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유치원생인 두 아들은 말이 많다.
하루종일 어쩜 그리 재잘거리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초반에는 리액션을 해주며 잘 들어준다. 그런데 아이들의 말이 끝이 없다.
내 집중력의 한계를 넘어서면 아이들의 이야기가 먼 곳에서 들리는 것처럼 조금씩 흐릿해진다.
내 귀가 살기 위해 한 귀로 흘려듣기 시작한 것이다.
이 타이밍에 호응해줘야겠다 싶으면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렇구나."라며 말하는 것으로 듣고 있다는 것을 알린다.
보통 잘 넘어가는데 두 아들이 질문할 때가 있다. 난감하다.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지만 어쩔 수 없다. 핑계를 댄다. 잘 못 들었으니 다시 말해달라고.
아니면 엄마가 지금 너무 피곤해서 네 말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으니 나중에 얘기하라고 한다.
뭐... 내가 그렇게 얘기해도 자기들 할 말이 있으면 한다.
한 명씩 이야기하면 그래도 조금 괜찮은데, 둘이 한꺼번에 이야기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내 머리가 어질어질하면서 지끈거린다.
도저히 무슨 이야기인 줄도 모르겠고 내 귀는 고통을 호소한다.
제발 한 사람씩 이야기하라고 하는데, 그러는 것 같다가도 어느새 둘이 한꺼번에 이야기한다.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면서.
순서를 정해줘야 조금 기다린다. 뭐,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는 밥 먹을 때도 끝이 없다.
밥 먹을 때는 이야기를 해도 조금만 하면서 먹고 싶은데, 보통 때처럼 말하려고 한다.
밥을 먹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으면서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헷갈린다.
음식을 먹는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먹고 있는 것인지.
체할 것 같다. 그제야 말한다.
"제발 우리 1분만 조용히 해보자. 밥 먹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어."
두 아들, 1분이면 얼마 안 되는 시간 아니냐며 타이머로 1분을 맞추라고 한다.
그 정도는 아주 쉽다는 듯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두 아들은 밥 먹는데 집중한다.
그런데, "엄마, 얼마나 지났어?"라며 말을 한다.
이런... 이제 20초 지났는데...
"20초 지났는데? 1분 되려면 아직 멀었어. 못하겠어?"
그러면 승부욕이 발동하는지 할 수 있다며 다시 재달라고 한다.
그런데... 30초 정도 지났는데 자기도 모르게 "엄마"를 부른다.
자기도 뜨끔했는지 "얼마나 지났어?" 물어본다.
"아직 30초밖에 안 됐는데?"라고 말하면 다시 하라고 한다.
그렇게 세 번 정도 시도해야 겨우 1분 동안 말하지 않기에 성공한다.
"봐, 우리도 1분 동안 말 안 할 수 있잖아!"라며 다시 재잘거리기 시작한다.
그래... 1분 동안 말 하지 않는 것이 너희에겐 정말 대단한 일이구나! 느낀다.
예전에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주느라 내 몸이 힘들었던지 이제는 적당히 듣고 흘리는 경지에 이르렀다.
가끔 '엄마'라는 이야기가 들려 "왜?"라고 물으면 자기네끼리 노는 것이었다며 상관하지 말라고 한다.
그제야 아이들의 모든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구나 느낀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나에게 쪼르르 달려와 말을 하니까.
가끔 집안일을 하다 두 아들이 하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여본다.
둘은 웃으면서 얘기를 하는데 나는 도대체 어디가 웃음 포인트인지 모르겠다.
가끔 남편 얼굴을 보면 남편도 나와 같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만의 세계가 있나 보다.
남편과 둘이 마주 보며 씩 웃는다.
어차피 조금 지나면 두 아들이 우리를 부를 것을 잘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