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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즈 Dec 30. 2021

미취학 아동의 학습에 대한

우려와 다짐을 정리해봅니다.

  4살에 이미 한글을 떼었다, 5살에 덧셈 뺄셈을 능숙하게 한다는 등의 주변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불안한 마음에 학습지를 시작했다면 기억하세요. 이 시기의 학습은 놀이와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부모님의 기대처럼 빠르게 자녀가 한글이나 수를 다루는데 능숙해지지 못할 수 있어요. 이때 많은 부모님들이 '내 아이는 똑똑한 편은 아닌가 봐'라고 판단을 하시는데요. 어찌 되었든 대부분의 아이들은 초1에는 책을 능숙하게 읽고, 10의 자릿수의 덧셈과 뺄셈을 능숙하게 해냅니다. 발달 속도의 개인차가 큰 유아기에는 무엇을 얼마나 빠르게 해냈느냐가 어린 시기엔 자랑거리이고 미래의 학업적 성공을 예측해주는 중대 지표로 보이지만, 막상 공부다운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초등 고학년이 되면 학습에 대한 호감이나 좌절에 상황에서의 회복력이 학업성취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유아기 시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고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민감하게 지각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황에 맞게 조율해나가는 힘이 키워지면 독립적이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연대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 아이들은 먼저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란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겠지요. 자녀의 마음에 올라오는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는 주변의 반응을 만나면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괜찮은' 혹은 '좋은' 사람이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존중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때 마음과 생각을 모두 행동으로 옮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모로부터 상황에 적절한 표현 방법을 안내받고, 더불어 언어능력이 늘어나면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조절력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러한 발달이 이루어지면 아이들은 좀 더 편안하게 학습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유아, 초등 저학년 시기에 아이들은 삶이 어떤 것인지를 몸과 마음으로 배우게 됩니다. 자신이 갖고 태어난 기질적 특성과 신체적인 특성과 한계가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삶을 어떻게 대하고 다룰 것인지 익히게 되지요. 해야 할 일을 빨리 하고 쉬는 게 좋은 아이가 있고, 미루고 미루다 어쩔 수 없을 때 빠르게 해치운 후 보람을 느끼는 아이도 있고요.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 할 때 편안하다 느끼는 아이들도 있고, 오감이 모두 강하게 충족되는 자극이 있어야 행복하다 느끼며 이곳저곳 관심을 보이며 움직여 다니는 아이도 있고요. 에너지를 순식간에 발산하고 늘어지는 아이도 있고, 에너지를 아껴가며 조금씩만 움직이는 아이들도 있지요. 아이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이 허락한 만큼만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발달에 의해 점점 학습에 필요한 기본기들을 완성하지요.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기 위해서는 감각기관을 통해 학습할 정보들을 지각을 해야 합니다. 지각한 정보들을 이해하고, 이해한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반복하고, 쌓인 정보를 통해 추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학습에서 아이들이 해내야 하는 중요한 부분들입니다. 지각, 이해, 기억의 인지의 기초 과정이 보통 만 6-7세 경에 급격히 발달하게 되는데 이러한 능력의 획득을 통해 아이들은 보다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해집니다. 만 10세 정도가 되면 아이들은 중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변별하여 논리적인 추론과 유추를 할 수 있게 되지요. 시기에 적절한 자극을 받고 훈련을 거듭한 아이들은 점차 성공적인 학습자가 됩니다.


  한 반의 아이들의 키가 들쭉날쭉하듯, 아이들의 발달엔 개인차가 있고 발달의 과정 중에 그 개인차는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한 부분입니다. 자녀의 학습 속도를 높이고 싶다면 먼저 자녀의 발달을 돌아보세요. 기질 특성을 고려하여 한 번에 얼마나 오래 집중할 수 있는지, 인지 역량을 고려하여 어느 정도의 난이도도 감당할 수 있는지, 정서조절력을 고려하여 얼마나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는지. 그리고 이 부분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자녀가 만나는 과제가 '조금은 어렵지만 해낼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적절히 조절해주어야 합니다. 다른 친구들의 속도가 아니라 내 아이의 발달 속도를 기준으로 한 선행과 속진이라면 어느 하나 해가 될 구석이 없습니다. 주변과 비교하며 발생한 불안감이 아니라 내 아이가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녀를 인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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