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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Sep 30. 2015

흙 3: 낮과 밤

사람이 아닌 모든 것 #3

밤을 싫어하지만

동시에 낮밤도 좋아한다.


때때로 낮이 싫고 밤이 좋은 날,

때때로 밤이 싫고 낮이 좋은 날,


그리고, 낮과 밤이 모두 좋은 날,

낮과 밤이 모두 싫은 날들이 있다.


자연의 품이 싫거나 좋은 날은, 우리가 인간이기에 누리는 특권이자 저주이다.


낮과 밤은 모두 희망이자 절망이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모든 자연들이 살아 갈 수 있게 휴식을 주는 밤이지만, 모든 자연들을 어둠 속에 갇히게 하는 게 밤.


    모든 자연들이 살아 날 수 있는 빛을 주는 낮이지만, 모든 자연들을 넘치는 빛 속에 불태워 버리는 낮.



그리고 낮과 밤의 경계선 새벽;

삶과 죽음이 가장 모호한 경계선.


어두운 밤에서 빛나는 아침이 오기 전까지의 시간.

가장 힘들 수도, 가장 희망적일 수도 있는 시간.

사람이 무너질 수도 있고, 때로는 일어날 수도 있는 시간.


그러한 새벽을 나는 좋아한다.


아득한 새벽의 시간,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깥 야경을 구경하고 있으면 참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중 단연코 재미있는 것은 신호등 길에 조그마한 어린아이들 4명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이 늦은 시간에 왠  어린아이들이지?

한 명도 아니고 네 명 씩이나.


왜 저렇게 가만히 서 있는 거지?

위험할 것 같은데.


내가 뭘 잘못 보고 있는 건가?

사람이 아닌가?


자세히 들여다 보니 사람이 아니었다.


    신호등 옆 도로에 서있는 여름의 무성한 나뭇잎들의 형상이 겹쳐져 조그마한 아이들 4명이 줄지어 서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마치 유명한 비틀즈의 애비로드 음반 커버처럼 말이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모두 우리가 제대로 못 보고 지나치며,

착각이라는 기억의 숲과 늪을 한두 개씩 만들어 가며 살아가는 거 아닐까.


그런 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적 사회 아닐까.


새벽은 이런 현실을 아로새겨준다.

영원히 착각 속을 헤엄치며
깊은 바다 속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

그래서
한없이 부질없고
진실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

나는 이것을 사람이 아닌 만물에게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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