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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찌 Jan 05. 2022

보상이 보장되지 않은 노력

Role & Responsibility

"마찌야, 내가 너 아끼니까 해주는 말인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려고 해 나중에 너만 허무해져. 우린 그냥 월급 받은 딱 정도로만 일하면 되는 거야."

신입 때 퇴근길에 같은 팀 권형이 나에게 해주고 간 말이었다. 친한 형이고, 배울 점이 많은 형이라서 정말 현타가 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의 업무는 정보 전달이었다.

개발 차량의 개발 주체는 미국 이렀고, 차량은 소형차 홈룸인 한국에서 build 하고 있었다. 

우리 팀에 담당하는 파트들은 5개 정도로 차량 빌듯이 일어나는 이슈 중 우리 파트 문제일 가능성으로 잡히면 있다면 해당하는 미국 담당자에 알려주는 일이었다.


기어 변속 박스가 들어가는 cast housing이 우리 파트 중 하나였다. 회의에 들어가니 이슈가 하나 잡혀있었다.

회의 주체자가 회의록에 이슈 리스트를 첨부하면 나는 미국 담당자에 전달하여 보내면 그만 이겠지만, 뭐가 문제인지 나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 내용 전달받는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어차피 미국 담당자는 한국시간 저녁에나 내 이메일을 받아볼 것이다. 일단 빌드 장소로 가서 실물을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빌드 작업해주시는 기술원분이 안에 casting 안쪽에 걸쇠 하나가 잘 안 걸리는 것 같다고 보여주셨다. 이것 자체도 전달하기 아주 좋은 정보였다. 


"이슈 없는 양품의 casting도 여기 있으실까요?" 하고 양품과 비교해보니 불량품은 걸쇠가 짧아 보였다. 

이게 원인인가? 정사 양은 길이가 얼마나 돼야 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단 자리로 돌아와서 3D 데이터를 켜보고 정사 양의 걸쇠 길이를 체크했다. 그리고, 사진기와 줄자를 갖고 고픔 있는 장소로 다시 가봤다. 공차를 감안해도 고품 걸쇠는 길이가 짧았다. 줄자와 사진기로 증거사진을 찍고 담당자에 메일을 썼다.


'첨부와 같이 오전 build회의에서 우리 이슈로 넘어온 건이 한건 있는데, 실 품을 내가 보니 안에 걸쇠 길이 문제인 것 같다. 3D  math 데이터상의 사양보다 공차 감안해도 사진에서 보듯 고품은 길이 짧다. 이게 이슈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남의 업무까지 오지랖을 부려야 한다는 단순한 얘기가 아니다.

누가 무엇을 하느냐 보다 같이 일하는 product development team으로써 무엇이 make sense 하고, 회사 입장에서 무엇이 더 효율이 있을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원래 프로세스라면 이슈 보고를 미국에 하고, 고품을 미국 담당자에 항공으로 보내면 나의 업무는 끝이다.

미국 담당자가 원인 분석 후(양품과 1:1 비교를 못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원인에 해당하는 부품의 해당 협력업체와 논의해서(논의에 이견이 있다면, 고품을 다시 협력업체에 또 보내고) 

개선품을 한국에 보내야겠지만, 일단 첫 단계인 고품이 미국으로 날아가는 데만도 통관 포함하면 적어도 3~4일을 걸릴 일이었다. 


일에 실마리를 잡았으니, 미국 담당자에게는 일 진행이 훨씬 빨라진 것이다.


박지성의 축구 하이라이트를 보고, 친구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박지성은 포지션이 뭐야? 두 개의 심장이라 불리는 게 당연할 만큼 최전방 공격에서 최후방 수비까지 달려가는 그의 플레이에 원래 포지션이 뭔지 헷갈릴 정도였다. 난 공격수니까 공이 중간 넘어가면 다른 수비수에게 스틸 역할을 넘겨야 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다른 사람보다 공에 가까이 있고, 내가 뺏을 수 있다면 심지어 내 원래 역할에도 지장이 없을 거라면 Role & Responsibility 상관없이 내가 붙으면 되는 것이다. 내 역할은 공격플레이만이 아니라 팀 전체의 승리이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들이 박지성 선수처럼 순간순간 판단하고 팀의 목표를 향해 플레이를 한다면, 내가 상대팀이라면 정말 막막할 정도로 강력한 팀이 될 것이다. 


회사생활에 수없이 딜레마, 나 역시 "근데 이렇게 한다고 승진해주나", "이런다고 돈 더 주나"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다. 내 성격상 내 이름 달고 보내는 이메일, 일처리는 조금 더 깔끔하게 됐으면 싶은 성격도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목표를 가진 팀으로써 내가 하는 것이 팀 전체의 효율에 맞다는 판단이면 하는 것이 맞다.  


보상이 보장되지 않았음에도 노력하는 것은 정말로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는 것처럼 쉽지 않다.

원하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노력해보는 것. 우리는 그것을 risk를 진다고 하고, 그것을 도전이라고 한다. '도전정신', '용기'는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는 선택을 하거나, 히말라야에 오르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Ps. 당연히 우려되는 점은 management입장에서의 악용이다. 일단 팀 업무에서 내 비중이 커지면, 어느 플레이어가 빠졌을 때 리스크가 큰가라는 관점에서 '날 악용하고 있구나'라고 계속 느낄 만큼 내 기분을 거스르게 하지 않는다. 내가 빠지면 loss가 크니까, 하나라도 더 챙김을 받게 된다. 그래도 아니라면 주변에서(옆팀, 옆 회사, 거래처) 알아보고 더 좋은 조건으로 기회가 온다. 사업의 핵심은 사람이고, 기업들은 '사람이 없다'라고 할 만큼 좋은 사람에 목마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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