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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도남 Dec 30. 2021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2021.05.28

OO님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지난주에 팀장님과 면담을 했다. 도움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정말 좋은분이라는 걸 다시한번 느낀 시간이었다. 그런데 면담에서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치 못했던 질문을 하셨다.

"OO님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이건 면담보다는 면접에서 물어볼만한 거리가 아닌가? 일단 개발자가 됐으면 아무도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잠깐 흠칫했지만 학습능력이 좋은 개발자, 같은 문서를 읽어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다고.. 일단 당황해서 아무말 대잔치를 했다.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취업했으니 됐죠" 라고 대답할 수는 없으니까 ㅠㅠ


철학하지 않는 사람

잠깐 주제를 확장시켜보자. 개발자라는 직업에 국한시키지말고 인생 자체로 넓혀서 생각해보면 나는 학생, 취준생일 때 가장 경계했던 것이 철학하는 것이었다. 왜 공부를 해야하는가? 왜 일을 해야하는가? 지금 하는 이 고생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등등..

본질을 파고들지만 지금 당장 내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는 질문들. 특히 마음이 살랑살랑 힘든 취준생 때는 이런 질문을 거의 금기시했다. 그 이유는 어떻게든 지금의 고난과 역경을 피할 대답을 찾아 내 스스로를 합리화시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을 목표로 하는 취준생이 어느 날 문득, 공허한 마음에 이런 철학을 시작했다고 생각해보자. "내가 꼭 대기업에 가야할까? 대기업에 간다고 내 인생이 성공하는 것인가? 어차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이 고생이 의미가 있을까?" 사실 본인이 원하는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지금의 고난을 끝내줄 수 있는 그 한마디일 것이다. 나 꼭 대기업 아니어도 되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그게 내 기준에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그렇다고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은 취업이 쉬운가..? 아무나 받아주는 곳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대기업이 인생의 전부라는 뜻이 아니다. 대기업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스스로 합리화한 사람들이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이 예시에 전제가 있었다. "대기업을 목표로 하는 취준생"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즉, 이 사람은 분명 과거에 자신만의 기준과 이유를 찾아 스스로 목표를 정했다. 사람은 남에겐 엄격하고 스스로에게 관대하기 때문에 지금의 고난이 과거의 정당성을 무너뜨리기 마련이다. 사실 취준생 이야기까지 갈 것도 없이 연초에 헬스장을 등록해놓고 온갖 이유를 찾아내 침대에 누워있는 우리 모습만 봐도 고난 중의 철학의 위험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서론이 길었는데 나는 이런 이유에서 그동안 스스로 철학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자처했다. 사실 이것마저 그냥 생각하기 귀찮아서인데 뭔가 거창한 이유를 찾아낸 것일 수도 있다. (오.. 이것이 메타인지..?)

그런데 이제는 철학을 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아주 가까운 지인 중 한명은 굉장히 visionary한 사람이라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고 깊이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를 근거에 두고 앞으로 나아간다. 일을 하는 이유, 돈을 버는 이유, 관계의 의미 등. 기계적으로 사는 나에게도 이런 질문을 가끔 던지는데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곤란하다. 아직 제대로 대답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런 나를 돕기(?) 위해서인지 왜 일하는가? 라는 책도 선물해주었다. (아직 읽진 않음)


그래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솔직히 아직 모르겠다. 이 글을 쓴다고 해서 답이 찾아지는 건 아니기에 ㅠㅠ 일단 이번주만 하더라도 내가 맡은 기능을 구현하지 못해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어떤 큰 뜻을 품기보다는 내게 맡겨진 일을 무리 없이 잘 해낼 수 있는 개발 실력을 키우고 싶다. 개발 잘 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연기파 배우, 실력파 가수 라는 말이 조롱받은 적이 있었다. 그들이 전문가로써 당연히 잘해야 하는 것인데 왜 수식어를 붙이냐며. 프로페셔널한 개발자라면 개발은 당연히 잘해야한다. 회사에서 나에게 돈을 주는만큼 개발로 벌어다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개발자 앞에 신입이라는 단어가 나를 이런 의무에서 어느정도 보호해주고 있지만 어서 독립하는 것이 목표다. 아무튼  이 심오한 질문에 대한 오늘의 답변은 개발파 개발자이다! (당연히 잘 해야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에..)


결론

슬슬 내 삶에 철학하는 시간을 조금씩 끼워넣어봐야겠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개발자들이기 때문에 업계 현황, 개발 관련, 혹은 주식&코인(??)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필요한 때다.


이 포스팅은 두고두고 고치러 올 것 같다. 이틀 전에 받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것도 아니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번 바뀔 것 같기 때문이다. 이것도 내가 개발자라는 직업을 유지할 때의 이야기이다. 만약 다른 길을 걷게 된다면 어떤 OOO가 될 것인가? 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할 수도 있다. 꾸준히 생각하고 질문하는 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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