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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Sep 18. 2015

나무 3: 담배 피우는 여자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세 여자 이야기

흡연이 악이 된 사회.

법적인 규제가 된 담배.

금연구역이 늘어난 사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흡연가들.  


애연가 세 여자가 있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담배를 피우게 된 명백한 이유를 알았고, 끊지 못해 중독이 된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남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담배를 피웠던 첫 번째 여자.


    서양 국가도 아니고, 한국에서 저리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남자들, 어르신들 투성이인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싶었다.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이끌려 말을 걸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어요?]


[담배요? 이걸 처음 피우게 된 날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해요.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고, 마음이 곪고 곪아 잠 못 이루던 나날을 보내던 어느 늦은 새벽, 무슨 호기였는지 편의점을 찾아가 담배를 샀어요.


    맛을 중요시 여기는 저로서,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담배 한 갑을 구매했죠. 그리고 집 앞 가로등 아래에서 담 불을 붙이고 숨을 들이 마셨어요. 처음 피워보는 담배였는데도, 어찌 나도 맛있던지.


    그 이후로는, 몸에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끊자, 끊자 하면서도, 길게는 1년가량의 금연기간을 지켰음에도, 또 이렇게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우고 있네요.]


어딘가 씁쓸해 보였던 그녀의 다정하고 무덤덤한 대답.



또 다른 여자가 있었다.

전혀 담배를 피울 것 같 않았고, 요조숙녀를 연상 시켰두 번째 여자.


    그녀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사랑했던 남자가 그리울  때마다 그가 피웠던 똑같은 담배를 사서 피운다고.


    나는 물었다. 그 남자가 혹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냐고 묻자, 그녀는 아니라고 했다. 그저, 너무나도 그 남자를 사랑했고, 이별 후에도 미련이란 이름의 사랑 때문에 너무나 고통스러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여자는 냄새로 그를 추억했다.

그의 따스했던 모든 기억을, 곁을 떠나간 그의 체취를, 그가 피웠던 담배냄새로 기억했다.


    그녀의 마음속 그 남자는 이미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였고, 그녀는 그녀의 방식으로 망자를 애도하고 있었다.   



세명의 여자들 중,

어쩌면 가장 외로움을 많이 탔을 마지막 여자.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텅 빈 집이 싫어,

길거리를 혼자 거닐고 다니는 것이 싫어,

담배에 손을 대었다는 그녀.


그래서, 주로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사람들과 함께일 때 보다는 혼자일 때,

주로 담배로 시간을 때운다는 그녀.



담배는 어쩌면 외로워서 피우게 되는 것인가,

어쩌면 살기 위한 자해를 하고 있는 것인가,

삶에 아슬아슬한 투쟁을 하고 있는 세 여자.


    그녀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람들 속에 있었지만, 사람들 속에서 흔들렸고, 혼자만의 섬이 아닌, 사람들이 북적한 섬 속에 머물러야 한다는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람으로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을, 그녀들은 담배로 해소했고, 담배를 피움으로서, 진정한 고독을 배울 수 있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평생 금연을 할 수 없다는
평생 고독을 피할 수 없다는
아주 슬픈 현실 이야기.

하지만,
사람답기에
공허함과 외로움은 결코 숨길 수도
숨겨지지도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사람답기에
결코 풀릴 수도
풀려지지도 않는다는 것.

그리하여,
사람의 품에서 영원히
도망 칠 수 없는 것.

이것을 나는 사람에게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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