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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도남 Feb 06. 2023

나 같지 않은 후배

나처럼 살지 마시오.

얼마 전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이 다 같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90년대 학번 선배들부터 재학생까지 참석하여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무엇보다 전산연구 동아리였기에 개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사실 나는 이런 모임이나 선배들이 학교에 와서 하는 특강에 가도 딱히 그들에게 할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모든 답을 알고 있어서라기보다는 고민이 부족해서 그랬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에 질문은 꼭 공부 잘하는 애들이 했듯, 나도 나에 대해 모르니 뭘 물어야 할지 몰랐던 거다. 질문도 알아야 할 수 있다.


사실 많은 학생들이 그렇다. 자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볼 만한 시간도 없었을 테니까. 대학 들어와서 전공 수업 열심히 따라가고, 코딩테스트 준비하고, 괜찮은 프로젝트 하나 만들며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20대 중반이 되어있다. 이 상태에서 사회에 먼저 나가있는 선배를 만나면 할 질문이 없다. 기껏 해봐야 ”그 기업 코딩테스트 어렵나요?“, “자소서에 뭘 쓰는 게 좋을까요?”, ”선배님은 왜 그 분야 선택하셨나요?“ 같은 1차원적인 질문 정도? (나는 그랬다)


그런데 참 나 같지 않은 후배가 찾아와서 말을 걸었다. 모든 게 나와 반대였다.


하고 싶은 게 확고했고, 이미 실행에도 옮겼으며, 개발 외적으로도 여러 경험을 해보고 자기 인생의 다음 스텝을 어떻게 밟아나갈지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눈빛이 살아있었다.


나보다 나이만 어렸지 훨씬 크게 될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조언보다는 본인의 결심대로 쭉 가도 충분할 것 같았다. 


원하는 것이 ”그래, 네 생각이 맞으니 그래도 가면 돼“라는 자기확신이었든, 정말 내 의견이 궁금했든, 묻는 말에 열심히 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한쪽엔 나 같은 후배들이 무얼 질문하며 말을 걸어야 할지 고민하는 듯 다가오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질문을 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이 질문하는 아이러니. 


내 선배들이 본 내 모습은 어땠을까.

좀 더 눈에 활기를 띠고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어떤 개발 좋아해요?”하며 먼저 다가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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