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자녀의 훈육에 관하여...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둘째와 셋째의 아침을 준비하는데, 둘째가 오늘은 슈크림 붕어빵을 먹겠다고 했어요. 냉동실을 열어보니 작은 슈크림 붕어빵 10여 개가 있길래 마침 잘 되었다 싶어서 '몇 개 먹을 거야?'라고 물어봤더니 둘째가 "10개 먹을 거야!"라고 하는 거예요. 이제 갓 7살이 된 둘째의 먹성으로 볼 때 한 5개 먹으면 진짜 많이 먹은 걸 텐데요... 게다 10개를 구워서 다 둘째를 주면 슈크림 붕어빵이 그다지 당기지 않았던 셋째도 분명 붕어빵으로 내놓으라고 떼를 쓸게 분명하고요. 붕어빵이 구워지는 십여분 동안 둘째와 실랑이와 협박과 달래고 어르기를 반복했습니다. "너 10개 다 먹을 수 있어? 그럼 엄청 배부를 텐데?", "딸기랑 망고도 같이 먹으면 붕어빵 몇 개나 먹을 수 있겠어?"로 시작해서 결국은 "너 10개 이거 다 안 먹으면 식탁에서 못 일어날 줄 알아!(협박성 멘트이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아주 이중적인 메시지지요^^;;;)"라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10개를 고집했어요.
자기 접시에 놓인 수북이 쌓인 붕어빵을 바라보며 즐거운 얼굴로 아침식사를 시작하던 둘째는 네댓 개를 먹더니 "엄마 이제 배불러서 못 먹겠어"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다음번엔 음식으로 욕심부리지 말고, 엄마가 준 만큼 먹고 모자라면 더 달라고 하자."라고 이야기를 하고 아이가 남긴 붕어빵을 들어 한입 베어 물었어요. 그 순간 갑자기 둘째가 "엄마, 그거 엄마 먹으라고 내가 둔 거야"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미안한 마음이 들었겠죠. 10개 먹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반을 남겼으니까요. 다정한 목소리로 "아니야. 네가 10개 먹겠다고 하고 배불러서 남긴걸 엄마가 먹고 있어. 엄마를 위해 남긴 건 아니었어."라고 정정해주고 다시 붕어빵을 먹기 시작했어요. 동생이 다가와 붕어빵을 집어 들자 둘째가 다시 말을 걸었어요. "엄마, 그거 내가 겸이 먹고 싶은 거 같아서 안 먹은 거야." 그렇게 말하는 모습이 얄미우면서도 귀여워 웃음이 나더라고요. "아니지, 너 배불러서 그만 먹은 거잖아~." 둘째는 다시 배시시 민망한 듯 웃더니 놀기 시작했어요.
큰아이를 키울 때엔 이런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무척 따졌던 기억이 나요. 아마 큰아이가 둘째 같이 행동했다면 눈물이 쪽 나도록 잔소리를 들었을 거예요. 되돌려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건 아니었는데 자식한테 참 야박하게 굴었어요. 식사 시간에 물이나 우유를 흘리면 닦아주고 치워주면 될 것을 절 귀찮게 한다고 짜증을 냈었죠. 유아기의 어린 나이에도 어른처럼 자기 말에 책임지게 하고, 옳고 그름의 잣대를 날카롭게 세우곤 했었어요. 중2가 된 큰 아이는 정직하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청소년이 되었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실수나 부족한 부분을 바라보는 걸 어려워해요. 노력해도 잘 안 될 때 '다음에 다시 해 봐야지', 혹은 '잘 안 되니 답답하네' 정도로 생각해도 될 일을, '안 되는데 어쩌라는 거야', '해 봤자 안 될 게 뻔한데...'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이렇게 생각이 들면 좌절감이 들고 몸도 굳어지게 되잖아요. 그러면 하려는 일에 집중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의욕도 사라지게 되죠. 이런 큰 아이를 보면서 그때 '같은 말이라도 조금 힘을 빼고 할 걸...', '한두 번 실수는 배우는 과정인데 좀 지켜봐 줄걸....' 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예전에 자녀의 거짓말로 상담을 오신 분이 계셨어요. 자녀가 새로운 물건을 자꾸 들고 오는데 물어보면 친구가 줬다고 해서 매번 넘어갔는데, 결국 이 아이가 학교 앞 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려서 어머니가 자녀의 거짓말을 모두 알게 된 거죠. 문제는 크게 혼을 낸 이후에도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었고 결국 어머니가 이 일로 상담을 신청하시게 된 거죠.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듣고 나니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외할머니가 이 아이를 돌봐주었는데, 딸이 힘들게 벌어 자녀를 기르는 게 안쓰러웠던 할머니는 손자가 뭘 갖고 싶다고 할 때마다 허락하지 않았어요. 아이는 친구들이 가지고 다니는 카드나 작은 장난감을 보면서 늘 부러운 마음이 들었던 거죠. "누군가가 마법처럼 나에게 이 모든 걸 다 가져다주었으면..."
이 아이에겐 거짓말이 문제가 아니라 자녀의 일상에 대한 관심의 결핍이 더 큰 문제라고 보여 졌어요. 그래서 어머니는 아이가 친구들과 있었던 일이나 갖고 싶은 물건 등 일상에 대한 대화를 잠자리에 누워서 두런두런 나누는 일과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한 주에 정해진 선에서 갖고 싶은 물건이나 군것질을 하기로 약속도 했고요.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며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다음에 아이가 또 물건을 훔치면 엄마의 감정에 휩싸여 화를 내지 말고 다음의 절차에 따라 행동하기로 했어요. 1.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했고,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2. 물건을 훔친 곳에 가서 사과하고 그 비용을 지불하기. 그리고 3. 잘못한 행동에 대가를 치르기 위해 1주일 동안은 게임을 하지 않기로요.
정직과 책임감, 절제와 판단력... 이 모든 덕목은 훈련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잘못과 실수를 되잡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고, 올바른 선택과 행동을 해낼 수 있다고 믿어주는 어른들 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어요. 자녀의 잘못에 실망스럽고, 그렇게 자녀를 내버려둔 나 자신이 바보스럽게 여겨져 화가 난다면 그 감정은 자녀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몫이에요. 아이들은 자라고 있고,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잘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런 자녀들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요. 자녀의 잘못을 어린아이의 잘못으로 볼 수 있어야 해요. 자녀가 이렇게 자라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벌써부터 이런 문제가 생기면 앞으로 얼마나 더 큰일이 벌어질지 미리 고민하지 마세요. 아이들의 키가 자라듯이 아이들의 마음도, 생각도, 행동도 자라게 되니까요. 현재의 문제로 미래를 재단하는 실수를 범허시지 않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