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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ug 10. 2023

<청춘러브에세이> 5화 아름다운 구속

5화 아름다운 구속


삐삐가 울린다.


전화번호를 확인하니 과 CC 녀석이다,

잠깐 얼굴 좀 보자고 한다.

사실 CC라고 하지만 손 한번 잡지 않은 그냥 친구 사이다.


나는 불편한 듯 그 녀석 앞에 서 있다.

"너 요즘 동아리 간다고 바쁘더라. 강의 마치면 바로 동아리 가버리고 우리 얼굴은 언제 보냐? 너는 나보다 동아리가 더 좋냐? "


그렇다 나는 요즘 강의를 마치고 중간 비는 시간이 조금만 생겨도 동아리방으로 쪼르륵 달려간다. 동아리방에 있다가 강의시간에 맞춰서 다시 강의실 가고 거의 동아리방 죽순이가 다 되었다.

그 녀석은 이런 내가 못마땅하다.

나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이 녀석과의 관계를 빨리 정리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민이다.

누군가를 사귄 적이 없으니 헤어져 본 적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대략 난감이다.


나는 솔직하게 말한다.

"나는 동아리가 재미있어. 과 친구들과 노는 것도 재미있고 동아리에서 노래 부르고 기타 배우는 것도 재미있단 말이야. 매번 너랑만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아~"


차마 '우리 헤어지자'라고 말을 못 한다. 내 입장에서는 그 녀석과 사귄 적이 없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말은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

말없이 한숨만 푹 쉬고 있는 녀석이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갓 신입생이 된 내가 즐거울 일 천지인 내가 한 사람에게 묶여서 학교 생활을 하기는 싫었다.


우린 그렇게 어색하게 헤어졌다.

집에 와서도 난 계속 어떻게 헤어지는 게 잘 헤어지는 건지 생각 중이다.. 뭐라고 얘기해야 이해가 될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해답을 못 찾고 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비장한 마음으로 삐삐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면 안 될까?"


음성 메시지를 보낸 후로 나는 그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고 그 녀석은 한동안 학교에서도 볼 수가 없었다.

사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인지 헤어짐의 아픔 따위도 없었다.

다만 친구들에게 욕은 좀 먹었다.

헤어질 때 '친구로 지내자'라고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나.

'내가 헤어져 봤어야 알지~ 친구로 잘 지내면 좋지 뭐~안 그래?'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마음은 편안해졌다.


훗날 나는 깨달았다.

헤어진 후 친구가 된다는 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사랑했던 마음이 미움이 되어 나에게 다시 올라온다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면 그 아픔은 배가 되어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어쨌든 나는 숙제 같은 일을 하나 처리한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했다.


이제 진짜 동아리에만 집중하면 된다!


나는 오늘도 캠퍼스가 내 앞마당인 양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있다.

동아리방 건물 앞 잔디밭에서 기타 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샤프한 선배가 앉아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선배 주변에는 후배 선배들이 둥글게 원을 만들고 앉아서 선배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런 게 캠퍼스의 낭만이지! 잔디밭에서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모습이 순정만화의 한 장면처럼 뽀샤시하다.

나도 얼른 뛰어가 원안에 합류해서 앉는다.

선배가 나를 보더니 눈인사와 함께 미소를 보내고 계속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오늘 하루 행복하길~

언제나 아침에 눈 뜨면 기도를 하게 돼

달아날까 두려운 행복 앞에~~

널 만난 건 행운이야~"


'이 학교를 잘 다닐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소리사랑을 만나고 선배들을 만난 건 나에게는 행운이다.'


"처음이야~~ 내가 드디어 내가 사랑에 난 빠져버렸어~"

선배의 기타 반주와 노랫소리가 캠퍼스에 울려 퍼진다.


https://youtu.be/n1WLUReOFcQ


나는 그렇게 소리사랑에 푹 빠져버렸다.

그에게도 빠지게 되겠지.


#나의이야기  #청춘이야기

#사랑이야기 #음악이야기

#연재중 #언제까지쓸수있을지몰라요

#유치뽕짝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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