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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Apr 21. 2024

부산 인당 25,000원 이모카세, 푸짐 하이 좋네!

범일동 조방푸짐한마을

초밥 한 점에 만원이 넘는 오마카세도 좋지만 18가지 안주에 밥까지 나오는 이모카세가 인당 25,000원이다. 가파르게 오른 물가 덕에 가격이 오르고 올라서 25,000원. 소문 듣고 찾았는데 와! 만큼은 아니었지만 골고루 먹으면서 어울리기에 딱이더라. 여기 부산 범일동 조방푸짐한마을 말이다.

범일역 2번 출구, 제일상가 1층에 위치한 이곳은 부산 직장인들의 회식 성지였던 범일동의 쇠락한 풍경을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찾는 분들이 많은 이곳은 숨은 맛집들이 군데군데 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들이 가득 계셔서 나올까 하다 한 테이블이 비어 자리를 잡았다.


일행이 오길 기다렸다 일행이 오자마자 한상 가득 훅하고 차려져 나오는 음식들. 삶은 땅콩, 잡채, 마, 삼색꼬치 전, 멍게젓, 꼬막, 등뼈조림, 굴김치, 마늘쫑 무침, 방풍나물, 그리고 홍게. 한입 먹기 적당한 양들의 접시가 한상 가득이다. 안주 한두 개 주문해 질리게 먹는 것보다 훨씬 좋은 구성이다.

술이 그냥 술술 넘어간다. 이것저것 안주를 먹는 사이, 아귀찜이 나온다. 역시 한입 꺼리지만 맛있다. 그리고 이어져 나온 고추전. 그야말로 고추만 들어갔을 뿐인데 갓 구워져 나온 거라 순식간에 접시가 비워졌다. 다음 음식엔 환호성이 나왔다. 바로 갈치구이! 인당 2개를 먹을 수 있다. 제주 갈치처럼 토실하진 않지만 집에서 엄마가 구워주신 그 맛 그대로다.


그리고 우리의 눈을 의심하게 한 열빙어 구이! 뭘 먹은 건지 이렇게 실할 수가 있을까 싶다. 모두 한입에 쏙 넣어먹는다. 그리고 갑자기 토마토가 나온다? 아니 디저티일 법도 한데 굳이 정해진 순서를 따르지 않는 집이다. 토마토인데 달고 짭짤하다. 바로 대저 짭짤이 토마토! 안 그래도 올 시즌에 못 먹어 아쉬웠는데 이 집에서 짭짤이 토마토를 먹다니.


마지막 매운탕과 밥 사이 마지막 안주 하나가 훅 들어왔다. 꼴뚜기지만 경상도에선 호래기, 전라도에선 고록이라고 불리는 이 호래기 한 접시. 초장에 찍어 한입 하면 그야말로 살살 녹는다. 2점이 남아 이어 나온 매춘탕에 넣어 먹으니 샤브샤브가 따로 없다.


재료를 아낌없이 투하한 매운탕과 밥이 나온다. 밥을 넣어 말아먹는데 엄마가 끓여준 맛 그대로, 감동이다. 그렇게 이모카세 아니, 엄마카세의 정찬들이 끝이 나고 있다. 요즘 SNS에서 조금 핫하게 떠오른 집이라 실망도 각오하고 방문했지만 이 정도면 나에겐 훌륭했다. 인당 20만 원짜리 오마카세가 아니라 25,000원짜리 엄마카세니깐!


한식 코스도 일식 코스도 중식 코스도 마땅한 곳이 없는 날, 시장의 야장 바이브가 필요한 날엔 가보자. 조방푸짐한마을. 그야말로 푸짐한 이모의 넉넉한 인심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너무 큰 친절은 기대하지 마시라.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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