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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도남 Jan 30. 2023

첫 이직 이야기

11월에 쓰고 1월에 발행하는.. 김치같은 글

1. 들어가며

첫 회사에 들어가고 1년 반, 첫 회사였던 네이버 제트를 나와 새로운 회사인 네이버로 옮기게 되었다. 계열사-본사 관계이긴해도 퇴직 후 입사 절차를 밟았고 서류, 코딩테스트, 면접, 처우협상의 단계들도 모두 거쳤다.


서류 제출로 따지면 6월에 이직 프로세스가 시작되었고, 벌써 11월 중순이라 가물가물하지만 그 과정에서 들었던 이런저런 생각과 느낀점들에 대해 기록해보려한다. 그리고 이 글을 핑계로 취직하자마자 배가 부르고 게을러져 멈췄던 블로그 활동을 다시 시작해보려한다. (사실 이게 이 글을 쓰는 메인 이유다)


2.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OO님 저희 회사 지원해보실래요? 추천해드릴게요"

"그럴까요? 좋아요!"

명징하게 직조해낸 인생 한줄평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문구다. MBTI로 구분해보자면 J에 속하는 나는 항상 삶에서 닥쳐올 (사실 대부분은 일어나지도 않을) 위기와 시련들에 대비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았다. 또 한편으로는 은근히 되는대로 살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이유가 "그냥 기회가 있어서"였으니 말이다. 물론 그 때의 하루하루가 성실했다는 뜻은 아니다만.. 둘 다 내 모습이지만 요즘은 이동진 평론가님의 말에 더 공감하며 사는 듯 하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 그렇다.


같은 개발자들끼리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자리였다. 일 이야기, 힘든 이야기가 오가다가 모든 직장인의 꿈인 퇴사 이야기도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동기가 이직을 권유했고 그 한마디에 결심을 굳혔다.


사실 그 전에도 이직에 대한 생각은 있었지만 (이유는 너무 개인적인 것이라 블로그에서는 함구 ㅎㅎ) 취준의 고통을 알기에, 그리고 그 고통이 끝난지 얼마 안됐던 시점이기에 막연한 두려움으로 시작을 망설이고 있었다. 당시 나는 취업한지 1년 반도 안 된 시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다음 스텝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에 돌입했다.


3.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냉부해에서 개그맨 유민상이 한 말로 기억한다. 다이어트가 어려운 이유는 얼마나 맛있는지 그 맛을 알고 있기 때문에 포기하기 힘들어서라는 거다.


이직도 비슷하다. 취준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있기에 노트북에 손을 올리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추천서는 이미 들어갔고, 내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움직여야했다.


1. 이력서: 언제까지 초라할까

이력서를 쓰면서 깨달은 것은 기록의 중요성이었다. 이전까지는 기록은 당연히 중요한 것이라고 막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이 회사에서 언제 어떤 일을 누구와 협업하여 어떻게 구현해냈는지 기술하려다보니 머리가 하얘졌다. 다행히 미래의 내가 까먹을만한 복잡한 로직이나 히스토리에 대해서 설명용으로 적어놓은 문서들이 남아있어 큰 무리 없이 작성할 수 있었다.

네이버제트에서의 기록

하지만 무리 없이 작성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 알차다는 뜻은 아니다. 취업을 하고 1년 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초라한 이력서라니, 반성이 됐다. 좀 더 적극적으로 기술과제들을 개선해볼걸, 기획에도 참여해보고 다양한 의견을 내 볼 걸 하는 후회도 밀려왔다.


하지만 업보를 쌓았으면 책임을 져야하는 법.. 어차피 면접에서 다 탄로날 것이니 과대포장 없이 담백하게 써서 제출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2. 코딩테스트: 나 따위가.. 개발자..?

아무래도 경력이고 추천을 통한 채용이다보니 이력서는 후하게 봐주신 것 같다. 놀랍게도 서류합격을 했고 그 다음 단계인 코딩테스트 준비를 시작했다.


그래도 취준 때 꾸준히 풀었던 맷집으로 일단 구현, DFS/BFS, DP, Greedy 정도의 카테고리에 있는 문제들을 닥치는대로 풀었다. 시간도 촉박한데 괜히 난이도 높은 알고리즘이나 자료구조를 새로 공부하다가 좌절하기보다는 내 수준에 맞는 적당한 문제들을 풀어보면서 손 감각과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했다.


코딩테스트에 있어서는 C++ 원툴인 내게 문제풀이연습보다 힘들었던 것은 Swift로 풀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웬걸? STL 없이 어떻게 하라는거냐며 징징거리면서 문제를 풀다보니 "Swift 녀석.. 꽤나 괜찮을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자열 문제만 아니면 꽤 괜찮은듯!?!


3. 면접: 이제 정말 남은 건 세치 혀 뿐이야!

정말 놀랍게도 코딩테스트까지 합격했다! 남은 것은 1, 2차 면접.


면접은 크게 CS, iOS로 나누어서 준비했다. CS는 이전에 공부했던 깃헙 레포지토리들을 참고하여 예상 질문들을 만들고, 나만의 답변을 준비하면서 모르는 지식의 구멍들을 채워넣었다. iOS는 주로 내가 작업했던 부분들 위주로 질문할만한 지점들을 찾는 데에 집중했다.


여기에 더해서 아키텍쳐나 테스트 같은 개발론에 대한 나만의 주관도 정리했다. 사실 이 부분은 정답이 없어서 내가 주장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어떤 장단점을 갖는지 파악하는 데 더 시간을 기울였다.


1차는 2시간, 2차는 1시간 정도 면접이 진행되었다. 1, 2차 면접 모두 개발자 분들이 면접관으로 들어오시기에 기술면접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2차는 의외로 인성면접에 가까웠던 것 같다.


개발실력은 모르겠고, 대화를 하는 것에는 나름 자신이 있어서 편한 마음으로 임했고 결과적으로 최종합격 메일을 받았다.


여기엔 합격 이야기만 글로 써서 순탄해 보이지만 감정이 얼마나 롤러코스터를 탔는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언젠간 다시 이직을 준비하며 또 마주해야하는 시간이겠지만.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역시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4. 상남자 특) Plan B 따위 없음

사실 네이버 딱 한 곳만 지원했다. 이유는.. 귀찮아서.


일단 취업공고를 하나하나 확인해야하는 것이 무척 스트레스였고, 회사별로 원하는 인재상에 나를 fit하게 하는 작업은 언제 해도 참 어렵다. 한 회사에 지원하는 과정은 마치 브랜딩과 같다. 회사가 내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사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 직업은 개발자이지만 이 과정을 겪을 때는 항상 마케터, 크리에이터가 되어야한다. 물론 기술력만으로 여기저기서 모셔가는 천상계 개발자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같은 2년차 주니어가 그렇게 탁월하기는 쉽지 않다. 포장지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원샷원킬이 안되면 내년에 재수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배수진을 쳤던 한신의 마음으로 모든 과정에 임했던 것 같다. 결국 감사하게도 1지원 1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었고, 지금은 벌써 출근한지 2주째 되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출발해보려한다. 사실 지난 1년 반동안 회사 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어서 개발자로서의 성장에 집중하지 못했었다. 취준 때부터 주구장창 외쳤던 내 장점, 꾸준함과 성실함. 딱 이 두 개 들고 다시 한 번 뛰어봐야지. 이거 말고는 내놓을 것이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보자!

새 부대가 찌그러졌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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