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 잡힌 거시기

마음의 산책: 수필

by 하태수 시 수필

저당 잡힌 거시기


가을 들녘은 고추 수확으로 바쁘다.
밭에서 빨간 고추를 따고, 깨끗이 씻어 비닐하우스에 널어 태양초

를 만들고, 시골살이는 늘 허리를 펼 틈조차 없다.


그날도 읍내 농협에 고추 수매 관련 볼일을 보고, 오일장이 열린

김에 생선도 사고, 커브길 주유소 옆에서 아버님(95세)을 우연히

마주쳤다.


“아버님, 언제 장에 나오셨어요?”
“오냐, 잘 만났다. 이리 와 보거라!”
“어디로 가세요?”

아버님은 내 손목을 잡고 읍내 철물점 앞으로 걸어가셨다.


그리고 저쪽에 놓인 네 발 달린 손수레를 가리키셨다.

“저거, 네 지프차에 좀 실어라.”

갑작스러운 요구에 순간 지갑 사정이 떠올랐다.
아뿔싸, 잔돈 몇 푼밖에 없었다.


“아버님, 다음 장날에 사시지요.”
“왜 지갑에 돈도 안 가지고 다니냐!”

그러시더니 철물점 주인을 부르셨다.


“이놈이 내 아들인데, 이놈 거시기 잡혀 있으니
그 손수레 좀 주시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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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늦게 피는 꽃일수록 향이 깊듯, 삶의 시간을 글로 피워냅니다. 경주에서 태어나 단양과 서울을 오가며 시와 수필을 쓰고, 한 줄 문장에 세월의 결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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