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겨울방학
35년 전 내가 그러했듯 방학 계획표는 그날의 계획일 뿐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너를 통해 또 한 번 확인하며
매일 아침 즉흥적으로 “오늘 뭐 할까?”를 생각한다.
오늘은 한 편만 보겠다던 넷플릭스 시리즈를 완주했다. (영어 공부려니 하고 그냥 같이 봤다. ) 그리고 도서관에 가서 네가 읽고 싶고 내가 권유하는(조금은 강요하는) 책들을 잔뜩 쌓아놓고 네가 좋아하는 구석진 자리에서 실컷 보고 수레 가득 빌려오기도 했다. 빵집과 슈퍼에 들려 먹고 싶은 간식을 사서 달랑달랑 들고 돌아오며 빙판길 얼음한테 괜한 힘자랑도 해보고 하늘에 반짝이는 게 별인지 아닌지 어차피 답정너인 너와 형식적인 토론배틀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의 시작부터 서두르라며 너를 채근하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마음껏 할 수 있는 지금이, 어쩌면 나에게도 엄마 방학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