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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연 Jan 11. 2022

반려견이 있기 전과 후

나의 소중한 가족 미키 배 호드리게스

 포르투갈에 살면서 기본적으로 쓰는 일상 대화 말고는 - 슈퍼에서 물건 사기, 이웃과 아침 인사하기 등 - 포르투갈어를 쓸 일이 많지는 않았다. 중요한 행정 업무라던지 포르투갈어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남편이 다 하고 있고 일상에서도 영어로 소통이 편하다 보니 막상 이 곳에 살면서도 포르투갈어는 늘지가 않았다.

 그런데 포르투갈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이 생겼다.


겨울에는 털복숭이


 코로나가 한창이던 2019년 가을 염원하던 강아지를 분양 받았다.

 포르투갈에서 강아지를 데려오는 방법은 한국처럼 유기견 입양이 있고 가정분양 또는 정식 브리더 분양이 있다. 나와 페드로는 소형견을 키우기를 원했지만 유기견의 경우 보통 15키로 이상의 대형견만 주로 있다 보니 유기견 입양은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봤었다.

 계속 서칭을 하던 중 가정 분양의 경우 동유럽에서 불법적인 강아지 공장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정식 업체인 브리더를 통해 데려오는 방향으로 찾아보다 말티즈를 분양 받아왔다.

 강아지를 돈 주고 사보긴 처음이었지만 (그 전 한국에서 키우던 강아지는 다 유기견 출신이었다.) 넓은 농장에서 자라는 엄마, 아빠 강아지를 보고 데려오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었다. 무려 족보도 있다..... 강아지 족보라니...

처음 잦아갔을 때는 너무 어려 아직 데려올 수 없었고 2개월 반이 지나서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주변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8시면 미키와 오전 산책을 나간다. 아침 시간 때는 주로 강아지와 견주만 거리를 돌아 다니는데 항상 다니던 길을 돌다 보니 서로 서로 얼굴이 다 익숙하다.

 강아지들끼리 인사하고 가끔 뛰어 노는 중에 견주들끼리는 스몰 토크가 오간다.

 난 아직 스몰토크까지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우리 강아지의 이름, 나이, 견종 이 정도는 답할 수 있다.

 맞다. 그 스몰토크가 하고 싶어져서 포르투갈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살면서 친구 사귀는게 어려웠던 적은 없는데 말이 안통하니 친구 사귀기가 너무 어렵다! 말을 배워야 한다!


 주 2회 포어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대학 부설 랭귀지 코스도 있지만 그런 곳은 주로 시작 시간이 너무 이른 아침이거나 스케줄이 빡빡해서 진도 따라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사설로 알아본 후 남편 사무실 근처로 다니기 시작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니까 너무 재밌다. 아직까지 원하는 말의 10프로도 못하지만 원하는 문장을 머릿속으로 만들어 내는 수준까지 왔다.

 

역시 모든 일은 동기가 생겨야 진행이 된다.

언어를 배우니 이후로 하고 싶은 일도 많아진다. 학원의 한 학기가 끝나고 다음 학기를 기다리고 2022년에 하고 싶은 일들이 쭉쭉 생각난다.


반려견이 나에게 오면서 포르투갈에서의 리얼 라이프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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