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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un 20. 2024

잠깐 멈춤

무언가 해보겠다는 다짐을 한다.

실행에 옮기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어쨌든 시작한다.

나의 현 위치를 제대로 모르지만 그래도 어떤 목표를 정한다.

내가 목표한 것에 이르기까지 노력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목표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생각만큼 잘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내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그때마다 좌절하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내려간다.

고민한다.

그만할까? 그래도 계속해볼까?

밑바닥에 있던 감정을 겨우 추슬러 계속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이게 맞나 싶은 의문이 계속 든다.

몸은 몸대로 지치고, 마음은 상처로 구멍이 송송 뚫리고 있다.


그제야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싶어 했는지 생각해 본다.

이 방향이 맞는지 고민해 본다.

혼자 꽁꽁 싸매는 게 힘들어 남편에게도 이야기를 해본다.

그제야 잠깐 멈추기로 한다.


https://pin.it/rkC9 KUcor



최근 잠깐 멈춘 것은 수영이다.

갑자기 수영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자유형 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2회 새벽마다 갔다.

애초에 물을 무서워해서 물에 몸을 담그는 것도 쉽지 않았던 나로서는 커다란 도전이었다.

초반엔 어떻게든 하려고 했다. 뜨지 않는 몸을 직시하며 몸에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나 혼자 뒤처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실력이 늘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만큼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으니까.

자유수영을 한번 갔다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란 생각에 가지 못했다.

왕초보들이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수영장이라 모두 쌩 나가는데 혼자 물에 뜨는 연습을 할 수 없었다.

구석에서 좀 하려고 하면 다른 분들 진로에 방해가 되었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한 달은 괜찮았는데 두 달째 접어들자 감기에 걸려 2주를 빠졌더니 갑자기 물이 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아직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데 강사님은 진도를 조금 나가보자고 하셨다.

뭐, 될 리가 없다. 그 무게감이 나에게 덧씌워진 것 같다.

스트레스로 피부에 트러블도 생기고 수영 갔다 올 때마다 힘이 쫙쫙 빠졌다.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공포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남편이 예전에 다녔던 수영장은 왕초보를 위한 라인이 따로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물속에서 걷고 호흡 연습하고 물에 뜨는 연습하고 그랬다고.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왕초보를 위한 라인이 따로 있는 곳이 아니면 힘들 거라고 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음을.

억지로 어떻게든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차근차근해서 하나씩 쌓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을 뛰어넘다 보니 힘들었던 거다.

그래서 잠깐 멈추기로 했다.

잠깐 멈추고 방향을 틀어보려고 한다.


수영을 잠깐 멈추면서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인생을 살면서 다짐하고 시작했지만, 중간에 멈춘 것이 꽤 될 것이다.

일시 정지 상태에서 다시 재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계속 멈춘 상태로 남아있는 것도 있다.

내 삶에 어떤 흔적이라도 남겼으니 괜찮은 것일까?

끝까지 가보지 못했으니 아쉬운 마음을 한가득 안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을 테니.

내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내가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어떻게든 하게 되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잠깐 멈춘 시간 동안 어떤 것으로 채워 넣을지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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