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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영 Oct 25. 2024

사막에 삽니다

I Live in the Desert

많은 이가 꽂아두고 간

수백 개의 가시들을 피해

안으로 안으로 들어갑니다

눈물로 회칠한 외벽을 세웁니다

선인장일까요?


피부를 뚫고 나가지 못한 것들은

손바닥만 한 햇살을 거름 삼아

안에서

오아시스로 피었습니다

물을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오아시스에는

동전만 한 연두색 개구리가 삽니다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면

개구리는 밤마다

머리맡에 단잠을 가져다 둡니다


가끔  

벽에 박힌 가시에 온몸을 던집니다

팔뚝에 멍이 들면

그 큰 가시가 밖으로 툭 떨어집니다

창문일까요?


선선한 달 바람이 붑니다

도롱도롱 딩동딩동 개구리가 울면

두 눈을 단정히 감고

좋아하는 얼굴들을 바라봅니다

무릎 위에 포개놓은 두 손이 따뜻해져요


사막에 삽니다

초콜릿 같은 고독을

오도독오도독 깨 먹으며

잘 살고 있습니다

물은 정말 괜찮습니다

이 안에 많이 있어요.



I live in the desert,

Avoiding the hundreds of thorns

Left behind by many,

Delving inward, inward,

Building walls painted with tears.

Could it be a cactus?


What cannot escape through my skin,

Is nurtured inside,

Transforming into an oasis,

With a palm-sized sun as fertilizer.

No need for water, it’s alright.


In that oasis,

A coin-sized green frog resides,

When I read aloud,

The frog brings me

A deep slumber each night,

Resting beside my head.


Occasionally,

I hurl myself against the thorns embedded in the walls,

When my arms bruise,

That large thorn falls away,

Could it be a window?


A cool breeze of the moon blows,

As the frog croaks like a xylophone,

I gently close my eyes,

Gazing at the faces I cherish,

My hands, stacked on my knees,

Warm up in the glow of memory.


I live in the desert,

Nibbling on the chocolate of solitude,

Living well,

Water is truly alright,

There’s plenty 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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