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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연 Jan 11. 2022

떡국을 먹어야 한 살 더 먹지

포르투갈에서 해먹는 한국음식 이야기

 "아니 너는 포르투갈 사는 애가 한국에 사는 나보다 훨씬 더 잘 챙겨먹네!"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새해 덕담을 주고 받고 서로의 사진들을 공유하는 중에 오늘 해먹은 떡만둣국을 보여줬더니 친구들이 나에게 한 말이다.

 사실 한국에 살 때는 요리를 하는게 쉬웠다. 떡국을 하려고 하면 이미 준비되있는 재료들이 많기 때문에 (예를 들면 육수는 시판 육수를 사용, 만두도 시장 수재 만두 사용) 간단히 해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쉽고 재밌었던 요리가 포르투갈에 살면서는 생존의 형태로 변했다.


 먹고 싶으면 모두 직접 만들어야 한다.

 티비에서 나오는 삼시세끼가 남의 일이 아니다.

 오늘의 떡만둣국을 위해서 내가 준비한 것들은,

사골육수 : 3일동안 고았다.

만두 : 미리 만들어놨다.

떡 : 다행히도 아시안 마켓에서 구매..(떡을 안한게 어디야)

계란지단, 파(일반 슈퍼에는 안팔아서 아시안 마켓까지 가야 살 수 있는 귀한 파)

뭐 이정도다.


 이상하게 한국에 있을 때는 한식을 그렇게 챙겨먹는 편도 아니었는데 여기 살기 시작하면서 한식에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 친구들을 만나면 결국에는 항상 먹고 싶은 음식 이야기를 하고, 요리를 한 번도 안해봤던 학생들도 유학생활 반 년만에 한식 전문가가 된다. 요리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해외 생활을 추천한다.

 이곳에 살면서 생각 나는 음식이 있으면 그걸 꼭 해먹고 나야 직성이 풀리고 이후 소비한 시간과 노력에 현타도 함께 온다.


 '내가 이거 해먹자고 이 긴시간을 투자해서 만든건가......'


  이렇게 원하는 음식을 먹고 나면 반 년은 다시 해먹고 싶은 생각이 안난다.


문제의 떡만둣국, 저 앞에 김치, 깍두기도 다 내가 만든거

 내가 살고 있는 포르투갈에는 교민이 1000명도 되지 않을정도로 한인이 많이 살지는 않는다. 한동안 골든비자와 워킹홀리데이로 교민의 수가 늘어났지만 판데믹이 시작되고 한국으로 많이 돌아간걸로 안다.

 교민의 수가 적다 보니 한식당과 한국슈퍼도 많지 않아서 한식을 먹고 싶다면 집에서 해먹는 방법 밖에 전무할 따름이다.

 

 지난 여름에는 콩국수를 해먹기 위해 중국슈퍼에서 콩을 사와 하루동안 물에 불리고 끓인 후 믹서기에 갈아 무려 1박2일의 제조과정을 거쳐 콩국수를 해먹었었다.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건만 남편은 입에 안맞아 못겠다 하고 나는 한 그릇 먹고 나니 콩맛에 질려 버려 더이상 먹고 싶지 않았다. 옆에서 맛있게 먹으면 더 흥이 나 나도 더 먹었을듯 싶은데 짝꿍이 젓가락 내려놓으니 나의 에피타이트도 날아가 버렸다.

 이후에 남은 콩은 창고에 처박아 놓고 그대로 잊혀져버렸다.


 김치는 정기적으로 집에서 담근다.

 이곳에서는 한국에서처럼 김장김치를 많이 해놓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적당하게 보관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김치냉장고도 없거 다른 식재료와 함께 냉장고에 김치를 오래 보관하면 냄새가 모든 음식에 배어 버려서  감당해낼 수가 없다.

 그래서 보통 3개월에 한 번씩 2키로 정도 담가 베란다에 두고 푹 익힌 후 주로 찌개 요리로 해먹는다.


 가장 자주 해먹는 한식은 역시 김밥과 떡볶이다.

 남편의 최애는 김밥, 나는 떡볶이! 김밥은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집에 있는 재료들로 간단히 만들 수 있어 자주 해먹는다. 한국에서 해먹던 김밥보다 훨씬 간소한 버전인 포르투기 김밥의 재료는 루꼴라(보통 봉지로 팔아서 바로 사용하기 편하다.), 계란, 게맛살, 오이, 당근 이렇게 들어간다.

 뭐든 또르르 싸서 먹으면 다 맛있는 법이지.

 떡볶이는 나의 소울푸드다.

 슬플때, 기쁠때, 피곤할때 먹기 좋다. 언제나 좋다. 만들기도 얼마나 간단한가.

 떡볶이는 자주 해먹다 보니 양념을 아예 만들어 놓고 필요할 때마다 퍼서 쓴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맛있는 떡볶이는 우리집에서 먹어볼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나는 한국 친구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시작하더라도 결국에는 음식이야기로 빠진다.

음식에 대한 향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보다 강하다.

 여기에 내가 가장 먹고 싶은 한식을 적어보자면, 아주 잘 차려진 밥 한상을 먹고 싶다. 반찬은 적어도 5개, 메인 요리 2개와 갓 지어진 흰 쌀밥....

 먹는 얘기는 시작을 하면 안됐었는데.... 한동안 또 먹지 못하는 음식 때문에 힘들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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