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린 발걸음 Apr 13. 2024

두근두근 수영 입문기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의 수영 도전!

나는 물을 무서워한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왜 그런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믿고 살고 있었다.


어렸을 때 수영장이나 물놀이를 가본 적이 없다.

그러니 수영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 내가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수영을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수영복을 입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경험해보지 않은 것을 하는 것이 두려웠을 수도 있다.

워터파크를 가는 사람도 많았지만, 친구들은 그냥 바닷가나 계곡에 가는 것을 선호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발만 물에 잠깐 담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여겼으니까.


아마 물에 대한 공포증은 친구와 아는 언니와 함께 여행 가서 생긴 것 같다.

물놀이하는 곳이 있는 펜션에서 장난친다고 서로 물속에 넣었는데, 나는 그때 공포를 느꼈다.

발이 땅에 닿지 않으니 너무 무서웠다. 이래서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

그때부터 아마 나는 발이 땅에 닿지 않으면 무섭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그런 경험을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수영을 못해도 살아가는데 별 문제없었다.

수영장 말고도 갈 곳은 많았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두 아들이 태어나고 이제 초등학교 2학년, 유치원생이 되었다.

요즘엔 초등학교 때 생존수영을 한다고 들었다.

그전에 수영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수영을 할 줄 모르니까 가르쳐줄 수 없었다.

가족끼리 놀러 간 곳에 수영장이 있었는데, 엄마는 물을 무서워하니 아빠와 함께 하라고 했다.

남편도 수영을 배워본 적은 없단다. 혼자 영상을 보고 터득했단다.

그래서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 정도는 되었다.

그냥 그렇게 아이들이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3월 갑자기 수영을 배워볼까? 생각이 들었다.

북클럽을 하는 회원분 중 한 분이 수영을 하는데 너무 좋다고 이야기를 꽤 했었다. 그전까지는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관심이 생겼다.

아이들이 뭘 못한다고 하면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냐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얘기했는데 나는 도전해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좀 찔리기도 했다.

그리고 내 삶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 들어와야 할 것 같았다.

너무 무기력한 내 모습이 보기 싫었으니까.

그래서 집 근처에 수영 강습을 배울 수 있는 곳에 신청을 해봤다. 추첨제였으니까.

되면 다니고, 안되면 다음에 다시 도전하는 것으로!


당첨이 되었다! 초급반 화, 목 새벽반(6:00~6:50)으로.

오후, 저녁엔 아이들이 있어서 시간이 되지 않아서 새벽으로, 초반에 무리하지 않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으로.

4/2일 첫 강습이 있는 날. 새벽 5:30에 알람에 깼는데 미적거렸다.

갈까? vs 말까? 쓸데없는 고민을 하면서 7분 정도를 날렸다.

그러다 그냥 일어났다. 하기로 했으면 가야 한다! 시작해 보자! 했으니까 해보자 마음먹고 양치하고 준비하고 빠른 걸음으로 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씻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이 새벽에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배우기 위해 나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https://pin.it/JNH99 s5 GZ


완전 초보에다 물 공포증이 있는 나에게는 공포증을 이겨내고 자유형을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목표다.

나 말고도 4월에 초보 입문자가 4명이 더 있었다.

다른 초보분들은 예전에 배웠던 것에 이어 진도를 나갔고, 우리 다섯 명은 기초부터 배웠다.

음파(물속에서 숨 쉬는 방법), 발차기하는 방법을 20분 정도 연습한 후 강사님이 손을 잡고 몸을 일자로 쫙 펴서 물에 떠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해서 앞으로 조금 나갔다가 다리를 접어 일어나서 다시 입수하는 것을 하라고 하셨다. 내 앞에 세분은 바로 하시면서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나도 당연히 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는 가라앉았다.

엥? 왜 이러지? 당황했다. 강사님은 나는 따로 있게 하고 나머지 한 분을 앞으로 가게 한 후 나에게 다시 오셨다. 머리부터 들어가야 뜬다고 하시면서 물 공포증으로 쉽지 않은 것 같으니 천천히 해보자고 하셨다.


나는 따로 벽을 잡고 몸을 일자로 편 후 음파하는 연습, 킥판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천천히 뜨는 연습, 킥판을 다리에 힘을 줘서 꼭 잡고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연습을 했다.

