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야, 요즘 엄마의 불안감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도 엄마가 삶에 대해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하게 되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과업들, 20대, 30대, 40대에 해야 한다고 믿었던 목표들이 꼭 그 시기에 다 이루어져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거든.
사람들은 아이를 키울 때도 대학입시를 위해 이런저런 기준을 세우곤 해.
"중학교 때까지 영어를 마스터해야 해."
"수학 선행을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 가면 수학에만 올인해야 해."
"대학교는 인서울이어야지."
이런 말들 말이야.
그런데 윤아야, 이런 기준들이 모두 언제 생겨난 것인지 생각해 본 적 있니?
현재의 교육제도는 사실 산업혁명 시기에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를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거란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계화된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들이 필요해졌고, 그래서 일기, 쓰기, 산수 등 기초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을 대중화하여 국가에서 관리하게 된 거야. 산업혁명이 18세기 중반에 시작되었으니, 300여년이 지난 현재와는 많이 달라졌을 수 밖에 없지. 그래서 지금의 기준들이 현재의 우리 삶에 꼭 맞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산업혁명 시기에 필요했던 지식을 암기하는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바로바로 검색하면 모든 걸 알려주는 인공지능의 시기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될거야. 그 대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겠지. 그래서 윤아가 단순히 남들처럼 맞춰가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윤아만의 길을 찾아가면 좋겠어.
엄마는 윤아와 엄마가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엄마 마음대로 무언가를 강요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아. 만약 엄마가 윤아에게 이런저런 과제나 시험 점수를 꼭 달성하라고 강요하고, 그러기 위해 엄청 혼내면서 억지로 하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엄마도 윤아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을 거야. 그리고 억지로 하니 결국 좋아하지는 않게 되겠지.
그래서 엄마는 윤아가 남들과 비교하면서 경쟁의식에 쫓기거나, 정해진 데드라인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도 한때는 그런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내려놓게 되었거든. 2024년 어느 날, 엄마는 그동안 엄마가 불필요한 불안감을 느끼며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불안도가 많이 낮아진 것 같아.
윤아야, 모든 사람들이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잠시 졸음 쉼터에 들러 쉬어가도 괜찮아. 조금은 천천히 국도로 달려도 괜찮고, 경로나 목적지를 바꿔도 괜찮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 엄마의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어.
윤아도 처음 시험을 보게 되면서 긴장을 많이 하게 될 수도 있을 거야. 그건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니까, 그 마음 자체는 칭찬해주고 싶어. 하지만 평상시와 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한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그러니, 시험 때에도 평소와 같은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연습을 해보면 좋겠어. 결국 중요한 건 윤아가 윤아만의 속도로, 윤아가 원하는 길을 걸어가는 거란다. 엄마는 늘 윤아를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