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병내이팅게일 Aug 09. 2022

버텨라


'나는 동생을 달래며 "힘들지? 힘들어도 버텨야지"라고 말했다. 동생이 얼굴에 콧물을 잔뜩 묻힌 채 "버티긴 뭘 버텨, 힘들어서 죽고 싶다고"하며 악을 썼다. 그러나 나는 달리 해줄 말이 없었다. 나조차도 버티고 있는 입장이므로 버텨보기만 한 나로서는 버티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 이 불안과 가난과 부조리와 비효율과 억울함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막내도, 3년 차도, 6년 차도, 10년 차도 버티는 이곳. 가끔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오래오래 걷고 있는 느낌이다. 이 버팀의 터널 끝에 과연 광명이 있을까. - 안 느끼한 산문집_강이슬'


버티라는 말, 임상에 먼저 와서 동기들의 퇴사를 바라보거나 이제 막 입사한 후배들이 버티기 힘들다는 말을 할 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안타 까웠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입원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가정의 문제를 가진 경우가 많다. 그 친구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왜 그 친구가 입원을 했는지 화가 나기도 한다. 그래도 문득 자신의 부모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기에 자신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나갈 힘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답답함과 좌절 속에서 자기 자신만큼은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힘 말이다.


사회에 나가보면 수많은 또라이(?)들이 있다.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상사도 있고 모욕적인 말들을 서슴없이 뱉어내는 고객들도 있다. 가까운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멀었던 동료들도 있고, 앞과 뒤가 다른 후배들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그들을 바꿀 수 없다. 어떤 풍파가 와도 부서지지 않을 나만의 유연함과 단단함이라는 무기를 잘 연마해야 한다. 힘든 상황 가운데 도망치지 않고 개입할 땐 과감 없는 용기와 빠져야 할 때는 마음을 내려놓을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의 삶은 그런 지혜를 키워나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연륜이 있다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식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