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츠비도 가지지 못한 것은?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소설 <위대한 개츠비>! 이 소설은 개츠비의 이웃인 닉 캐러웨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되는 흥미진진한 소설이에요. 이야기는 닉이 작중 무대인 뉴욕 웨스트 에그* 지역에 이사를 하면서 시작되죠. 그는 이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학 동기 톰, 그리고 그의 아내이자 자신의 먼 친척 여동생인 데이지의 집에 찾아가요. 부유함이 느껴지는 집의 내부에 감탄하던 닉은 그 집에 함께 모여 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개츠비’라는 한 부자의 존재를 알게 되고, 호기심을 품게 되죠. 그러던 어느 날, 닉은 운 좋게도 이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 바로 이웃 개츠비로부터 파티 초대장을 받아 그의 대저택에 입성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웨스트 에그: 영화에서 설정된 뉴욕 롱아일랜드의 지역.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묘사됨.
우와, 소문으로만 듣던 최고의 부자 개츠비의 파티에 초대됐다니 엄청 설렜을 것 같은데요?
개츠비의 파티에 참석한 닉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파티의 규모에 깜짝 놀라요. 이 화려한 파티를 즐기며 닉은 계속해서 한 가지 궁금증을 떨치지 못하는데요, 그것은 바로 이 파티의 주인 개츠비가 누구냐는 것! 막대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부자라면 당연히 나이가 지긋할 것이라 짐작한 닉의 예상은 한 젊은 청년이 그에게 접근하며 완전히 깨지게 돼요. 비밀스럽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 그 청년이, 바로 이 소문의 주인공인 개츠비였거든요. 이후 개츠비는 닉과 대화를 나누다 전 애인인 데이지를 다시 만나고자 하는 기대로 호화 파티를 열고 있다는 엄청난 비밀을 말한다고!
닉의 대학 동기 톰의 부인이자 자신의 먼 친척인 그 데이지를 말하는 거예요? 예상치 못하게 데이지의 이름이 언급돼 닉도 놀랐을 것 같아요.
개츠비의 말대로 그는 데이지와 한때 연인 관계였어요. 하지만 이후 개츠비가 영국으로 파병을 가면서 둘은 멀어졌고, 데이지는 톰과 결혼하게 되었죠. 사연을 들은 닉은 곧 개츠비로부터 데이지를 만나고 싶다는 부탁을 받게 되는데요, 고민하던 닉은 두 사람을 자신의 집에서 만나게 해 줘요. 오랜만에 만난 그들이지만, 곧 애틋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죠. 이렇게만 들으면 데이지의 남편인 톰이 불쌍하다 느끼실 수 있겠지만, 톰도 데이지를 두고 오랜 기간 자동차 정비공인 친구 윌슨의 아내 머틀과 불륜 관계에 있었다고! (톰은 이전에도 불륜을 저지른 적이 있대요!)
데이지의 이런 결혼 생활을 알아챈 개츠비는 데이지가 톰을 버리고 자신에게 오기를 바라요. 그리고 그녀가 갈등하던 그때, 위기감을 느낀 톰이 갑자기 개츠비의 실체를 폭로하고 말죠. 사실 개츠비는 가난한 농부 출신인 데다가, 불법 밀거래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여들인 것이라고 말이에요! 충격과 혼란에 휩싸인 데이지는 개츠비가 아닌 톰을 택하고, 이에 자신만만해진 톰은 개츠비와 데이지 둘이 자신의 차를 타고 돌아가도 된다며 여유를 부리죠. 그런데 개츠비와 데이지가 톰의 차를 타고 돌아가던 길, 데이지가 차를 보고 다가온 톰의 불륜 상대인 머틀을 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머틀은 즉사하고 만다고.
개츠비의 정체가 너무 놀라워요.. 그나저나 아내 머틀의 사망에 윌슨이 큰 충격에 휩싸였을 것 같은데요?
큰 충격에 휩싸인 남편 윌슨은 수소문 끝에 머틀이 톰의 차에 치여 죽었음을 알아냈고, 톰은 윌슨에게 그 차를 개츠비가 몰았다 말해요. (차를 몬 건 사실 데이지였는데 말이에요!) 이 상황을 모르던 개츠비는 자신의 집에 들이닥친 윌슨의 총을 맞고 즉사하게 되죠! 닉은 사망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하며 장례식에 참석하지만, 충격적 이게도 그곳에 있던 사람은 닉과 개츠비의 아버지뿐이었다고.
참 씁쓸한 결말이지 않나요? 화려한 데이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그녀만을 생각하며 부를 쌓았지만 결국 화려했던 인생의 끝에는 그녀의 사랑을 얻지 못했으니 말이에요. 그렇다면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소설의 제목에서 그를 위대하다고(Great)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데이지를 향한 그의 사랑 때문이에요. 개츠비는 그녀의 사랑만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데이지를 사랑했어요. 데이지는 언제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존재였는데도 말이죠. 또한 그토록 기다려 만난 데이지의 모습이 그의 환상과는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개츠비는 끝까지 그녀를 사랑했어요. 비록 비극으로 끝났지만, 이처럼 인생을 사랑에 바쳤던 그의 모습은 위대하다고 평가될 법하죠.
