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찌 Nov 27. 2022

고객도 웃으며 받아들이는 거절의 방법

상황설명

"아니, 고객사라도 이렇게 해도 되는거요? B가 문제의 원인이 맞고, 내가 책임질테니까 새롭게 변경되는 디자인에 A말고 B를 설변해서(설계변경) 진행합니다!" 협력사 상무님이 으름장을 놓듯 말했다. 순간 너무 놀라서 얼굴은 화끈거리고, 등은 싸늘해졌다. 정적의 5초가 지나니 속에서 화라고 하는 불덩이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가 고객사 이지만 일개 대리이고, 내가 나이가 어리다고 이렇게 취급하는건가?', '그러다 A가 원인이 아니면, 다 흘러버린 시간은 뭘 어떻게 책임진다는거지?'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  


매 회의는 전쟁터였다. 회의실에 모인 한사람한사람은 각 부서에서 모인 대표였기에 지지 않으려고, 불리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내가 제품시험을 돌리다 제품의 문제가 발견되서 모이는 날에는 더더욱 날이 서있다. 

"시험은 procedure 그대로 한게 맞나요?" 

"시험 조건은 어떻게 되죠?" 

"그게 실차에서 있을수 있는 조건인가요?" 등등, 


나도 반대로 

"이게 양산 디자인 맞나요?" 

"양산 프로세스에서 나온 제품 맞나요?" 라며 혹시 내가 시험한 제품에 문제가 있었던건 아닌지 되묻는다.


혹여나 내가 "제품한개가 아니라 동일 시험군의 여러제품에서 발생했으니, 설계이슈라고 봐도 될까요?" 라고 

민감한 질문을 하면 대게 협력사 설계담당자는

"그건 아직 모르는거죠!" 라며 펄쩍 뛴다. 


대게 시험이슈이거나, 설계이슈 아니면 생산퀄리티의 문제인 경우가 많기때문에, 세개팀은 서로 자기문제가 아닐 근거를 들어가며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이렇게 날이 서있는곳에선 왠지 한마디라도 지면 우리팀 전체가 지는 느낌이라 말이 다소 날카로워 지기도 하며, 감정적으로 되기 십상이다. 팀의 입장을 생각해서 반대팀에겐 무리가 있어보이는 제안도 하게된다. 


가령 맨처음 말한 협력사 상무님의 주장이 그런 케이스였다. A가 문제가 맞다면 자기네 조직의 귀책이 너무나도 확실시 되는것이다. 자기가 보기엔 옆부서의 B문제 같은데,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시험할때 B만바꿔서 2차 재시험하고 B가 아닐경우 A를 변경한 디자인으로 3차 시험을 해보자는것이다. 이렇게되면 B를 시험하는동안 최소한 시간이라도 벌게 된다. 하지만 나는 양품으로 시험을 마쳐야하는 데드라인이있다. B먼저 시험할 여유는 없고, 오직 재시험 한번할 시간만 남은 상황이다. 


"안됩니다 상무님" 


아마 사원의 나였다면 회의실에서 이렇게 말 했을것같다. 나를 무시한것 같아 기분나빴고, 왠지 회의실에 이많은 사람들 앞에서 지기싫어, 오랫만에 고객사인 나의 지위를 이용하여 그분의 의견을 묵살함으로써. 누가 우위에 있는 사람인지를 회의실에 있는 모든사람들에게 다시 상기시켜줬을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상무님은 회의실을 박차고 나갔을것이며, 희의실 협력사사람들은 앞으로 내 지위를 무서워할지라도, 협력을 이끌어내기는 힘들었을것이다. 자기 상무님을 면박준사람에 적극적으로 support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히기 싫으니 말이다. 


종종 '이건 말도 안되는 제안이야' 라는 생각이 들만큼

재고해볼 가치도 없는 의견을 받을때가 있다. 프로의 세계인만큼 내막을 보면 제안하는 사람도 무리된것인줄 알지만 팀의 혹은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여 해오는 제안이다. 


이런것들은 정말 잘 거절 해야한다. 같은 거절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웃으면서 회의실을 나가야 다음회의 그다음 회의에서 장기적인 협력이 지속되는것이다. 고객사와 협력사로 역할이있지만 결국 팀으로 같이 호흡이 찰떡같이 맞아야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되어왔다. 정확히 말하면 찰떡같이 해도 될까말까한데, 잡음이 만들어지면 실패가 뻔하고, 나중에 내 매니져한테 나는 잘했는데, 재네가 못해서 망했네 푸념해봐야 소용없다. 


밑에는 내가 터득한 두가지 거절법이다. 


1. 지연거절

제안을 듣는 순간 이미 안되는줄 알고있더라도, 일단 "상황은 잘 알겠습니다. 내부 회의후 방향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등의 대답으로 일단 제안을 받아온다. 내부회의를 하던 안하던 이틀정도 후에 "좋은 제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부 회의를 해보았는데, 이런이런 이유로 역시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등의 거절메일을 드린다. 이렇게 되면 대표제안자는 본인팀의 입장을 대변해서 시도를 해보았던 사람으로 면이 서게 된다. 

즉각거절은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들며 (특히나 제3자들이 더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어디 두고보자'식의 삐딱한 비협조자로 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거절이지만 신기하게도 시차를 두고 말씀드리면, 받아드리는 분이 거절을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아마 일단 제안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받아들였고, 시도를 했었지만 아쉽게 안됬다라는 인식을 줘서가 아닐까.


2. 분신술

두번째는 분신술이다. 거절의 당사자를 내가 아니라 불특정다수 혹은 조직으로 하느것이다. 예를들어 "무슨말씀이신진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러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하여 제가 제 내부팀원들을 설득할수있는 rationale이 없습니다." 등의 나는 당신을 이해하지만, 내입장에서 그것을 승인받을 설득력있게 전달할 방법이 없다라고 얘기하던가, 혹은 위의 지연거절의 예시처럼 "내부 회의를 해보았는데, 역시나 이러이러한 문제점들이 지적이 되어 아쉽게도 진행하기가 어려울듯합니다." 등으로 나는 빠져나가고 불특정 다수(내부회의)가 왜 거절했는지의 이유를 설명을 하는식이다. 받아들이는 사람도 거절의 당사자를 모르기 때문에 감정을 쏟을 대상을 모르니, 감정적이 될수가 없고 내가 말한 문제점들에 대해 어떤 생각치 못한 해결책이 없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결과적으로 맨처음 상무님께는 뭐라고 거절해야할까? 


아마, 내 생각에 제시 받은 며칠 후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B가 문제일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버린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 제 시험 일정상 시험을 두번 더 진행하기는 어렵습니다. 내부 회의결과 근거1과 근거2등의 이유로 아직은 A가 문제일 가능성이 아무래도 B보다는 조금 더 높게 생각될수 밖에 없을듯합니다. 일단 다음 디자인은 A를 변경하하는것으로 가지만, 혹시 저희가 미처 놓친 추가 근거들이 있다면 전달 부탁드립니다." 등으로 공감하며 말씀드리면 협력사가 아니라 고객사라도 기분나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