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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Feb 26. 2024

체력의 한계를 느끼다


놀이터에 가면 두 아들이 놀아달라고 한다.

엄마는 여기서 천천히 걷고 있을 테니 너네끼리 놀라고 한다.

안된다고 한다. 엄마도 같이 해야 한단다. 

엄마도 혼자 천천히 걷고 싶을 때가 있으니 둘이 조금만 같이 놀고 있으면 같이 놀아주겠다고 이야기한다.

그제야 어쩔 수 없이 초반에 둘이 논다.

그러다 어느새 나에게 쪼르르 달려와서 이 놀이 저 놀이하자고 한다.

아이들이 나에게 요구하는 놀이는 보통 술래잡기, 숨바꼭질, 달리기 경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상어 놀이(이건 두 아들이 지어낸 놀이다. 큰 미끄럼틀에서 술래인 상어가 나머지 사람을 잡는 놀이인데, 상어는 미끄럼틀에 올라갈 수 없기에,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다 잡아야 한다. 위에 있을 수 있는 제한시간은 2분), 자기들 킥보드, 자전거 타고 가면 내가 따라가기 등... 


처음엔 공평하게 논다. 그러다 어느새 둘이 편을 먹는 것이 느껴진다.

분명 술래는 한 명인데 첫째가 술래가 되면 둘째가 "형, 나도 같이 술래 할게! 우리 엄마 잡자!" 이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는 둘이 나에게 한꺼번에 달려든다. 

아... 무섭다. 이리저리 피해 보지만 어느새 체력이 달려서 잡힌다.

억울하다. 게임의 규칙을 자기들 마음대로 정하고는 나는 거기에 따라야만 한다.

이러다 보니 어떨 때는 두 아들이 움직이고 뛰는 것보다 내 활동량이 훨씬 많다.

내가 헉헉거리면 두 아들은 얘기한다. 

"엄마, 이렇게 체력이 약해서 되겠어?"

"아니, 내가 지금 많이 뛰었으니까 그렇지."

"운동 더 해야겠네. ㅎㅎ"


https://pin.it/6 gdkxetKp



20, 30대 초반엔 운동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체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등산도 하고, 마라톤도 하고 할 정도는 되었으니까.

그런데 30대 중반이 되면서 체력의 한계가 조금씩 느껴졌다.

근력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이전까지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체중이 조금씩 불어나면서 몸이 둔해짐을 느꼈다.

안 되겠다 싶어 헬스장도 다니고, 스쾃도 하고, 근력운동도 나름대로 해서 그나마 체력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 체력이 한꺼번에 무너진 시기가 있었으니, 두 아들 낳고 난 이후다.

첫째 출산 이후에는 그래도 좀 괜찮았다. 뭐, 그 당시 남편과 둘이 엄청 먹으면서 살은 많이 빠지지 않았지만.

그런데 둘째 출산 이후에는 체중이 빠지지 않으니 몸은 둔해지고 힘은 떨어지고, 자존감은 떨어지고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체중관리를 하자 마음먹고 야식부터 끊었다. 두 아들 재워놓고 밤에 1시간 정도 스트레칭도 매일 했다.

식사량도 조금씩 줄였더니 4개월 만에 예전 몸무게로 돌아가면서 몸이 가벼워졌다.

그런데, 방심했다.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착각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망각한 거다. 다시 스멀스멀 내게 찾아오는 살을 보며 그냥 내버려 뒀다.

체중계를 멀리하면서 이 정도는 괜찮지 혼자 위안을 삼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건강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으면서 내가 지금 내 몸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아들이 자라면서 놀아줘야 하는 일도 많은데, 몸이 무거우니 힘들었다.

두 아들은 왜 자꾸 나에게 뛰는 것을 시키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이들 어렸을 때는 꽤 빠른 속도로 뛰었다. 두 아들이 날 잡지 못할 만큼.

한 번씩 져주기도 했기에 아직은 괜찮네 혼자 속으로 생각했지만,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지 않나.

예전 같은 스피드와 민첩성이 나오지 않았다.

1년 4개월 전부터 매일 체중을 재면서 간헐적 식단을 시작하고 식사량을 조절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걷기 운동을 제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체중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몸이 가벼워졌다. 

지금은 체중이 조금 왔다 갔다 하는데 아이들 방학이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혼자 핑계를 대본다. 


걷는 것은 괜찮은데, 달리거나 하는 것은 이제 조금 힘들다. 그래도 뛸 수 있다.

그런데 두 아들이 훌쩍 자라서 나를 따라잡는다. 예전엔 내가 일부러 잡혀줬는데 이젠 그냥 잡히는 거다.

나는 체력이 떨어지는데 두 아들은 체력이 갈수록 좋아진다.

둘째 아들은 타고난 운동신경이 있어서 원래 빨리 달렸는데, 조금 느리게 달렸던 첫째도 빨라졌다.

"엄마, 내가 예전보다 좀 빨라졌지?" 라면서 나를 잡으러 뛰어온다.

잡히지 않으려고 뛰지만 어느새 잡힌다. 내 체력은 왜 갈수록 안 좋아지는 것인가?

근력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근력운동 재미없어서 안 했는데, 이제 시작해야 하나.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건강을 잘 챙기고 싶은데 귀차니즘이 문제다.

이 귀찮음을 떼어버리고 움직여야 할 텐데.


핸드폰 배터리처럼 내 체력도 충전하면 금세 기운이 쌩쌩 나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로 이런 것이 나온다 해도 내 몸을 직접 움직이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통해 상쾌함을 느낄 것을 뻔히 아는데도 그런다.

아이들 방학 동안 덕지덕지 붙어버린 이 귀찮음, 하기 싫음을 조금씩 떼어내야 할 텐데.

아이들과 억지로라도 밖에 나가려고 노력하는데, 그것마저 싫을 때가 있으니 문제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노력해야겠지.

안다. 안다. 아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행동해야 한다. 그것도 안다. 행동하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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