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자와의 관계 - 역량/발전
인간관계편
1. 페르소나
2. 상급자와의 관계
3. 하급자와의 관계
3.1 하급자가 진정 원하는것
3.2 상사의 의리와 신뢰가 드러나는 순간
-> 이번글: 3.3 내가 먼저 커야 팀이 산다
사이클 팀 경기에선
‘드리프팅’이라는 기술이 있다고 합니다.
결승전에 나설 주력 선수의
체력을 아껴주기 위해,
다른 팀원이 맨 앞에 서서
바람을 맞습니다.
앞에서 공기저항을 견뎌주는 덕분에
뒤따르는 에이스는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덜 쓰고
더 멀리 달릴 수 있게 되죠.
이렇게 희생하는 팀원을
**도메스티크(Domestiques)**
라고 부릅니다.
아무리 개인종목이라 해도,
혼자 이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도메스티크가 없었다면
에이스는 결승까지 오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몇 년 전,
세계 최고 사이클 팀이
피 수혈 훈련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훈련 중 체력 회복을 위해
미리 채취해둔 자기 피를 수혈해서
훈련을 이어가는 방식이었죠.
불법은 아니었지만,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사건을 들으며
오히려 다른 걸 떠올렸습니다.
그 선수 뒤에는 팀닥터,
피로도를 계산하는 데이터분석가,
장비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있었을 겁니다.
즉, 겉으로 보이는 선수 한 명 뒤에는,
말 그대로 팀 하나가 있었던 거죠.
요즘 시대의 경쟁은 다 그렇습니다.
가수 한 명이 혼자 빛나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의상팀, 안무가,
보컬 트레이너가 있습니다.
이제는 팀으로 경쟁하고,
팀으로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혹시 나는 “팀으로 일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질문을 하나 던져봅니다.
내 경쟁자는 어떨까요?
그들도 과연 혼자일까요?
숲속에서는 나무들끼리도
치열하게 경쟁한다고 합니다.
더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
높이 자라려는 싸움이죠.
그런데 어떤 나무가
‘이만하면 됐어’ 하고
성장을 멈추는 순간,
주변 나무들은
계속 자라며
그 위로 가지를 뻗습니다.
햇빛은 더 이상,
그 멈춘 나무에게 도달하지 않습니다.
조직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성장을 멈추더라도,
경쟁자는 계속 자라고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현상 유지를 위해서도,
최소한 경쟁자만큼은
따라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정도면 나는 괜찮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리더라면,
이런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생했고,
어느 정도 여유를 가져도 된다고 말이죠.
그런데 그 리더 곁에 있는 후배는 어떨까요?
그 리더를 믿고
따르며 배우는 입장에서는,
“같이 침몰해도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혼자만의 커리어라면,
어떤 선택이든 괜찮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데리고 있다면,
나의 멈춤은
누군가의 기회까지도
함께 멈추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정말 그 후배를 위한다면,
내가 데려갈 수 없는 곳이라면,
더 나은 기회를 안내해주는 것도
하나의 배려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가 커질 수 있을까요?
저는 한 가지 방법을
제안드려봅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해보는 겁니다.
100%의 에너지와 시간을
현재 업무에 쏟고 있다면,
지금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해서
20~40%를 확보하고
새로운 곳에 투자해보는 거죠.
10~20%는
나 자신/팀의 미래를 위해 씁니다.
선행 기술을 공부하거나,
새로운 분야를 파고드는 거죠.
기업으로 따지면
‘선행기술 연구소’,
‘전략기획실’처럼 움직여 보는 겁니다.
또 다른 10~20%는
후배들을 위해 씁니다.
그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데
시간을 나눠보는 거죠.
예전에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회장님이 참석하는 큰 행사라도
복사만 맡은 직원은 재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자기 이름으로 기획한
소규모 프로젝트를 맡으면
훨씬 더 신바람이 나죠.”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무턱대고 맡기는 건 안 됩니다.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실패해도 Risk가 적도록 일 자체를 나눠주는 방식
→ 시간 단위로 혹은 업무단위를 쪼개서 맡길 수 있게 합니다.
실패하지 않도록 곁에서 코칭해주는 방식
→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방향을 같이 잡아줍니다.
이건 내 시간을 나누는 일이지만,
결국엔 내 사람을 만드는 투자입니다.
후배는 상사를 도우며
팀의 성과를 같이 느낍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기 성장을 위한 고민도 늘 하고 있죠.
만약 외부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왔을 때,
후배는 이렇게 저울질할 겁니다.
여기서의 경험은 충분한가?
상사는 나를 믿고 있나?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여기서도 얻고 있나?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게 바로 리더의 역할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배와 꼭 성향이 맞을 필요는 없습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서운해할 필요도 없고,
무리하게 좋은 감정을 만들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다름이지, 틀림은 아니다.”
그저 동료로 대하면 됩니다.
오히려 감정을 과하게 섞다 보면,
나중에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적인 부탁
(물건 수령, 사적인 심부름, 가정사 공유 등)**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런 것들이 예상 밖의
오해를 만들기도 하니까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변화는 이것입니다.
“내가 지금 쓰는 시간 중 20%를 덜어내어
내 성장과 후배의 성장을 위해 배분하는 것.”
나는 결국 혼자 해낼 수 없습니다.
진짜 좋은 팀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 팀은,
내가 먼저 성장하고 주변을 키울 때 따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