개츠비가 돈이 많아서 위대하다고 한 게 아니었네요! 제목에 그런 뜻이..
그렇다면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전하려 한 메시지는 개츠비의 한결같은 사랑뿐이었을까요? 사실 피츠제럴드는 이 소설을 통해 사회의 경제가 절정을 찍던 시기, 화려한 미국의 겉모습 뒤에 숨어 있던 타락을 비판하고자 했어요. 소설의 배경은 세계 1차 대전 후 미국의 1920년대로 설정되어 있는데요, 이 시기 미국이 전 세계의 혼돈 속에서 거머쥐었던 국가적 번영은 국민들을 극심한 황금만능 주의로 이끌었죠. 이에 미국 내에서는 방탕한 생활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고!(헤밍웨이는 이때의 젊은 세대들은 꿈도 희망도 없다며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했어요! 헤밍웨이를 다룬 이전 레터가 궁금하다면 클릭 ) 이러한 물질만능주의는 이후 심각한 경제 대공황*을 야기한 원인 중 하나가 돼요.
*경제 대공황 : 1929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상 최대의 공황.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호화 파티와 음주는 이러한 당시 미국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어요. 자신의 부와 화려함을 드러내며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를 차지하려고 했던 개츠비의 모습에도 이러한 상황이 투영됐다고 볼 수 있죠. 물질이 주는 쾌락에 찌든 당시 미국 상류층의 모습을 이 소설은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어요. 이 소설이 영미문학에서 손에 꼽힐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스토리에 숨겨진 이러한 시대 비판적 특징 때문이라고.
개츠비의 이야기 뒤에 이러한 배경이 숨어 있었군요! 미국 시대상을 알고 보니 소설의 내용과 연관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네요.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시대 비판에서 나아가 독자에게 삶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 깊은 여운을 준다는 거예요. 작가는 독자들에게 미국 사회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하죠. 어찌 보면 개츠비는 잘못된 방식으로 물질을 쫓아 변질된 미국 사회의 대표자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홀로 낭만적이고 순수한 꿈을 잃지 않았던 인물이기도 하니까요. 작가는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의 특성을 양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이 인물들의 심리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자신의 가치관을 되돌아보게 만들어요. 또한 소설의 서문에 등장하는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싶을 때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너처럼 복을 받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라.”는 문장은, 가지지 못한 것을 탓하며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우리를 성찰하게 한다고!
작가 피츠제럴드가 소설의 시점을 개츠비 본인이 아닌 제삼자인 닉으로 설정한 것도 작품의 독특한 특징인데요, 그는 소설 초반부 제한적인 시점에서 개츠비를 묘사함으로써 그의 존재에 신비감을 부여해요. 독자들로 하여금 개츠비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하며 그의 정체를 궁금해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 것이죠. 이처럼 피츠제럴드는 시대 배경, 등장인물, 작문 기법 등 소설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섬세하게 설정하며 극 중 인물들과 스토리를 매력적이게 그려냈어요. 그리고 이런 작가의 완벽한 ‘큰 그림’이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영미문학의 대표 고전 소설로 만든 것이죠.
사실 작가인 피츠 제럴드는 그 하나만으로도 들려드릴 이야기가 참 많아요. 다음에 한 번 피츠 제럴드를 주제로 레터를 보내드릴 테니 기대해 주세요!
이렇게 뛰어난 소설인 <위대한 개츠비>가 지난 2013년에는 영화화되었다는 사실, $%name%$ 플로터는 알고 계셨나요? 이 영화는 초호화 캐스팅으로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죠. 그도 그럴 것이 개츠비를 연기한 배우가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거든요! 개츠비의 다양한 면모를 자연스럽게 표현한 그의 연기력과 더불어 부유함이 풀풀 풍기는 외양은 소설 속 개츠비를 성공적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죠.
영화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소설 속 묘사된 개츠비의 대저택을 생생하게 만들어낸 영상 효과예요. 대저택 파티 등 CG로 표현한 화려한 배경 효과들이 단번에 관람객들을 사로잡았거든요. 하지만 호평만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게츠비와 데이지 사이의 사랑과 시각 효과에만 집중한 나머지, 소설에서 작가가 나타내고자 했던 메시지를 모두 전달하지는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약 3억 5천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전 세계에 소설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은 분명해요. 이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던 고전 소설의 영화화는 다시 한번 세계인의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소설을 읽기엔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영화가 있다니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주말엔 위대한 개츠비 영화나 한 편 보며 돈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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