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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Feb 03. 2024

백번 가게 될 대구 탑티어 동태찜 맛집

대구 달서구 백번가 코다리 동태찜

지난주 모처럼 부산의 모 막걸릿집을 다녀왔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기대에 찬 안주가 나왔다. 23,000원의 골뱅이소면무침. 마른 골뱅이를 저며 넣은 것도 모자라 삶아 두어 말라 버린 소면이 놓여 있었다. 탱글 해야 할 소면이 말라비틀어져 양념장이 한참 모자란 최악의 사태. 급격히 오른 물가를 위안 삼았지만 그 집은 나의 맛집 리스트에서 무참히 광탈했다.

충격과 공포의 골뱅이소면무침

주말, 갑자기 대구에 갈 일이 생겼다. 회사 사업장이 없는 대구라 웬만하면 갈 일이 없는 곳인데 급하게 생긴 여정이다. 주소를 보니 달서구. 가다 보니 점심을 먹고 가야 했고 문득 떠오른 집이 있었다. 브런치 미스틱 작가님이 대구 달서구에 오픈한 백번가 코다리 동태찜. 작가로서 가끔 연락을 하며 지내며 서로의 글에 응원을 보내던 분이다. 대기업 임원에서 내려와 생각지 못했던 자영업의 길을 걷게 된 작가님.


작년 여름 즈음 오픈했다는 글을 봤고 얼마 지나 술이 잔뜩 취해 카톡을 보냈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폭발 직전이었던 날로 기억된다. 오픈한 그곳에 꼭 찾아가 보겠노라고. 그땐 형님이라고 부르겠다며. 그리고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 가끔 올리는 그의 글에 라이킷을 보냈지만 요즘엔 바쁜지 글도 잘 올리지 못하던 그분이다. 갑자기 가게 된 대구. 그것도 달서구. 가는 길에 가게에 계시냐고 카톡을 보냈다. 활짝 문 열어 두고 있다고 했고 한 시간 후 도착한다고 보냈다.

진짜! 미스틱 작가님이 오픈한 백번가 코다리 동태찜에 가게 되었다! 인사치레로 오겠다고 하는 줄 알았다며 진심으로 반기는 작가님, 처음 뵈었는데도 친근한 느낌은 늘 서로의 글에 익숙했기 때문일까. 점심이라 식사로 시래기코다리 솥밥정식을 주문했다. 갓 지은 고슬고슬한 흑미 솥밥. 가지런히 놓인 코다리에 수북한 시래기. 양념을 맛보고 깜짝 놀란 건 달지 않아서였다. 매콤하면서도 짜고 단 흔한 코다리가 아니라 MSG가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맛이다. 맵질이인 나도 먹을 수 있는 코다리네?

가장 놀라운 건 바로 시래기. 부산에선 맛볼 수 있는 바이브의 시래기다. 부드러우면서도 들기름향 가득한 식감. 양념장에 버무려 먹으니 극락이 따로 없다. 밥에 양념장을 비벼 김에 싸 먹으면 끝장이겠다 싶었는데 벌써 불러오는 배가 아쉽다. 정갈한 찬들이 하나둘 자리를 비워갈 무렵 멀리서 왔으니 동태찜을 서비스로 주겠다고 한다. 동태찜 小자라고 하니 안심했다.


이게 웬걸. 동태찜엔 동태탕이 서비스로 나온다네? 지글지글 동태탕이 먼저 내어 나왔다. 속을 보니 동태가 가득이다. 국물맛도 끝내준다. 동태탕에 놀라고 있으니 동태찜 한 접시가 놓였다. 양에 비주얼에 일순 놀람. 동태찜을 뜰 때엔 속살이 부서질 수 있으니 아래 콩나물과 함께 떠야 한다는 팁도 친절히 알려주신다. 동태찜을 한입 먹으니 아! 이 집 시그니처는 동태찜이네? 싶다. 동태가 이렇게 부드러웠나 싶고 양념장에 무슨 장난을 친 거지? 싶은 놀라운 맛이다. 배가 부른대도 계속 먹었다. 결국 조금 남기고 숟가락을 놓긴 했지만.

아니 동태찜 小자 28,000원에 동태찜 한 접시에 동태탕 까지라니. 거기에 찬까지 함께라면 소주가 술술 넘어가겠다. 하필 지금이 점심이란 게 너무 아쉬운 순간이다. 이 백번가가 부산에 없고 대구에 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 대구에 있어 백번은 못 가도 다시 대구를 갈 일이 있음 꼭 가야 할 집이다.

기업 임원을 있다 퇴임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자영업의 길을 걷게 된 미스틱 작가님. 그 과정과 자영업의 꿀팁은 그의 브런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난의 길, 여전히 그 고난이 함께하고 있을 터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만드는 그를 봤다. 사무실과 협력사만 왔다 갔다 했을 그가, 임원으로서 직원들에게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을 그가, 지금 온전히 자신의 매장에서 스스로 음식을 내어 놓는 모습은 그로선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을 터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인생을 더욱 맛있게 만들며 '맛집'으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50대로서 흔치 않은 훈훈한 중년인 그. 미스틱이라는 작가명으로 여자분일 거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연락이 닿아 나보다 연배가 조금 높은 남자분이란 걸 알고 깜짝 놀랐던 기억. 꼭 가야 할 집을 늦었지만 이제야 가게 되었다. 다이어리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운 느낌이다. 브런치가 만들어준 인연, 언젠가는 그와 소주 한잔 기울일 날이 있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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