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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장 아빠 Apr 28. 2022

아이는 '토크'가 하고 싶어서

'쉬지 않고 말하는 아이'와 대화법


"아빠~ 근데 금요일은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어요~ 나쁜건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이 있는거구, 좋은건 태권도에서 피구하는 날이란거에요."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작은 아이가 말한다.


 "아빠 그거 아세요? 포켓몬 ~~~~~~~~~" 이어서 큰 아이가 말한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나는 모르는 단어들의 행열~.)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오면 아무것도 안하고 누우면 좋겠건만, 아이들은 아빠를 향해 조잘조잘 끝도 없이 이야기들을 꺼내 놓는다. 특히, 큰 아이가 하는 포켓몬 이야기들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나마 한 사람이 이야기할 때에는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알려주어서 서로 경쟁하듯이 이야기하거나 오디오가 겹치지는 않는다.


학원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칠 때 어려운 유형의 아이들 중 하나가 바로 끊임없이 말하는 아이들이다. 혼자하는 수업이라면야 선생님이 경청해줄 수 있겠지만, 다른 친구들과도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업에 방해가 된다. 부모님들 중에도 간혹 아이가 너무 말이 많아서 힘들어 하는 분들이 계시다. TV에서 개그맨 김영철의 동료들이 평소 김영철의 수다에 질려하는 모습이 나왔는데 웃기기도 하면서도 그 마음이 공감이 되었다. 흔히 말하는 귀에서 피가나는 경험이다. TMT(Too Much Talker)의 대표 이신 찬호박 형님의 아이들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제가 처음 94년에 LA에 갔을 땐 말이죠~~~'

TMT로 광고까지 찍으신 찬호팍님

 

대부분의 아이들은 특히 부모에게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밖에서는 낯을 가리더라도 집에서는 수다쟁이인 친구들이 많은 것이다. 반대로 아이가 집에서 말이 너무 없어서 걱정인 경우는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말이 많은 것도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오늘은 그 유형과 원인을 파악해보도록 하겠다. 항상 중요한 것은 '왜?'이다. 원인을 알면 해결책이 보인다.



첫번째, 유독 사람에 관심이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 즉, 공감능력이 높은 친구들은 대화를 통해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대부분의 딸들과 일부 아들들이 그럴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하고 대체로 러블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도 하지만 "선생님~ 선생님은 무슨 음식 가장 좋아하세요?"처럼 상대방에게도 궁금한 것도 많고 상대를 걱정하거나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친구들은 말을 하고 싶은 목적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대방과의 좋은 '관계'이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부모의 '애정'은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일단 꼭 안아주고 눈을 마주치면서 부모가 현재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으니 나중에 얘기해달라고부드럽게 부탁한다. "OO아, 지금 엄마가 중요하게 해야할 일이 있어서 조금만 기다렸다가 얘기해줘~ 엄마도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평소에도 아이에게 애정표현과 관심표현을 많이 해주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래야 아이가 부모의 사랑과 관심에 결핍을 느끼지 않고 과도하게 대화를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두번째 유형은 내가 아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들을 쉬지않고 자랑하듯이 이야기하는 친구들이다. "선생님, 그거 아세요?"라고 흔히 대화가 시작되며 "저거 우리집에 있는데~ 저 그거 알아요~"라고 쉬지 않고 말하고 자랑할게 생각날때마다 얘기한다. 집에서는 저녁 식사중에 뜬금없이 오늘 배웠다면서 태권도 품새를 하기도 하고, 새로운 장난감을 꺼내오거나 학교에서 자기가 잘한 얘기들을 무용담처럼 늘어놓는다. 

밥먹다 시키지도 않은 품새를 실현하는 튼튼형제 (22. 4월)


이 친구들은 "오 그래~ 너 참 잘하는구나~"라는 상대방의 '인정'이 그 목표이다. 그래서 앞서말한 친구들의 대화 목적이 '애정'인 것과는 다른다. 그래서 이런 친구들에게 "조금만 기다려줘~"는 통하지 않는다. 이 친구들에게는 상대방에가 피해가 되는 일방적인 대화는 '인정'받지 못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인정받기 위해 쉬지않고 말하지만 실제 그 행동이 인정받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다. 수업 중 어떤 친구와 대화중에 다른 아이가 끼어들어 말을 한다. 그러면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이 갈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지금 다른 친구와 대화하고 있는데 그러면 수업에 방해되는거야." 


그런데 중요한 것은 반대로 이 친구들이 말하지 않을 때 먼저 관심을 주고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이나 부모가 나에게 늘 관심이 있고, 나를 인정하고 믿는다는 확신을 '평소'에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수업을 예로 들어서 앞서 대화에 끼어든 친구에게는 약속한대로 가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또한 아이가 무슨 작업을 왜 하고 있는지 대화를 하고, 아이가 잘하는 점들을 먼저 칭찬해준다. "아, 이거 지금 무기 만드는거야? 아이디어가 좋은데? 좋아 끝까지 해보자~" 그러면 아이는 굳이 선생님한테 먼저 자랑하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도 우리 아이가 너무 자랑을 하고 싶어한다면 내가 평소에 아이에게 먼저 관심과 인정을 충분히 주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칭찬도 결과가 아닌 과정칭찬을 해야 하는데 이는 너무 중요하니 따로 정리를 할 예정이다.



세번째 유형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너무 뚜렷해서 그 세상에 깊이 빠지는 경우다. 그래서 그 깊은 세상을 부모와 함께하고 싶다. 우리 큰 아이는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지는 스타일인데 지금은 그것이 포켓몬이다. 그래서 항상 그 이야기를 한다. 이런 친구들은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다보니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하기 때문에 사실 부모입장에서는 가장 힘들기도 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고 그 세계를 공감하며 함께 대화하는 것이다. 아이가 포켓몬을 좋아하면 같이 캐릭터를 외우고 게임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니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5분이라도 진심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방법이다. 아이가 짧은 시간이지만 내 세계가 공유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자.



마지막 네번째는 "왜" 유형이다.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호기심'이 폭발하고 특히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사실 이건 너무 좋은거다. 아이의 사고가 발달하고 있는 것이기에 아이의 질문에는 성심껏 대답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런데 가끔은 대답을 바라고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닌 경우가 있다. 위에서 말한 내가 아는 것을 자랑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도 있으니, 그럴때는 "너는 왜 그런 것 같은데?"라고 역으로 물어봐주는 것이 좋다. "아~ 그런 이유라고 생각하는 구나. 아빠도 그 생각이 맞는 것 같아~"라고 해주자.



각자의 이유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아이들은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러나 부모도 힘들고 바쁘다보니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힘을 내서 열심히 들어주고 리액션도 해주자. 왜냐하면 몇 년 뒤면 이녀석들은 놀아달라고 해도 놀아주지도 않고 집에도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잊지 말자.. 오늘이 가장 어리고 귀여울때다.. 그래.... 있을때 잘하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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