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린 발걸음 Apr 17. 2024

아들의 노래방 사랑



두 아들과 올해 2월 1일 처음 노래방에 갔다.

그날 눈썰매장에 갔다 집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집에 가는 길에 노래방 간판이 보이길래 남편이 "함께 가볼까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제야 남편이 원래 노래 부르는 것을 즐겼다는 것을 알았다.

출산 전에는 같이 몇 번 갔었는데,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 거의 가보지 않았다.

나는 노래방 가는 것을 즐기지는 않았기에 별 상관없었지만 가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작년에 아이들과 놀러 간 곳에 노래방 기기가 있어서 잠깐 경험했는데 아이들도 재밌어했기에.

둘째 아들은 가고 싶다고 하는데, 첫째 아들은 자기는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고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래도 다 같이 가보자고 하며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두 아들에게 노래방 경험해 주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두 아들이 알만한 노래들을 골랐다.

동요부터 두 아들이 학교나 유치원에서 들어봤던 가요까지.

첫째 아들은 학교 선생님이 좋아하셔서 들려주셨던 노래, 둘째 아들은 유치원 댄스 시간에 들었던 노래를.

집에서도 나에게 가끔 들려달라고 했기에 그 노래들 위주로 선곡했다.

대표적으로 이무진의 '신호등', 노라조의 '사이다', 싸이의 'that that'이었다.

이외는 아이들이 아는 동요로...

둘째 아들은 들어봤기에 어느 정도는 따라 부르지만 아직 한글을 다 알지 못해 가사를 제대로 모르니 막 그렇게 즐기지는 못했다.

한편, 처음에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하던 첫째 아들... 마이크를 잡고 놓지를 않는다.

거의 1시간을 혼자 다 불렀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이 불렀다.

게다가 엄청 신나 하면서... 목도 하나도 안 쉬고... 남편과 둘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1시간 넘었는데 사장님이 시간을 더 넣어주셔서 조금 더 부르고는 지쳐서 나왔다.


그 후 아이들이 집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며칠 전에 첫째 아들이 노래방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가면서 '개똥벌레'와 '오락실' 노래를 알게 된 이후 하루에도 몇 번씩 부른다.

노래방에서 실컷 부르라고 다 함께 노래방을 찾았다.

그런데 이 날 비가 와서 주차장이 있는 노래방을 찾으려니 잘 보이지 않았다.

한 곳에 겨우 들어갔는데 담배를 피우는 곳이라 아이들이 오기엔 그렇다며 맞은편에 코인 노래방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코인 노래방, 남편도 나도 처음 가봤다.

둘 다 처음에 잘 몰라서 천 원짜리 지폐를 있는 대로 넣었는데,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도 30분 정도 되는 시간이어서 두 아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했는데, 음... 신이 났다.

목청이 어찌나 크던지 귀가 아팠다. 그래도 엄청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덩달아 나도 신났다.

30분이면 될 것 같았지만, 첫째 아들 아직 멀었단다.

남편이 카드결제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카드로 1시간을 결제했다.

1시간 동안 노래를 다시 불렀다. 남편과 나는 2곡씩 부르고 다 아이들 차지.

첫째 아들은 '개똥벌레'만 3번 불렀는데, 처음엔 둘째와 같이 부르다 나머지 두 번은 혼자 부르겠다고 했다.

남편이 옆에서 코러스 넣어도 하지 말라고 정색해서 둘 다 가만히 노래만 감상했다.

실컷 부른 후 겨우 집에 돌아왔는데, 집에 와서도 노래방 타령이었다.



노래방에서 신난 두 아들



결국 이틀 후 다시 노래방에 갔다. 그땐 남편은 출근했기에 아이들 이모와 함께.

1시간 동안 첫째 아들의 독무대였다.

둘째는 처음엔 신나게 부르더니 피곤했던지 내 무릎에 기대어 잠들었다.

첫째 아들은 신나게 마이크를 거의 놓지 않고 재미있게 불렀다. 감정도 넣어가면서.

박자, 음정을 무시하고 편곡을 해가면서 하는데, 웃겨서 보면 본인은 엄청 진지하다.

노래를 이렇게 좋아하는 아이였나? 싶어 신기하다.

남편과 어머님은 노래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돌아가신 아버님도 노래를 좋아하셨단다.

남편에게 직접 노래를 가르쳐주실 정도로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 피를 그대로 이어받았는지 첫째도 그냥 좋은가보다. 잘 부른다고는 못하겠지만 자기 느낌대로 부른다.

1시간을 신나게 부르더니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한다.

아이들도 나름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노래방에 간 덕분에 처음 알게 된 노래가 있다.

첫째 아들이 부른 '내가 바라는 세상'.

가사를 듣는데 가슴이 찡했다. 아이들은 이런 세상을 바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특히 아래 가사 부분.

'어른들은 말해

아이다워야 (해요)

이것저것 모두

안 된다고 (해요)

그러면서 다른

친구와 비교 (해요)

나는 그럴 때

마다 우울해 (져요)

그대로 우릴 봐줘요 (Yes!)

우리들은 놀고 싶어요 (Yes!)

그래도 될 나이잖아요 (Yes!)

우리들을 아프게 (하지 말아요!)'


첫째가 진지하게 부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대로 봐줘야 하는데 다른 것들이 계속 끼어드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래도 괜찮지 않나? 생각하지만 가슴이 콕하고 찔리는 것을 보면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내 마음에서만 생각한다는 것이 겉으로 드러났을 수도 있고, 나도 모르게 얘기했을 수도 있고 말이다.


신나게 노래 부르고 와서 집에서도 '개똥벌레'를 부르는 첫째.

왜 그 노래가 좋은지 모르겠는데, 좋단다.

이후에도 2번 정도 노래방에 더 갔다. 그런데도 매일 부른다.

언제 또 노래방을 가자고 할지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두근두근 수영 입문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