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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Apr 12. 2024

커피 말고 십전대보탕

부산진역 티카페 산들산들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날이다. 봄인데 봄인가? 아직 살짝 춥기도 한 그런 날의 오후. 부산 초량동 중에서도 부산진역 바로 옆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하자고 들어간 곳이 티카페 산들산들이다. 티카페? 오! 뭔가 다르겠는데? 싶었는데 달랐다. 어, 어랏? 커피가 없네?


그래서 주문했다. 십전대보탕. 어릴 적 한약방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십전대보탕을 카페 메뉴판에서 만나다니! 쓴 커피보다 쓴 보약 한 사발이 나를 위한 특별한 시간을 선사해 줄 것 같다. 메뉴를 보니 아주 그냥 티로 가득이다.

십전대보탕, 대추차, 생강차, 쌍화차의 수제한방차(6,000원), 설국(국화차), 목련, 메리골드, 재스민차의 꽃차(6,000원), 백차, 녹차, 말차, 황차, 청차(우롱차), 보이생차, 보이숙차의 6대 다류(6,000원~7,000원), 기문, 전홍, 얼그레이, 아이리쉬 블랙퍼스트 등 홍차(6,000원~7,000원)에 수제 과일청차, 라떼, 베이커리까지 그야말로 티월드다.


우리는 늘 습관처럼 식사 후 커피를 마신다. 식후 커피는 국룰. 하루에도 몇 잔을 마시는지 기억이 안 날 지경. 커피도 좋지만 가끔은 우리 전통차 한잔으로 분위기도 건강도 챙겨보는 건 어떨까. 너무 진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향과 맛을 그대로 간직한 십전대보탕. 쌍화차를 먹을까 하다가 옛 생각에 주문한 메뉴가 너무나 마음에 드는 순간이다.

일행이 대추차를 꼭 먹어보라고 추천한다. 과육이 그대로 살아있어 한입한입 건강의 속삭임이라고. 13년을 숙성했다는 황차는 얘기만 들어도 이미 향이 남다르다. 몰랐던 차의 스토리를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도 남다르다.

메뉴를 고민하는 분들에겐 건강 상태를 물어봐 건강에 맞는 차를 추천하기도 한다는 주인장. 딸과 함께하는 모녀의 모습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향만큼이나 사랑스럽다. 서비스 디지트로 내온 빵과 양갱. 딸이 직접 만든 빵이라는데 녹차를 베이스로 달콤함이 가득하다.


습관처럼 커피에 젖은 내 목을 오늘 아주 오랜만에, 전통차로 씻어 내린 오후. 부산역과도 멀지 않은 티카페 산들산들, 부산 여행의 끝에 차분히 여정을 마무리하는 장소로 어떨까. 늘 가던 카페 말고, 늘 먹던 커피 말고, 우리 전통 티카페, 우리 전통차, 십전대보탕으로 말이다.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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