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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 Jun 24. 2022

김밥에 마음을 담으면 추억이 된다

아빠 참여 수업이 준 기회

며칠 , 라디오에서 2003년도에 발매된  자두의 노래 ‘김밥 들었다. 싸이와 함께 데뷔했고 엽기라는 콘셉트의 가수였다고 한다. 가창력이 좋고 노래 가사가 좋다는 패널의 말이 와닿았다. 가사 중에 


‘예전에 김밥 속에 단무지 하나

요새 김치에 치즈 참치가

세상이 변하니까 김밥도 변해

우리의 사랑도 변해


세상이 변하니 김밥도 변한다. 돈가스 김밥, 떡갈비 김밥도 나왔는데 그녀가 좋아한다. 노래를 듣다가 잊고 있던 사실이 기억났다.


‘아빠 참여 수업’


주제가 아빠와 맛있는 꼬마김밥 만들기라고 했던가…

노래를 듣다가 아빠 참여수업 참가 신청서를 내지 않았던 게 생각났다…

2호(여, 14개월)가 아프기도 했지만 온라인 상으로도 보내려면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망설였던 거 같다. 아빠 참여 수업…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하는 행복한 추억을 하나 만들어 주기 위한 취지로 하는 어린이집 행사이다. 아빠랑 함께 못 하는 영아는 엄마랑 함께 참석해도 된다고 했다.

아빠가 오는 게 좋고, 안 되면 엄마가 와도 된다는 내용이다. 그녀는 안내장을 보더니 갔다 오라고 한다. 내가 가길 원하는 의미로 들렸다.

어린이집 행사를 하는데 아이 입장에서 부모가 안 오면 아직 어리더라도 서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늦얶지만 *즈노트 어플을 통해 신청서를 냈다. ‘참석!’

왜 망설였을까? 어색한 분위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아빠들, 아이들과 함께 꼬마 김밥을 만들고, 레크리에이션도 한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를 의식한 것도 있다.

그래도 2호를 위해, 2호의 친구들과 아빠들과 인사도 할 겸 참석하기로 결심했다.


김밥이라…

김밥은 어릴 적 소풍 때 어머니께서 싸주셔서 많이 먹어 보았다. 어머니께서는 소풍 전 날, 김밥 속 재료를 준비하고, 소풍 당일 새벽 김밥을 말기 시작하셨던 거 같다. 참 부지런하신 분이다. 도시락에 김밥을 담아 주시던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삼 형제가 같은 날 소풍을 가면 한 번만 준비하면 되지만, 학교급이 달라 봄과 가을에 여러 번 김밥을 싸야 하는 경우도 있었을 텐데 힘들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풍을 가서 먹는 어머니의 김밥은 맛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남은 김밥을 라면과 함께 또 먹었다. 거의 그랬던 거 같다.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건, 많이 어렸을 때였던가… 어머니께서 오신다고 미리 말씀하지 않으셨는데 소풍날 점심시간에 치킨을 가져오셔서 같이 먹었던 기억도 있다. 그때 먹었던 치킨은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며 먹던 치킨보다 더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아직도 야외에서 치킨 먹는 걸 좋아해 가족들과 잔디에서 치킨을 먹기도 한다.


또 어릴 때, 어머니께서 중앙시장에 장을 보러 가시면 자주 따라갔던 기억이 있다. 장을 보고 나면, 엄마는 김밥과 우동을 사주시곤 했다. 시장 의자에 앉아서 먹던 김밥과 우동은 꿀맛이었다. 지금도 *달의 민족으로 김밥을 먹을 때는 우동을 같이 시켜 먹곤 한다.


김밥은 어릴 적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었다.


아빠참여수업 당일,

2호와 함께 2호가 생활하는 공간으로 같이 들어갔다. ‘ㄷ’자 형으로 상들이 놓여 있었다. 먼저 온 아빠들이 이미 김밥을 만들고 있었다. 오는 길에 2호가 차에서 잠깐 잠들었는데, 깨우기가 그래서 5분 정도 늦었다.

2호는 잠이 들 깬 상태라 원장 선생님이자 담임선생님이신 분이 2호를 잠깐 안아주신다고 했다. 2호의 이름표가 있는 상에 앉았다. 한 상에 두 가족이라 옆의 아빠와도 인사를 했다. 재료가 덩그러니 놓여 있고 이제 내가 김밥을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 선생님은 아빠들에게 ‘김밥을 처음 말아보시지요?’하며 말을 시작하였다. ‘이거 내가 만든 거야’라고 그녀에게 자랑을 하라며 김밥을 만들어 볼 것을 주문했다.


꼬마 김밥이라 김이 크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란, 햄, 단무지, 당근, 게맛살을 속으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재료들을 이렇게 미리 준비해주시니 정말 말기만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한 번 해볼까?


김밥말이에 김을 얹고 밥을 반 정도 평평하게 담았다. 그리고 속을 넣는데 그녀는 당근을 좋아하지 않는 게 생각났다. 그래서 당근은 제외.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김밥을 마는 것을 본 것이 떠올랐다. 직접 말아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머리로는 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잘 말아졌다.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둘 말기 시작했다. 먼저 온 아빠 중에 좀 어려워하는 아빠도 있었다. 내가 자신감이 붙자 김밥을 마는 속도도 붙기 시작했다. 그래서 옆에 어떤 분이

“쑥쑥이(2호 태명) 아빠는 벌써 저렇게 많이 만드셨네?” 한다. 왼쪽에 있는 아빠는 먼저 왔지만 좀 어려워하는 느낌이었다. 자꾸 김밥 만드는 것을 힐끗 보는 듯 했다. 그리고 같은 상에 있는 분은 나에게 김밥을 잘 만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나도 답으로 김밥을 잘 마시네요 하고 칭찬해드렸다. 생각보다 잘 되고, 잘 되니 재미있었다. 오늘 저녁에는 내가 만든 김밥을 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속도를 더 올려서 김밥을 많이 말았다. 포장 용기에 꽉 차도록. 2호와 사진도 찍고 레크리에이션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녀는 나를 위해 김밥을 싸준 적이 있는데 나는 없었다. 그녀를 위해 김밥을 한 번도 싸준 적이 없다니 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건 아닌데 왜 하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번 기회에 김밥을 싸주고 같이 먹을 생각을 하니 뿌듯한 생각도 들었다. 음식은 정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만든 사람은 맛있게 먹어주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은 아직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김밥. 효율성을 따진다면 김밥집에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사 먹으면 된다. 하지만 어릴 때 나를 위해 김밥을 싸주신 어머니의 마음. 그리고 바쁜 와중에 나를 위해 김밥을 싸준 그녀의 마음. 이런 마음들을 생각하니 김밥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 나중에 추억이 될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맛있게 먹어줬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이 담긴 김밥과 메추리알 조림, 떡갈비, 감자, 어묵 조림을 네 식구가 먹었다. 그녀가 1, 2호에게 이 김밥은 아빠가 직접 만든 거라고 말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어린이집에서 선물과 김밥, 2호와의 추억을 선물해주니 감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애 대한 경계가 무너지는 느낌도 들었다. 앞으로 마음을 담아 가족을 위해 다시 김밥을 말아봐야겠다. 우라 2호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https://youtu.be/prTlJcipG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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