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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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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ug 15. 2024

<에피소드>우리만 아는 소리사랑


얼마 전 소리사랑 10기들의 모임이 있었다.

소리사랑이란 대학교 때 나의 유일한 동아리 기타 동아리 이름이다.

그 당시에는 소리사랑이라는 동아리 네임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왜 그리 촌스러운지...

하여튼 나는 소리사랑 동아리였다.

나는 소리사랑 11기다. 11기인 내가 10기들의 모임이라니..

많이 궁금할 것이다.


나는 소리사랑 동아리에 들어가 소리사랑 10기 선배와 cc가 되었고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소리사랑 동아리 3호 커플이다.


내가 소리사랑에 입회하게 된 이유는 예전에도 한번 글로 썼지만(브런치 매건진 소리사랑)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공연날 소리사랑 10기 남자 선배들의 공연을 보고 반해서 소리사랑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럼 여기서 소리사랑 10기들을 잠깐

이야기하자면 여자 선배 한 명에

나머지는 모두 남자 선배들로 이루어진 기수였다.

남자 선배들은 인물도 좋고 노래는 또 얼마나 잘하는지... 인기 많은 기수였다고나 할까?

그러니 나도 그들 중 한 명에 콩깍지가 씌어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10기들은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다들 졸업하고 세월이 흘러 최근까지

10기들이 다 모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현재 8,9기 몇 명, 10기 3명, 그리고 우리 기수는 유일하게 나를 포함해 가끔 친목 모임을 하고 있다.

그렇게 모이면 연락이 뜸하거나 소식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는

다들 궁금해했다.


그러던 중 전혀 소식도 알 수 없던 선배가

우연히 남편의 유튜브를 보고 연락이 왔다.

그 계기로 10기들을 다 소환해 보자고 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알음알음 수소문을 하여 10기들의 연락이 닿았고 모두 부산에서 모이기로 했다.


나는 동아리 후배이고 cc라는 이유로 프리패스로 10기 모임에 남편과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그렇게 연락이 없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랐던

선배는 우리와 같은 울산에 살고 있어서

그 긴 세월 동안 뭐 했나 잠시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들 잘 살고 있어서 무소식이 희소식이었다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소리사랑이 모이면 음악이 빠질 수가 없다.

한 선배는 자주 가는 라이브 술집이 있다며 우리를 데리고 갔다.

그곳은 누구나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술집이었다.

다들 기타와 스피커 악보를 보니 심장이 벌렁벌렁 했는지

너도 나도 무대로 뛰어가고 신청곡을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추억의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내가 오리엔테이션 때 반했던 10기들은

추억의 노래를 한곡씩 부르기 시작했다.


남편이 부른 돈맥클린의 <빈센트>는 여전히 감미로웠고, 늘 멋있게 앉아서 기타를 치던 JP오빠가 부른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도 좋고 10기의 진정한 싱어 YG오빠의 포지션 노래는 27년 전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세 남자가 부르는 <무기여 잘 있거라> 합창곡을 듣는데 왜 그리 뭉클하던지...

세 남자는 50을 바라보지만 예전의 모습 그대로에 목소리도 그래로라 더 신기했다.


몸도 불지 않았고 늙지도 않은 모습으로 

연하는 모습에 나는 20살의 새내기 콘서트장에

와 있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날 내가 10기 선배들에게 반해서 소리사랑에 들어왔는데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재연하고 있는 그들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 당시 우린 음악에 미쳐 있었다.

콘서트를 하려면 학교 주변의 가게며 술집을 다니며 스폰을 받아야 했다. 부끄운줄도 모르고 스폰을 받으러 다니던 기억

잔디밭에서 기타 치고 큰소리로 노래 부르던 기억

밤새 공연 연습하고 술 퍼 마시던 기억


과생활보다 동아리생활을 더 열심히 했던 그때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오랜만에 만난 10기 동기들은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배꼽을 잡고 웃고 즐거워한다.

한 선배는 배가 아프다며 끙끙거리고 그 모습이

또 웃겨서 다같이 배를 잡고 웃었다.

후배인 나는 그 모습이 또 보기 좋아서 웃었다.


우리는 그렇게 음악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이 부모님보다 좋았고, 집보다 좋았고, 전공과목보다 좋았고, 남자친구 여자친구도 동아리 사람이어야 했던 그 시절...


덕분에 나는 또 타임머신을 타고

27년  20살 새내기 때를 다녀온 듯했다.


10기 타임머신 덕분에 추억여행을

신나게 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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