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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즈 Jan 03. 2022

아이의 잘못에 적당한 처벌을 하고 있나요?

유아기 자녀의 훈육에 관하여...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둘째와 셋째의 아침을 준비하는데, 둘째가 오늘은 슈크림 붕어빵을 먹겠다고 했어요. 냉동실을 열어보니 작은 슈크림 붕어빵 10여 개가 있길래 마침 잘 되었다 싶어서 '몇 개 먹을 거야?'라고 물어봤더니 둘째가 "10개 먹을 거야!"라고 하는 거예요. 이제 갓 7살이 된 둘째의 먹성으로 볼 때 한 5개 먹으면 진짜 많이 먹은 걸 텐데요... 게다 10개를 구워서 다 둘째를 주면 슈크림 붕어빵이 그다지 당기지 않았던 셋째도 분명 붕어빵으로 내놓으라고 떼를 쓸게 분명하고요. 붕어빵이 구워지는 십여분 동안 둘째와 실랑이와 협박과 달래고 어르기를 반복했습니다. "너 10개 다 먹을 수 있어? 그럼 엄청 배부를 텐데?", "딸기랑 망고도 같이 먹으면 붕어빵 몇 개나 먹을 수 있겠어?"로 시작해서 결국은 "너 10개 이거 다 안 먹으면 식탁에서 못 일어날 줄 알아!(협박성 멘트이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아주 이중적인 메시지지요^^;;;)"라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10개를 고집했어요.


  자기 접시에 놓인 수북이 쌓인 붕어빵을 바라보며 즐거운 얼굴로 아침식사를 시작하던 둘째는 네댓 개를 먹더니 "엄마 이제 배불러서 못 먹겠어"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다음번엔 음식으로 욕심부리지 말고, 엄마가 준 만큼 먹고 모자라면 더 달라고 하자."라고 이야기를 하고 아이가 남긴 붕어빵을 들어 한입 베어 물었어요. 그 순간 갑자기 둘째가 "엄마, 그거 엄마 먹으라고 내가 둔 거야"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미안한 마음이 들었겠죠. 10개 먹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반을 남겼으니까요. 다정한 목소리로 "아니야. 네가 10개 먹겠다고 하고 배불러서 남긴걸 엄마가 먹고 있어. 엄마를 위해 남긴 건 아니었어."라고 정정해주고 다시 붕어빵을 먹기 시작했어요. 동생이 다가와 붕어빵을 집어 들자 둘째가 다시 말을 걸었어요. "엄마, 그거 내가 겸이 먹고 싶은 거 같아서 안 먹은 거야." 그렇게 말하는 모습이 얄미우면서도 귀여워 웃음이 나더라고요. "아니지, 너 배불러서 그만 먹은 거잖아~." 둘째는 다시 배시시 민망한 듯 웃더니 놀기 시작했어요.


  큰아이를 키울 때엔 이런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무척 따졌던 기억이 나요. 아마 큰아이가 둘째 같이 행동했다면 눈물이 쪽 나도록 잔소리를 들었을 거예요. 되돌려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건 아니었는데 자식한테 참 야박하게 굴었어요. 식사 시간에 물이나 우유를 흘리면 닦아주고 치워주면 될 것을 절 귀찮게 한다고 짜증을 냈었죠. 유아기의 어린 나이에도 어른처럼 자기 말에 책임지게 하고, 옳고 그름의 잣대를 날카롭게 세우곤 했었어요. 중2가 된 큰 아이는 정직하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청소년이 되었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실수나 부족한 부분을 바라보는 걸 어려워해요. 노력해도 잘 안 될 때 '다음에 다시 해 봐야지', 혹은 '잘 안 되니 답답하네' 정도로 생각해도 될 일을, '안 되는데 어쩌라는 거야', '해 봤자 안 될 게 뻔한데...'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이렇게 생각이 들면 좌절감이 들고 몸도 굳어지게 되잖아요. 그러면 하려는 일에 집중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의욕도 사라지게 되죠. 이런 큰 아이를 보면서 그때 '같은 말이라도 조금 힘을 빼고 할 걸...', '한두 번 실수는 배우는 과정인데 좀 지켜봐 줄걸....' 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예전에 자녀의 거짓말로 상담을 오신 분이 계셨어요. 자녀가 새로운 물건을 자꾸 들고 오는데 물어보면 친구가 줬다고 해서 매번 넘어갔는데, 결국 이 아이가 학교 앞 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려서 어머니가 자녀의 거짓말을 모두 알게 된 거죠. 문제는 크게 혼을 낸 이후에도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었고 결국 어머니가 이 일로 상담을 신청하시게 된 거죠.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듣고 나니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외할머니가 이 아이를 돌봐주었는데, 딸이 힘들게 벌어 자녀를 기르는 게 안쓰러웠던 할머니는 손자가 뭘 갖고 싶다고 할 때마다 허락하지 않았어요. 아이는 친구들이 가지고 다니는 카드나 작은 장난감을 보면서 늘 부러운 마음이 들었던 거죠. "누군가가 마법처럼 나에게 이 모든 걸 다 가져다주었으면..."


  이 아이에겐 거짓말이 문제가 아니라 자녀의 일상에 대한 관심의 결핍이 더 큰 문제라고 보여 졌어요. 그래서 어머니는 아이가 친구들과 있었던 일이나 갖고 싶은 물건 등 일상에 대한 대화를 잠자리에 누워서 두런두런 나누는 일과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한 주에 정해진 선에서 갖고 싶은 물건이나 군것질을 하기로 약속도 했고요.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며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다음에 아이가 또 물건을 훔치면 엄마의 감정에 휩싸여 화를 내지 말고 다음의 절차에 따라 행동하기로 했어요. 1.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했고,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2. 물건을 훔친 곳에 가서 사과하고 그 비용을 지불하기. 그리고 3. 잘못한 행동에 대가를 치르기 위해 1주일 동안은 게임을 하지 않기로요. 


  정직과 책임감, 절제와 판단력... 이 모든 덕목은 훈련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잘못과 실수를 되잡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고, 올바른 선택과 행동을 해낼 수 있다고 믿어주는 어른들 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어요. 자녀의 잘못에 실망스럽고, 그렇게 자녀를 내버려둔 나 자신이 바보스럽게 여겨져 화가 난다면 그 감정은 자녀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몫이에요. 아이들은 자라고 있고,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잘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런 자녀들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요. 자녀의 잘못을 어린아이의 잘못으로 볼 수 있어야 해요. 자녀가 이렇게 자라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벌써부터 이런 문제가 생기면 앞으로 얼마나 더 큰일이 벌어질지 미리 고민하지 마세요. 아이들의 키가 자라듯이 아이들의 마음도, 생각도, 행동도 자라게 되니까요. 현재의 문제로 미래를 재단하는 실수를 범허시지 않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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