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몽글몽글한 - 노란쌤의 사춘기 생활교육 비법
“오늘은 우리 학년 생활교육을 평정시킨 역사적인 날이에요.”
“선생님은 공부를 많이 하셔 선지 문제해결방법도 다르고 해결 후에도 에너지가 그대로 살아 있어요.”
“나는 그런 상황에 흥분하게 되던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거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나는 학생생활교육 관련하여 특별히 공부한 게 없다.
문제가 일어나면 나 또한 당황스럽다.
이런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면 된다는 공식도 없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알고 있다.
‘모든 관계는 진실되어야 하고 그 순간 일어나는 감정을 솔직하게 전해야 한다.’는
원칙 하나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
대상이 어른이든 학생이든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스스로 정한 인간관계 원칙이다.
일상에서 이 원칙이 잘 지켜지기 위해 일상에서
질문을 의식해서 품었던 것이 나만의 공부법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이 원칙이 드디어 학생생활교육에서 빛을 발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각 반에 흩어져 있지만 패밀리처럼 지내고 있는 9공주가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그들 중 몇 명이 3반 선생님 간식을 몰래 조금씩 가져다 먹기 시작한 일이 9공주로 퍼진 것이다.
그들은 이를 사소한 장난으로 여긴 듯 했지만
이는 결코 그냥 지나쳐서도 쉽게 넘어가서도 안 될 일인 것은 분명했다.
학년 생활교육을 맡은 나는 하교 후 그들과 교실에서 조용히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확고한 인간관계 원칙에 따라
서로가 생각하고 느끼고 우려하는 부분을 깨끗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행동을 할 때 어떤 느낌이 들었어? 두 번째 할 때는 어떤 생각이었어?”
“친구가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을 알고도 함께 한 이유가 있었을까?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왜 지금 눈물이 나오는 것 같아? 이 눈물은 누구를 위해 흘리는 눈물일까?”
“우리가 한 행동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 책임질 수 있을까?
이 책임은 누구를 위한 책임일까?
공동체를 위한 책임일까? 나 스스로를 위한 책임일까?”
“선생님은 어떤 마음이실까? 선생님께 어떤 방법으로 사과드리면 좋을까?
혼자씩 가서 말씀드릴까? 함께 가는 것이 좋을까?”
진실된 마음으로 깨끗하게 대화하다 보니 우리는 함께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가장 많이 운 것 같기도 하다.
비록 오늘은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우리가 이렇게 함께 하고 있지만
그들의 진실된 몸짓과 언어 속에서 이는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희망의 빛을 만나게 되면서
흘린 기쁨의 눈물이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상처받았을 선생님께 한 명씩 찾아가서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때 주고받을 ‘오늘의 내가 10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쓴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타임캡슐이 아닌
나는 오늘도 그들을 통해 깨닫는다.
오늘 우리가 나눈 진한 포옹의 촉감과 서로의 품 안에서 흘렸던 참회의 눈물이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래본다.
feat. 정석 작가님 꽃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