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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Feb 08. 2024

"엄마 숨 쉬는지 확인 좀 해야겠어."



"엄마 숨은 쉬고 있는 거야? 가서 엄마 숨 쉬는지 확인 좀 해야겠어."

"엄마 저러다 꼴까닥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심폐소생술 해야 할 수도 있어. 심폐소생술은 어떻게 하는지 알아?"

며칠 전 일요일 두 아들의 대화 내용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아이들은 이런 대화를 했던 것일까? 


여느 일요일과 비슷한 며칠 전 일이었다.

주말에 일하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싸기 때문에 일요일 오전은 조금 바쁘다.

이날의 도시락 메뉴는 '냉이 김밥'. 뭐 특별한 것이 없을까 찾아보다 발견한 것이었다.

냉이는 향과 맛도 좋은데, 냉이 자체가 봄을 불러오는 느낌이 있어 설렘 또한 주는 것 같아서 선택했다.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밥을 먼저 밥솥에 안친 다음, 냉이를 다듬었다. 

보기에는 양이 적어 보였는데 눌려 있어서 그랬나 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냉이 손질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손질한 냉이를 깨끗이 씻은 후 끓는 물에 잠깐 데쳤다.

데친 냉이는 찬물에 담갔다가 꺼내어 물기를 짜고 잘게 썰어서 소금, 들기름 간을 해서 준비해 두었다.

그 사이 밥이 다 되어 밥에 소금, 들기름, 참깨를 넣어 간을 하고, 양념해 놓은 냉이까지 섞었다.

이후 당근, 달걀지단, 햄까지 볶은 후에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보통 김밥을 싸면 재료를 많이 넣는데 냉이향이 사라질까 봐 조금만 넣은 것 같아서 그대로 했다)

남편, 아이들 아침 챙겨주면서 총 10줄가량을 쌌다.


남편에게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잠깐 생각한 후에 '건강한 맛'이라고 했다.

음... 그렇게 맛있지는 않나 보다 생각했다. 아침이라 입이 꺼끌거렸을 수도 있고, 금방 잠에서 깨서 비몽사몽인 상태로 먹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첫째 아들은 자연의 향이 느껴진다며 좋아했지만, 하나 먹어보고는 자기 입맛은 아니라고 한다. 

까다로운 녀석... 둘째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다. 둘째는 엄청 맛있다며 계속 먹는다.

혼자 두 줄 넘게 먹으면서 나에게 얘기한다.

"엄마, 냉이 김밥 너무 맛있어. 근데 엄마 이건 꼭꼭 씹어먹어야 해."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잘 먹어주니 고맙다. 

(남편은 도시락으로 싸준 냉이김밥은 다 먹고 맛있었다고 이야기해 줬다.)


남편 출근시키고 설거지하고, 빨래를 세탁기에게 맡긴 후 기운이 쭉 빠졌다.

소파에 기대서 조금은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아이들에게 오늘만 점심을 라면으로 먹자고 했다.

밀가루를 많이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너무 힘든 날엔 어쩔 수 없다.

야채를 듬뿍 넣어서 물과 수프를 넣고 끓이면서 남은 냉이 김밥 3개가 있길래 먹었다. 

냉이를 조금 더 잘게 썰었어야 했나 보다 생각하며 우물우물 씹으며 물을 끓이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아팠다.

일단 가스불을 끄고 화장실로 달려간 후 볼일을 보고 나왔는데도 배가 아팠다.

배만 아픈 것이 아니라 명치도 아프고, 식은땀도 나고,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고 힘들었다.

그래도 아이들 점심은 챙겨줘야 했기에 부랴부랴 챙겨주고 소화제 한 알을 먹었다.

아무래도 급체 같았기에. 

반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해서 남편에게 김밥 먹을 때 꼭꼭 씹어서 먹으라는 말까지 전하고는 소파에 누웠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아파서 조금 누워있을 테니 다 먹으면 싱크대에 담가 놓으라고 했다.



https://pin.it/4 Ej2 F0 DPZ



그러고는 축 쳐져서 눈을 감고 누워 있는데,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첫째 아들이 둘째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엄마 숨은 쉬고 있는 거야? 가서 엄마 숨 쉬는지 확인 좀 해야겠어."

둘째는 이 상황이 그냥 즐거운 해프닝 정도로 생각되는 모양이다. "엄마 저러다 꼴까닥 하는 거 아니야?"

첫째 기겁하며, "야, 그런 말 하지 마. 무섭잖아. 그런 말하면 안 돼. 엄마한테 가보자."

밥을 먹다 말고 나에게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 숨 쉬고 있어."

그제야 첫째, "아, 다행이다. 엄마 숨 쉬고 있네. 근데 너 심폐소생술 어떻게 하는지 알아? 심폐소생술 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알고 있어야 해. 아. 그리고 엄마 핸드폰은 어떻게 하는지 알아? 연락은 어떻게 해야 하지? 아! 엄마 핸드폰 지문으로 하는 거지?"

둘째는 "형, 내가 엄마 엉덩이에 심폐소생술 하고 올게." 하면서 내 엉덩이를 쑤신다.

아... 그냥 좀 내버려 두면 좋겠구먼. 

첫째는 엄마 숨 쉬는지 확인한다며 계속 오고, 둘째는 그런 형을 따라서 쫄래쫄래 오고.

속으로 생각한다. '내가 조금 아파서 누워있는 것으로 둘이 소설을 쓰고 있구나. 그래도 아이들에게 비상 연락하는 방법을 알려줘야겠구나.' 

아직 핸드폰이 없는 아이들이기에 어떻게 잠금 해제를 하는지,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것은 알려줘야겠다 싶었다. 


아이들 밥 다 먹은 것 정리만 해놓고 방에 가서 이불을 폭 덮고 좀 자겠다고 말했다.

둘째는 "엄마 일어나서 나랑 같이 놀아줘."라고 이야기하는데, 첫째는 "안돼. 아플 때는 약 먹고 푹 자야 해. 나도 예전에 아팠을 때 약 먹고 푹 자고 나서 괜찮아졌어."라고 이야기한다.

둘이 거실, 욕실을 누비면서 노는 소리가 들린다. 잠들었다 깼다 반복하다 어느새 곤히 잠이 들었다.

그래도 놀다가도 엄마 숨 쉬는지, 괜찮은지 두 아들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두 아들이 많이 컸다는 것도 느껴지지만, 아직 많이 어리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중간에 남편도 괜찮냐고 전화를 했다. 약 먹고 지금 누워있다고 얘기하고는 아이들 이야기를 해줬다.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다행히 자고 일어났더니 컨디션이 훨씬 괜찮아졌다.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더니 두 아들이 "엄마, 이제야 괜찮아졌나 보네. 다행이다." 말한다.


이 하루를 겪으면서 무엇보다 내가 건강해야 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나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가족을 위해서도 건강해야겠구나 다짐했다.

남편도 항상 내가 아프면 집이 마비된다며 건강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정말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고 운동도 꾸준히 하기로!

무엇보다 천천히 꼭꼭 씹어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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