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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un 29. 2024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이야기하고 싶다...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특히 화를 낼만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사람.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고 마음속으로는 연습해 보지만 실전에서 번번이 무너진다.

무엇보다 감정이 이성을 앞도 한다.

상대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화를 내면 덩달아 화를 내거나 너무 어이없음에 할 말을 잃고 버벅거린다. 그러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면 눈물이 흐른다. 

아... 이 눈물은 눈치도 없이 이럴 때 흐르다니... 괜히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창피하고 싫다.

화가 날 때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기분이 너무 좋을 때는 흥분해서, 슬플 때는 훌쩍대느라, 우울할 때는 다운된 감정에 제대로 된 말을 하지 못한다. 

이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왜 매번 그럴까?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본다.

20대 중반 혼자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살았던 부산집.

그곳에는 감정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한 사람이 있었다.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기분이 좋지 않거나 술을 마시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뾰족뾰족한 가시를 상대방에게 마구 찔러댔다. 

그 가시에 찔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 건 항상 가족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아서 대꾸라도 하면 더 심한 가시로 찔러댔기에 언제부터인가 침묵을 선택했다.

꼭 필요한 말만 했기에 이런 내 모습을 오해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당시 타인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방법을 제대로 몰랐고 내 못난 모습을 들킬까 봐 자제했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발표할 때를 제외하고는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았고, 친한 친구들 아니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말하지 않았다. 그 어색함이 숨 막히게 싫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듣는 쪽을 자처했다.

가끔 필터를 거치지 않고 나온 말로 이불킥을 하면서 두고두고 후회한 적도 있었기에 더 말을 아꼈다.


당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내가 아직 어려서 생각하는 만큼 말을 잘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면 조금씩 나아질 거야.'

그런데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동안 말을 많이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전혀 몰랐다.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맴도는데 말로 하려고 하면 버벅대기 일쑤였다.

그런 경험이 계속되면서 '나는 원래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인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 발표할 때, 직장에서 PPT 발표할 때 꽤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경험을 떠올리면 준비가 된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마 내가 나를 하나의 틀에 가둬놓고 다른 가능성은 배제했을 수도 있다.


https://pin.it/5 DxkKweii


들을 기회가 많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말하는지 가만 들어본다.

다들 어떻게 저렇게 말을 잘하는지 놀랄 때가 많다.

특히 타인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 교육자, 강사가 역시 말을 잘했다.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웃으면서 조곤조곤... 우와!! 내가 본받고 싶은 모습이다!! 생각한다.

이제는 안다. 뭐든 노력하지 않으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예전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만 보고 그들이 노력한 과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거였다. 

말이 많은 사람들은 많은 말을 함으로써 연습했고, 말을 잘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공부해 가며 배웠다. 

이 사실을 이 나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나를 생각해 보면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여기며 말 연습을 하지 않았다.

직장 생활할 때는 여러 사람에 둘러싸여 있어서 말을 그나마 하고 지냈는데...

두 아들을 키우면서 직장까지 퇴사한 지금 만나는 사람이 한정적이다.

남편과 두 아들을 제외하면 가끔 만나는 아이들 친구 엄마와 아주 가끔 만나는 친구들 뿐이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 이게 뭐지? 앞뒤가 엉망인데?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머릿속으로 정리가 안된 이야기가 튀어나올 때 특히 뒤죽박죽임을 느낀다. 

그래도 북클럽을 통해 조금씩 말하는 연습할 기회가 있었다.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주어지면 미리 정리해 둔 것이 있으면 그대로 읽고, 그렇지 않으면 즉석에서 이야기한다.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조금은 두서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 그래서 아쉬움이 남을 때가 있다.


말을 꼭 잘해야만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면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혼잣말이라도 해봐야 말하는 것이 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거나 내가 쓴 글을 읽을 때 소리 내서 읽어본다.

논리적으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정에 휩쓸려서 말이 흐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침표까지 말로써 제대로 마치고 싶다.

무엇보다 따스한 감정을 담아 말로 건네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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