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란 Jun 23. 2024

책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때론 총총한 - 노란쌤의 책임 의식 키우기 수업 

  ‘자율과 책임’을 주제로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가

   문득 지금도 생생한 옛 기억 한 조각을 떠올린다.

 
 “복도에 떨어진 휴지를 과연 누가 줍나 했는데, 줍는 사람은 역시 생활부장이네!”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문 앞에 쓰레기가 눈에 들어와 주워 교무실 쓰레기통에 넣었을 뿐인데 

돌아온 피드백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내가 특별히 윤리 의식이 강해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쓰레기가 내 눈에 보였고 그냥 지나가기가 불편하고 찜찜해서 

   한 차례 가볍게 허리를 숙였던 것이 정확한 상황 설명이다.

 
  그렇다면 그 당시 내가 느꼈던 ‘불편함과 찜찜함’은 어디서 왔을까? 

 
 그 시절, 나는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분명 강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주인의식은 ‘생활부장’이라는 역할에서 탄생했는지 모른다. 

 어느 누구도 내게 역할에 따른 책임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내 스스로 해야 할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선행된 덕분에 

  내가 설정한 역할에 맞게 마음껏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부터 실천하지 않으면서 누구에게 권할 수도 부탁할 수도 없다'는 

삶의 원리를 빠르게 깨우쳤기 때문이기도 했다.

 더 정확하게는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흘러가고 있음'을 학습해가면서 

    책임의 영역이 조금씩 확정되는 재미를 서서히 맛본 것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가 착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외부 힘에 의해 책임감을 느끼면서 행동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나의 의식적인 행동이 반복되면서 진화가 일어났다.
 
 반복된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하면서 

어느덧 ‘좋고 나쁨의 단계’를 뛰어넘어 

‘하면 편하고, 하지 않으면 불편한 단계’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아마도 ‘좋고 나쁨’에서 ‘편함과 불편함’으로 넘어갔던 찰라가 

    자발적 ‘책임의식’이 싹튼 순간이지 않았을까 나름의 정의를 내려 본다.
 
 책임의식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 

자발적인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은 어떻게 세팅할 수 있을까?

  
“방송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선한 척하고 공익을 위하는 척하고 남을 배려하는 척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사람들은 척하는 제 모습을 보고 좋아한단 말이에요. 

그러면 생활에서도 척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척을 하다 보니 그게 내 삶이 됐어요.”
 
     백종원이 ‘골목식당 100회 인터뷰’ 한 기사 내용으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해볼까 한다.
 
 백종원이 했던 ‘척’도 분명 스스로가 선택한 ‘척’이다. 

   만약 누군가가 ‘척’하라 강요했다면 ‘선한 척’이 일상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었을까? 


스스로 선택한 ‘척’이 ‘좋게 보임’을 뛰어넘어 ‘삶’으로 나타난 것은 

‘자율’이 만들어 낸 ‘책임’의 성숙된 아름다움으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백종원은 사람들이 ‘척’하는 그의 모습을 좋아해 주었던 것이 

결국은 그를 변화시킨 또 하나의 결정적인 힘이었다고 말한다.
 '변화란 결코 혼자의 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자율과 책임’ 교육 방법을 만들어가기 앞서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먼저 해 보면 어떨까?
 
   어떻게 하면 ‘선함과 좋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선함’에 대한 ‘좋음’이 나와 연결된 조직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변화를 줄 수 있는지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스스로 선택한 ‘선함’을 반복적으로 실천하여 습관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할까?

 
 ‘선함과 좋음, 연결, 반복, 습관, 성장과 성숙’ 에 관한 자신만의 물음을 찾고 

물음에 진지하게 답해가다 보면 

   ‘자율과 책임’을 나의 교실 속에서 부드럽게 녹여볼 수 있는 

   나만의 교육 방법을 발견하는 행운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feat.  정석 작가님 '상추 나무' 사진 

작가의 이전글 흥분하게 되던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