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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주연 May 28. 2018

0. 한달동안 해외에서 살 수 있다면?

내가 바라는 삶에 대한 질문

‘한달살이’
 

요즘 유행하고 있는 여행 방식이다. 여러 나라를 짧고 분주하게 관광하기 보다는 한 도시에 한달간 머물면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 나에겐 이 한달살기가 세계일주 만큼이나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졌다. 살면서 한달이라는 텅 빈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대학생일 때는 시간은 많았으나 돈도 없었고 무엇보다 마음이 바빴다. 대학 시절 내내 나는 언제나 그놈의 ‘취업’ 때문에 불안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어서 4년간 대외활동, 알바, 인턴.. 할 수 있는 활동은 일단 신청하고 봤다. 그러고도 남는 시간에는 아득한 미래를 걱정하느라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다.


 여행은 또 어떤가? 모두가 입을 모아 20대에 여행을 떠나라고 하니, 좋은 건 꼭 해봐야지 싶었다. 알바와 과외로 어찌어찌 돈을 모아 떠난 여행은 간절했던 만큼이나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하나라도 더 보려고 잠을 줄이고 샌드위치만 먹으며 돈을 아꼈다. 그러니까 애초에 대학생의 나에겐 ‘한달동안 아무 것도 안하는 여행’은 사치였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 한달이란 시간은 퇴사를 해야만 가능했다. 예외적으로 나의 첫 회사에서는 안식월 제도가 있어서 3년차가 되면 한달의 유급휴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마저도 못 견뎌서 한달 휴가를 쓰지 못하고 퇴사를 하였으나… 안식월이란 엄청난 복지 역시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3년의 시간을 버텨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안식월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고, 보통의 직장인들은 1년에 길어야 2주 휴가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해외에서 한달살기’ 란 모두의 로망으로 밖에 남을 수 없는 것이다.

 



 아주 만약에, 이 꿈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한달을 보낼 것인가?  


위에서 언급했던 나의 전 직장 사람들은 이 행복한 고민으로 더럽고 치사한 순간들을 버텼다. 그렇게 해서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만 한달을 보내거나 터키, 파리 등 원하는 곳에서 1~2주씩 여행하거나, 제주도에서 한달간 머문 사람도 있었다.

 

 나 역시 회사생활이 너무 힘들때면 이 질문을 떠올렸다. 의외로 꽤 어려워서 아주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 한달 만큼은 온전히 내가 바라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렇다면 내가 바라는 삶이란 무엇인가.



1) 섬에서 한달간 원없이 스쿠버다이빙 하기
2) 작은 바닷마을에서 매일 에세이 쓰기
3) 남미에서 살사와 스페인어 배우기
 


이 정도의 리스트가 나왔다.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보니 한달이란 시간이 길면서도 또 짧은 시간이었다.  매일 무언가를 기록하며 아주 최소한으로 뭔가를 하겠다고 꿈꿨지만 사실 쉽지 않을 것이다. 마음만 바빠서 스스로를 쪼아댈 생각을 하니, 나란 사람은 어쩔 수 없구나 싶었다.


 그리고 올해 6월, 생각지도 못하게 해외에서 한달살이를 하게 됐다. (!!!) 좋은 기회가 생겨 회사를 옮겼고, 또 좋은 기회로 한달동안 해외에서 일하며 살 수 있게 됐다. 한달살이를 준비하고 또 성장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기록할 예정이다. 지금도 이 기회가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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