강사님이 다른 곳으로 가셨을 때 킥판으로 연습 후 킥판을 제거 후 연습해 봤는데... 이런... 여전히 가라앉는다. 아, 그만둬야 하나? (아주 잠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아니, 왜 안 뜨지?

다시 킥판을 끼우고 연습하는데 알 것 같았다. 물이 무서우니 머리를 제대로 물에 넣지 않았던 것이다.

무거운 머리부터 물에 들어가야 다리가 올라가는데 그게 안되니 계속 가라앉는 거였다.

이것을 깨달았을 때 끝나는 시간이 되었다.

아... 같은 입문자 중 한 분과 잠깐 이야기를 했는데, 그분이 파이팅도 해 주시고, 다음번에도 나올 거죠? 라면서 응원해 주셨다.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온몸이 뻐근했다. 안 쓰던 근육을 쓴 데다 몸에 힘을 줘서 그런가 보다.


그 이후 3번 더 갔다. 여전히 나는 다른 분들에 비해 진도가 느리다. 네 번째 수업에서는 갑자기 물이 무서워서 킥판 잡고 입수하는 것도 겁이 났다.

당황스러웠다. 어째 처음보다 더 겁을 먹고 나가지 않는 거지? 선생님이 몸에 힘을 빼고 일자로 뜨는 것부터 같이 봐주셨다. 발장구 치는 것도 유튜브에서 보고 왔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하… 총체적 난국이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었다. 벽 잡고 몸 띄워서 발차기 연습을 한 후에 킥판 잡고 발차기를 아주 어설프게 했다. 그런데 연속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가다 쉬는 경우도 많고, 다른 입문자분들은 팔 돌리기를 나갔는데 나는 한참 멀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무슨 일이든 개인차가 있으니 말이다.

나보다 더 일찍 시작한 초급반 분들 중에서도 따로 연습하는 분들도 계신 것을 보니, 누구다 같은 속도를 낼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답답할지 모르겠지만,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영 영상도 조금씩 찾아봤는데 보는 것과 해보는 것은 차이가 많이 나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염두에 두면서 하려고 한다.


월, 수, 금 새벽에 자유수영을 다니면 실력이 지금보다는 늘 것 같지만, 혼자 하기엔 너무 무리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금요일 용기 내서 한번 가봤다!

음… 잘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 나 같은 완전 초보는 나뿐. 끝에서 벽을 잡고 연습을 하고 싶은데 다른 분들 진로에 방해가 되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킥판 잡고 발차기를 하는데 어느새 몸이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면 다리 모아서 일어나서 다시 도전하고… 쉬었다 다시 하고…

거의 40분 정도를 했는데 어려웠다. 호흡, 일자로 펴기, 발차기가 따로 노는 느낌??

하… 긴장해서 온몸에 힘이 들어가니 더 지쳤다.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 그게 왜 그리 어려운지… 나의 버벅거림을 본 한 분이 본인 초보적 생각이 나셨는지 호흡부터 다시 제대로 해야 한다고 알려 주셨다. 몸을 물속에 띄우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본인도 엄청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본인도 했으니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셨다. 감사했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자존감(?)은 좀 떨어졌다. 끝나고 집에 가는데 온몸이 쑤셨다.

두 아들이 나를 보더니 힘들어 보인다며, 왜 얼굴이 누렇게 떴냐고 물어본다. 내 몰골이 그래 보인다니… 내 심정이 얼굴에도 그대로 드러났나 보다. 그냥 좀 힘들어서 그랬다고 했다.


3개월 과정이니 3개월은 어떻게든 할 생각이다. 아이들에게도 한 말이 있으니 그만둘 수는 없다.

(그런데 가끔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른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 노력하지만…)

지금 아니면 다시 시도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아니면 포기해 버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사람들이 죽기 직전 가장 후회하는 것이 '해보지 않은 것'이라는 말을 듣고 해보려고 한다.

내 한계를 내가 정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지. (최근 내 한계를 스스로 제한했던 것 같다.)

비록 많이 느리더라도 말이다. 시간이 답이겠지. 자유수영도 열심히 다녀봐야겠다.

그래도 물 공포증이 조금은 사라진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발전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집에 올챙이가 왔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