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요즘이다. 가을이 끝날 즈음에는 얇은 옷을 넣어두고 도톰한 옷을 꺼낸다. 한 계절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은 버릴 것으로 추려낸다. 계절마다 옷을 정리하는 일은 자주 해오던 일이라 한 시간 이상 허비되지 않는다. 신기한 일은 자주 정리를 하는데도 버릴 옷은 항상 나온다는 것이다. 아이가 있으니 작아진 옷은 당연히 내년에 못 입을 터. 몇 안 되는 티셔츠는 제복이 되어 거의 매일 입게 되니 해져서 못 입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금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선별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물건을 줄이면 내가 관리해야 하는 물건의 양이 줄고 유지하는 데에 수월하다. 그만큼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그 시간과 에너지는 내가 집중해야 할 본질에 더 충실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생활, 단순한 관계, 단순한 공간, 단순한 사람이 좋다. 단순함이란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복잡함에 머무른다는 것은 본질에 치우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본에서 벗어나기 쉽다. 스케줄 가득한 약속들, 친목 도모를 위한 여러 모임들은 끊어 내려 노력한다. 그래야만 도서관에서 어슬렁거리는 나만의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읽고 사색하고 쓰는 일에 더 가치를 두고 싶기 때문이다. 번잡함에서 멀어지고 혼자만의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다.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위대한 일은 한결같이 시장터와 명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진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의 고독에 대한 찬미를 보아도, 단순한 삶, 고독의 여정에 올라타기에 충분히 의미가 있다.
평소에 먹는 음식도 간단한 음식을 선호한다. 자연에서 온 그대로를 먹는 게 제일 좋다. 과일과 채소는 살아있는 음식이라 여기고 하루 한 번은 식단에 넣는다. 소량의 과일, 고구마, 삶은 계란, 샐러드 간단하게 금방 해 먹는 음식이 속도 편하고 조리하는 데 시간도 많이 들지 않아서 좋다. 가벼운 몸을 유지하고 싶기도 하고 건강한 마음과 몸을 관리하기에 욕심부리지 않고 소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쩔 수 없이 무겁게 외식하는 날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의 친구들을 대접해야 하거나 회사 사람들과 무거운 음식을 먹고 과하게 지출하게 된 그런 날은 과식과 과잉 소비로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이 남는다. 그런 다음 날에는 한 끼 정도는 건너뛰는 게 좋다. 간단하게 먹고 가벼운 몸을 유지하려는 것도 단순한 삶과 연결된다.
단순한 삶은 누구나 원하지만 얼마큼의 단순함이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는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봐야 한다. 자신의 상황과 한계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극단적인 물건 없음은 지양하고 자신에게 맞는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
나는 한가롭게, 고요함이 스민 풍경을 바라보는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삶이 단순한 삶이라 여긴다. 이 한가로움과 자유가 머릿속부터 발끝까지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