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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주연 Mar 06. 2018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새내기에게 쓰는 편지

전국의 아싸 대학생들이여, 보아라

이 편지는 새내기였던 과거의 나에게 쓰는 편지다. 3월에도 눈이 쌓여 있던 서울의 추위만큼이나 대학의 인간관계가 낯설기만 하던 스무살. 연이은 폭음으로 속을 다 버리고도, 친구를 사귀어 보겠다고 힐을 주워 신고 술자리로 기어나가던 그때의 나에게 7년이 지나서야 보이는 것들을 말해주고 싶어서.



스무 살의 나야, 안녕. 너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얘기해줄게. 먼저 넌 새터에서 한 조로 묶인 동기들과 같이 다니게 될 거야. 수강신청도 같이 하고 개강 모임도 같이 가고. 근데... 뭔가 좀 안 맞는 걸 느껴.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대화도 겉돌고 무엇보다 다들 수업 끝나면 칼같이 집으로 가더라고. 자취를 하는 나는 하숙방에 돌아 가봤자 별 할일도 없는데 말야.


네가 꿈꾸고 있는 대학생활은 그런 거지? 대학교에 서 새로이 사귄 친구들과 밤새 술을 마시고 그러다 같이 수업도 빠지고, 한강에서 피크닉도 하고. 대학생이 되었다는 기쁨을 함께 누리며 젊음을 탕진하는 끈끈한 시간을 바랬지. 환상을 깨서 미안한데 안타깝게도 너에겐 일어나지 않는 일이야. 성급하게 친해진 친구들 역시 이건 아니다 생각하고 뿔뿔이 흩어졌을 테고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서로 친해져 있어서 네가 끼어들 틈이 없을 테니까.


새내기들은 3월에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하잖아. 과방에 앉아 있으면 선배들이 자연스럽게 밥 사준다며. 그래서 너도 일말의 기대를 품고 수업이 끝나면 과방으로 가게 돼. 점심시간이 되면 수다를 떨던 친구들은 선약이 있다며 자리를 뜨고, 과방에 들른 선배들이 “어 너도 있었네, 같이 밥 먹을래?” 하며 짓던 곤란한 표정을 몇 번 마주하고는 과방에 가는 걸 그만두지. 혹시라도 밥 약속이 잡히면 그 자리는 또 얼마나 어색하던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기억도 나지 않는 겉도는 대화를 한두시간쯤 나누고 그만이었어.


혼자 밥 먹다가 동기&선배들 만났을 때 표정


그렇게 과에서 외롭게 3월을 보내고 나면 너는 동아리에 집착하게 돼. 과 학생회,단과대 소모임, 스키부, 영화 동아리, 총학생회 소모임... 하고 싶은 동아리는 다 가입하다보니 어느새 가입한 동아리가 5개네? 그러다보니 네 스케줄러는 매일매일 동아리 모임으로 가득차. MT는 꼭 한 시즌에 몰려 있어서 한 주에 두 탕을 뛰기도 해.


네가 간절하게 찾고 있는 거, 소속감 아냐? 더 까놓고 말하자면 ‘인싸’가 되고 싶은거지. 과 친구든 동아리든 너를 반겨주고 필요로 하는 곳. 노력이 무색하게도, 5개의 동아리에서도 너는 친구를 만들지 못했어. 모임 자리에선 곧잘 친하게 지내지만 단둘이 연락한다거나 만나기는 어색한 그런 사이 있잖아. 바쁜 동아리 생활에서 남았던 건 딱 그정도의 관계였어.


길 가다 만나면 어색하게 알은체하는 사람만 30명은 될 듯

술자리라도 있다고 하면 빠지지 않고 가지. 혹시라도 재밌는 술자리를 놓쳐서 대화에 끼지 못하게 되면 어떡해. 근데 역사적인 술자리 따윈 없더라. 모인 사람들 모두 술 마시는 게 서툰 새내기잖아. 주량도 제대로 모르면서 호기 부리느라 소맥을 원샷하질 않나, 어색하니까 술게임만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엉망진창이었지. 취기에 웃고 떠들고 나서 비틀비틀 돌아오는 길은 어쩜 그렇게 허무하고 고요하던지.


원래 대학생활은 이렇게 외로운건가? 아니야 나만 망한 것 같아. 그때의 나는 뭔가에 계속 쫓기고 있었어. 내가 만들어낸 ‘새내기 대학생활의 정답’ 에. 새내기라면 응당 과 친구들과 어울리고 축제에서 공연도 하고 그래야 할 것 같잖아. 주변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딱 내가 생각한 대학생처럼 너무 잘 지내고 있었으니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어. 내가 사교성이 없나? 매력이 없나? 한 학기 내내 인간관계에 실패할 때마다 스스로를 탓했어. 그렇게 내 대학생활 첫 학기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폭망했지.


수업에서 친구&썸을 꿈꾸고 있니? 4년 내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7년이 지난 지금,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네 탓이 아니라고. 너에게 문제가 있어서 친구가 없는 게 아니라 단지 운이 없어서, 너와 맞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것 뿐이라고. 7년을 더 살아보니 알게 됐다고. 그러다 똑같이 아싸로 힘들어하는 친구와 불꽃처럼 친해져 같이 살게 되고, 첫 학기가 끝난 여름방학엔 학교 방송국에 들어가서 아싸 시절이 그리워질 정도로 빡센 대학생활을 하게 될거야. 곧 너 나름의 소속감을 찾게 돼.


만약 스무살의 내가 이 편지를 읽는다면 뭔가 달라질까? 다른 친구들과 내 대학 생활을 비교하는 일을 그만두고 나만의 행복을 찾아 마이웨이로 대학생활을 할 수 있을까? 아닐 것 같아. 그땐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 적어도 자책하며 울던 날 정도는 줄어들겠지. 공강 시간에 펼쳐든 대학내일 잡지에서 읽었던 글로 위로 받았던 마음을 기억하며 이 편지를 쓴다. 이 편지가 과거의 나를 닮은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기댈 곳이 되기를 바라며.

대학생활 아싸들 화이팅! ㅠㅠ 너는 너만의 길을 가라!!!



이번주 대학내일 issue 코너에 한 꼭지를 썼습니다.

원고지 6매에 다 담지 못한 짠내폭팔 대학생활 첫학기 썰을 담았습니다. 흑흑 ㅠ_ㅠ

내 얘기를 쓰는 건 나체로 문밖을 나서는 것만큼 민망하지만 또 그만큼 쓰면서 제일 즐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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