는 등의 과정 목표를 세워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목표는 1등 혹은 완벽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의 과정에서 나 자신의 발전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힘과 동기를 얻기 위함입니다. 목표를 이룬 것에 대해 스스로 자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마지막으로 공부란 원래 집중하기 어려워야 정상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이 사실을 모두 받아들여야 합니다. 초등 저학년을 넘어서면 쉬운 공부, 즐거운 공부와 멀어져야 합니다. 이해하고, 기억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전략을 세워보고, 실패한 과정을 들여다보며 다시 한번 도전하는 이 모든 순간은 편안함이나 행복함과 거리가 멉니다. 동생은 신나서 공부하는데 큰 아이는 공부를 질색한다며 속상해하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자녀를 서로 비교하지 마세요. 단순한 내용을 반복하고 숙달하는 공부에서 벗어나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반복하고 추론을 통해 답을 찾아나가는 공부를 시작한 초등 고학년은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한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동생보다 공부가 재미없을 수 있습니다. 삶에 호락호락한 게 어딨습니까? 이제 아이들도 그 진실을 알아야지요. ^^


  '문제'는 잘못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하지만 '미숙함'은 훈련의 시간을 통해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자녀의 집중력이 문제라면 원인과 진단을 받으세요. 훈련 부족으로 인한 미숙함이라면 하루하루의 도전과 노력이 해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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