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수필:
나를 살린 사람들 — 하태수 유년 연작 수필
1화) 열다섯 살의 물동이
— 가난이 대신 살았던 나의 사춘기
어느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문득 뒤돌아보면 잊고 살았던
한 시절이 마음 저편에서 쓰라리게 되살아난다. 한창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야 할 열다섯, 열여섯 살 무렵. 중학교 1학년에서 2학년
사이였으니 대략 그쯤의 기억이다.
그 시절의 나는 또래 아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짐을
어깨 에 지고 살고 있었다. 우리 집에는 어린 나에게 맡겨진 고된
일과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물 떠 오기’였다.
바케츠 두 개를 들고 집에서 십 리 가까이 떨어진 우물까지 다녀
와야 했다.양동이 두 통을 가득 채워 와야 하루의 임무가 끝났다.
철길 밑을 지나고 다시 철로를 건너 우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
을 하루에 수십 번이나 왕복 했다. 물이 가득 찬 양동이는 어린 어깨
를 짓눌렀고, 물이 출렁거릴 때마다 손목이 비틀리고 다리가 후들
거렸다.
걷다가 주저앉아 울어버린 날도 있었 고 길가에 힘 없이 주저앉아
하늘 만 바라보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물을 제대로 채워 오지 못한
날은 더 참혹했다.집에 돌아 오면 아버지의 매가 먼저 날아왔다.
매를 맞아야 겨우 저녁 잠을 잘 수 있는 날들이 이어 졌다. 숨조차
쉬기 힘든 밤도 많았다.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고 어디론가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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