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으로 보았을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예를 들자면, 근대 금융계의 3대 버블(투기 광풍)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1630년대), 영국의 남해 회사 버블(1720년대), 프랑스의 미시시피 투기 버블(1720년) 등이 그런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튤립 버블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요? 이 튤립 버블은 1630년대에 터키에서 수입된 원예식물인 튤립이 큰 인기를 끌면서 시작됐습니다.
튤립을 사려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사람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튤립 뿌리에 투자했습니다. 급기야 튤립 뿌리 1개의 가격이 요즘 돈으로 쳐서 8만 7,000유로(약 1억 6,000만원)까지 오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튤립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튤립 뿌리를 팔려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사려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렇게 튤립 뿌리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지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넓은 땅을 사서 튤립 재배에 나섰던 사람들이 파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튤립 뿌리를 사고 팔던 상인들은 모두 빈털터리가 됐고, 튤립에 투자했던 귀족들 역시 담보로 잡혔던 영지(領地)를 은행에 넘겨주게 됐습니다.
◆‘근대 경제사 3대 버블’의 뿌리는 ‘FOMO'
이렇게 튤립 뿌리나 주식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가 어느날 갑지기 이유도 없이 떨어지면서 투자했던 사람들이 알거지가 된 것은 3대 버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3대 버블은 도대체 왜 일어났을까요? 그 비밀은 ‘사람들이 일시에 한쪽으로 몰려든 쏠림현상’에 있습니다. 말하자면 투기의 대상이 무엇이든 사람들이 돈을 벌겠다고 몰려들었다가 “아 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동시에 투자에서 손을 떼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쪽으로 몰렸다가 갑자기 물건을 파는 쪽으로 돌아선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그에 대한 대답은 '포모(FOMO : Fear of missing out)과 ‘패닉 바잉’, 그리고 ‘패닉 셀링’이라는 3가지 요인으로 풀어볼 수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포모’란 쉽게 말하자면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튤립을 사고 팔면서 큰 돈을 번 사람들을 보며 “나도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포모’가 가격을 따지지도 않고 튤립 뿌리를 사들이는 ‘패닉 바잉(Panic buying)'을 불렀던 것이지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높은 가격으로 튤립 뿌리를 사다가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소수의 사람들이 튤립 뿌리를 내다팔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마저 너도 나도 튤립 뿌리를 팔겠다고 나서는 ’패닉 셀링(Panic Selling)‘이 벌어지면서 투기 거품이 꺼져버린 것이지요.
◆'FOMO' 뒤에는 사람들의 ‘쏠림현상’이 숨어 있어
이렇게 투기 열풍이 불었다가 갑자기 꺼져버리는 ‘버블’의 뒤에는 ‘사람들의 이유 없는 쏠림’이라는 현상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쏠림 현상’은 “이러다가 나만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과, “이러다가 거품이 꺼지면 나만 손해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불가사의’라고 해서 조금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런 ‘패닉 바잉’과 ‘패닉 셀링’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미러링(Mirroring : 거울효과, 따라하기 현상, 동조효과)라는 용어로 살명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거의 동시에 따라하면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면 나만 손해”라는 피해의식 때문에 ‘패닉 바잉’과 ‘패닉 셀링’을 반복하기 때문에 ‘버블’이 자꾸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이 세상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의 마음에 따라 움직이고, 변화한다”는 뜻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불가(佛家)의 화엄경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와도 일맥상통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예방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는 ‘코로나19’가 세상을 휩쓸기 시작한지 벌써 5개월이나 됐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66일만 계속하면 ‘습관’이 돼버린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미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장악한 세상에서 사는 것이 ‘습관’이 돼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나만 좋은 기회를 놓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습관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은 것처럼 말입니다.
/글 :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조명평론가.
# 이 글은 [한국조명신문] 2020년 6월 15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