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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Sep 16. 2024

딸이 귀한 광산김가네

시댁은 딸이 귀하다.

아버님도 8남매 중 딸이 둘 뿐이었고

남편도 사촌 포함해 딸은 시누 포함해 둘이다.

남편은 삼 남매이고

나도 아들 둘

시누도 아들 하나

동서도 아들 둘

명절에 모이면 손주만 다섯이다!


딸 놓기 참 힘든 집안이라는 것이다

사촌 중에는 아들 하나 놓고 둘째를 가졌는데

아들 쌍둥이를 낳고 실망하기도 했다.

낳으면 아들인 광산김가네다.


어느 날 점 꾀나 보는 사람이

시댁 앞을 지나가더니

이 집은 아들이 많이 나오는 터라고

했을 정도로 아들이 풍요로운 집이

바로 이곳이다


나도 딸이 너무 낳고 싶었지만

아들 둘을 낳고 과감히 딸을 포기했다.

아들이라도 딸 같은 아들이 있다고 했기에

위로를 삼고 딸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렇다.

나에게도 딸 같은 둘째가 있다.

그나마 딸 없는 설움을 극복하며 사는 중이다.


아들 둘은 든든하다.

어릴 때는 정신 하나도 없던 아이들이

크니깐 제법 듬직해졌다.

힘도 제법 쓰니 일꾼으로도 손색이 없다.


남자들이라 혈기가 왕성해서 그런가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더운 날 축구를 하지 않나

자전거를 타고 밀양 시내까지 갔다 와서는

시원하게 샤워하고 꿀잠을 자질 않나?

먹성은 또 얼마나 좋은지

손주 다섯이 지나간 자리를 메뚜기 떼가

지나간 것 마냥 초토화된다


하지만

이런 손자들을 보는 아버님 눈에는

꿀이 뚝뚝 떨어진다.

아버님은 손주들이 오면

꼭 차를 몰고 치킨을 사러 가신다.

시골이라 배달이 되지 않기에 꼭 손수

가셔서 사 오신다.

먹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신지

연신 많이 먹으라는 말만 되풀이하신다.


아버님은 다시 한번 못 박듯 말씀하신다.

나 살아생전에는 명절제사는 지낸다고.

음식은 많이 하지 않을 것이고

손주 좋아하는 것 위주로 간단하게라도 차릴 거라고 하신다.

명절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가족들

모일 기회가 없다면서 말이다


고만고만한 장군 같은 손주들 다섯이

옹기종기 앉아 게임하는 모습도

그저 좋으신 아버님이다.


하긴 아버님 말씀도 옳다.

이렇게 친척들이 모일 날이 점점 사라지고

명절이라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잠깐이라도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늘 오기 전에는 불편한 맘 가득이지만

또 내려놓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약간의 긴장과 불편함은 지속되지만

명절은 북적거려야 명절이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서로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지?


시댁에 오니 생각보다 할 일은 없다

손주 다섯 밥 차려 먹이는 게 제일 큰일이다

오기 전 불편한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는

작은 추석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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