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서랍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도남 Jan 03. 2022

가만히 있으면 정말 중간이라도 갈까?

2021.05.29

능동적이었는데요, 수동적입니다..(?)

이전 글에서 팀장님과의 면담에서 받은 질문 중 어떤 개발자가 될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했었다. 오늘은 같은 날 팀장님이 해주셨던 조언으로부터 생각을 확장해보려 한다.


팀장님 왈, "OO님 아직 신입이시지만 팀 문화에 도입하면 좋을만한 것들이 있다면 언제든 적극적으로 의견도 내고 제안해줘요. 개발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능동적으로 팀을 이끌어가려는 자세도 필요하거든요" 


보통 신입이라면 맡겨진 일(있다면) 열심히 하고 선배님들 어깨너머로 배운다는 마인드를 갖기 마련이다. 나 역시 신입사원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했다. 선배들이 수년간 쌓아온 노하우나 방법들에 대해 아직 전혀 모르는데 무언가를 바꾸거나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좋게 말하면 너무 급해 보이고 나쁘게 말하면 건방져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유를 갖고 시간을 보낸 뒤에 마음도 편해지고 적응이 끝나면 적극적으로 행동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팀장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 우리는 한 팀이고 회사의 서비스를 성장시키고자 모였으니 팀에 이로운 의견을 내는 데에 회사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시키는 일을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이상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흔한 꼰대들의 "주인의식을 갖고 알아서 일을 찾으라"라는 마인드와는 조금 다른 게 단순히 "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팀의 문화, 지금 불편한데도 유지되고 있는 것들, 개선점이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눈치 보지 말고 의견을 내라고 하셨다. 그 이유는 "나는 신입이니까"라는 생각에 그런 불합리한 상황을 방관하고 거기에 익숙해지다 보면 나중에 후배 개발자가 들어왔을 때 나는 이미 바뀔 의지가 없어졌고 적응하기 힘든 상태일 것이기 때문이다.


유학, 군대, 대학을 거쳐온 지금까지의 내 삶을 보면 그래도 꽤 능동적인 사람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뭘 더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사는 편이다. 첫 사회생활에 너무 쫄아있었을까, 아니면 신입이 120% 하려고 하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다는 고정관념 때문일까 스스로를 틀에 가뒀던 것 같다. 분명 능동적인 나였는데 누가 시키지 않으면 꿈쩍 않는, 몸이 굳어있는 첫 달이었다.


나대보자고

사실 안 그래도 면담 전에 한번 나대긴 했었다. 다만 그 이유가 팀장님의 조언과는 결이 좀 달랐다. 미래지향적이고 능동적인 인재가 되고자 함이 아닌, 수습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잘릴까 봐 발을 동동 구른 격이다.


마침내게 주어진 일이 없었다. 그래서 공부도 하고, 선배와 페어 프로그래밍이나 의견을 주고받으며 배워볼 생각으로 손을 들고 도전적이어 보이는 피쳐 개발에 참여해보겠다고 했다. 선배 개발자와 같이 구현을 하진 않아서 기대했던 형태의 배움은 아니었지만 혼자 개발해야 해서 삽질을 참 많이 했다. 중요한 것은 2주째 기능 구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괜히 나댔어. 앞으론 가만히 있자(???)


보통 직장에서는 사람 때문에,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는데 나는 내 능력치가 더 좋지 못한 것이 너무 분하다. 여기에 더해서 맡은 일을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수습평가를 낮게 받을까 봐 걱정도 든다.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고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어쩌면 이 부분 때문에 더 몸을 사리게 되는 것 같기도.. 섣불리 뭔지도 모르고 덤볐다가 선배 도움만 구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곤란하니까.


그래도, 움직이자

일을 잘 해내지 못할까 봐 시키는 일만 하겠다는 태도는 내 실력이 탄로 날까 봐 불안해하면서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평가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구르고 깨져도 개발자로서 성장에만 집중해보자. 실제로 이번 피처를 개발하면서 그간 몰랐던 컬렉션뷰, 스크롤뷰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공부할 수 있었고 맡은 부분의 코드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한계는 무엇인지 꽤 깊숙이 알게 되었다. 어차피 숙지해야 할 부분들이다. 하지만 아무도 날 떠먹여 주지 않을 테니 내가 먼저 움직이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 게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실천해보기

오늘 우리 팀의 깃헙 사용에 있어서 개선할 수 있는 점에 대해 토론해보는 회의가 예정되어있었다. 그리고 선배님 중 한 분이 이슈를 하나 만들어두셔서 회의 전에 논의해볼 만한 토픽들을 댓글로 달아달라고 하셨다. 깃헙, 코드 컨벤션 같은 습관의 영역은 개발을 해오신 분들의 입김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분들이 지금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시간이 지나며 자리 잡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 그래서 자칫 부스트캠프 6개월의 협업 경험으로 현업을 고려하지 못한 오버스펙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래도 질러봤다. 사실 정말 별거 아닌데 이런 댓글 하나 달기도 참 조심스러운 신입사원이다. 결론적으로는 그 누구도 내 걱정처럼 생각하지 않으신 것 같다. 진지하게 장단점에 대해 토론했고 전부는 아니지만 여러 아이디어가 팀 차원에서 새로운 룰로 도입되었다! 무야호~


면담과 더불어 오늘 경험을 발판 삼아 앞으로도 능동적인 신입사원으로 성장해나가야겠다. 회사 코드에도, 팀 개발 문화에도 조금씩 나의 생각과 고민들이 흔적을 남기고 있다. 뿌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1년 회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