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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Apr 08. 2024

우리 집에 올챙이가 왔습니다


며칠 전에 우리 집에 올챙이가 왔다.

물고기들이 사라진 후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두었던 수조를 다시 꺼내야 할 일이 생기다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냥 키우면 되지 않냐 생각하겠지만, 나는 생명을 키우는 것이 조심스럽다.

화분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기에 살아있는 것들은 더욱더.

그래서 혼자 살 때, 아이들이 어릴 때까지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키워본 적이 없다.


문제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첫째 아들이 다섯 살 때, 어린이집에서 제브라 다니오 1마리를 가지고 왔다.

그전에 새우를 한 마리 가져왔었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가만 뒀더니 죽었었다.

그때 많이 미안하기도 하고 나름 충격이어서 이번엔 잘 키워주리라 다짐했다.

조그만 어항, 수초, 먹이, 자갈, 여과기 등을 사서 나름 집도 만들어주었다.

한 마리만 있는 것이 외로워 보였던지 아이들 이모가 몇 마리를 더 샀다.

아이들이 몇 마리 늘어났다고 어항이 더러워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러면서 어항 청소하는 것이 힘들었다.

어찌 이런 일은 점점 내 일이 되어 버리는지...

물고기 잡는 것을 못해서 (그냥 뜰채로 하면 되는데 못하겠다...) 그것만 아이들에게 맡기고, 어항 속에 있는 것들을 모두 꺼내 씻고 하루 전에 받아놓은 물을 붓고... 이것을 일주일~이주일에 한 번씩 하니까 지쳐갔다.

남편에게 부탁하기도 했지만, 내가 하는 횟수가 훨씬 많았다.

아이들에게 하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려서 뭐라 하지도 못하고...


제브라 다니오가 몇 마리 죽고 2~3마리 남았을 때, 둘째 아들이 다섯 살이 되면서 금붕어를 두 마리 가져왔다.

헉... 이제 제브라 다니오와 이별하나 했는데 새로운 생명체가 다시 왔다.

그런데... 금붕어가 오더니 제브라 다니오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좀 있다 죽었다. 

(모든 생명의 죽음은 슬프다. 움직이고 않고 가만히 배를 뒤집고 있는 것을 보면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금붕어는 무럭무럭 잘 자라나 싶었는데,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명절에 시댁에 갔다 오니 혼자 밖을 탈출해서 말라 있었다. (너무 놀란 기억이...)

한 마리 혼자 쓸쓸히 지내고 있었는데 남편 친구분이 미꾸라지를 두 마리 주셨다. (추어탕집을 하신다.)

이런... 나는 절대 받지 말라고 했는데 남자들이 문제다. 자기들이 챙길 것도 아니면서...

미꾸라지가 오니 물이 더러워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금붕어는 미꾸라지 등쌀에 못 이겨 죽어버리고...

미꾸라지도 한 마리만 남고 모두 죽어버렸다. 마지막으로 통통해진 한 마리는 더 이상 키울 자신이 없어서 다시 추어탕집으로 보냈다. 그게 그 아이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나름의 위로를 하면서...

그러면서 물고기는 더 이상 못 키우겠다고 선언하며 수조를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놓았다.

(물고기 사진을 찍은 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찍어놓고 다 삭제해 버렸나? 모르겠다.)


그 외 집에서 키운 애들이 꽤 많다.

사슴벌레 애벌레를 둘째 친구 엄마한테 받아서 6~7개월을 키워서 성충으로 키웠다.

힘이 어찌나 세던지 위에 뚜껑을 닫아놓아도 탈출해서 꺅 소리를 지르며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집에서 며칠간 곤충젤리를 먹여 튼튼해진 사슴벌레들은 산에 올라가 참나무가 많은 곳에 놓아주었다.

자연 속에서 잘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잘 살라고 아이들과 함께 말하면서 말이다.

배추흰나비, 호랑나비 알도 데려와서 화분을 사서 먹여가며 나비로 태어난 아이들을 자연으로 보내줬다. 

얘들도 날개를 말리면 어디로 갈지 몰라 찾아다니느라 고생했다. 겨우 찾아 첫째 아들이 잠자리채로 나비를 잡고 통속에 넣어 공원에 꽃들이 있는 곳에 놓아줬다.

이렇게 잘 태어나서 자연으로 보내주면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론 이것도 사람의 욕심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레 든 생각이다.)


사슴벌레를 키워 자연으로 보내줌
나비를 키워서 자연으로 보내줌



이제 좀 그만하나 싶었는데, 첫째 아들이 작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방과 후 수업으로 생명과학을 선택하면서 다시 시작되었다. 소라게, 달팽이를 집에 가져온 것이다.

잘 자랐으면 좋았겠지만 소라게는 죽어 버렸고, 달팽이는 지금 은둔 중이다. 

가끔 얼굴을 내밀고 살아있음을 알려주곤 했는데, 지금은 계속 흙속에 있는 것 같아 좀 걱정스럽다.

(겨울잠을 충분히 잔다고 듣긴 했지만 지금은 봄인데 말이다.)

이렇게 많은 생명들이 거쳐가고 달팽이 한 마리 남았기에 이 아이라도 잘 키워주라고 얘기했다.

(첫째 아들에게 집에 데려오는 동물들은 이제 너네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해준 후 데려오고 있다.)


소라게의 모습



그런데... 며칠 전에 아이들 이모가 올챙이를 가져왔다.

하... 그것도 50마리 정도 되는 아이들을...

머리가 지끈거렸다. 

두 아들은 너무 기대된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쳐다본다.

내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구석에 치워놓은 수조를 다시 꺼내서 씻고는 물까지 받아 하루동안 놔두었다.

다음날 돌을 가져와선 깨끗하게 씻고 수조에 넣어준 후 올챙이들을 이사시켰다.



우리 집에 온 올챙이들



저 꼬물거리는 조그마한 생명체들이 우리 집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성체가 되면 어떻게 자연에 보내줘야 할 것인지? 나는 잡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두 아들은 자기들이 하면 된다며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말란다.

엄마는 이런 거 전혀 못 잡으니까 안 잡아도 된다면서...

하... 보고 있는데 마음이 심란하다.

어떻게 잘 키워야 할 것인가... 

아이들을 위해 이게 좋은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기왕 우리 집에 왔으니 잘 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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