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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Apr 23. 2024

아들의 꼬인 가방끈을 보며...

초등학교, 유치원에 가기 위해 두 아들이 가방을 멘다.

아... 오늘도 역시다.

한쪽 가방끈이 꼬여있다.

의문이 든다.

왜 이렇게 매번 가방끈을 꼰 채로 맬까? 

어깨 부근에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꼬인 가방끈을 바로 해주며 물어본다.

"가방끈이 거의 꼬여있는 것 같아. 안 불편해?"

두 아들, 나를 보며 왜 그런 질문을 하냐는 듯이 빤히 쳐다보며 대답한다.

"아니, 왜 불편해?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 그래? 엄마가 보기엔 불편해 보여서 그랬지."

역시... 아무렇지 않으니까 그냥 저러고 다니는 거겠지.


집에 돌아올 때 아이들 스스로 맨 가방끈을 쓱 쳐다본다.

아침과 똑같다.

거의 매번 꼬여있다. 신기하다!! 

아니, 아이들 입장에선 자기들이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은 것에 반응하는 내가 더 신기할까?

갑자기 혼동스럽다.



두 아들의 꼬인 가방끈



생각해 보면 나는 뭐든 꼬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직장 생활할 때 타 부서, 타기관과 통화할 일이 많았기에 유선 전화기가 한 대씩 있었다.

내가 사용한 전화기줄은 꼬인 적이 없다. 꼬일 일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내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그랬기에 누구나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자리를 비웠을 때 일을 대신 처리해 주러 자리에 갔다가 놀란 적이 있다.

유선 전화기줄이 꼬일 대로 꼬여 있었다.

무슨 꽈배기처럼 배배 꼬여서는 전화기줄에 생명이 있다면 숨이라도 제대로 쉬고 있나 염려스러울 정도였다.

저 상태로 전화를 받을 수는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이 전화기를 사용하면 꼬인 전화기줄에 이끌려 내 몸이 앞으로 쏠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후다닥 대신 일만 처리해 주고 내 자리로 왔다.

그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잠깐 쳐다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내 머릿속도 함께 꼬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집에서 사용하는 샤워기줄도 꼬인 상태로 놔두지 않는다.

사용하다 꼬였다 싶으면 바로 풀어버리니까.

전화기줄이야 그렇다 쳐도 샤워기는 각자 집에서 사용하는 것이니까 잘 펴서 사용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 사용하면 항상 꼬여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걸 풀 때도 있지만 내가 주로 사용하지 않는 샤워기라 그냥 놔둘 때도 있는데, 의문은 든다.

저것을 그냥 보고도 넘어가는 것이라면 저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일 텐데...

왜 유독 나 혼자 꼬인 것을 그냥 보고 넘어가지 못할까?


인간관계도 꼬인 것을 싫어한다. 

삼각관계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기에 그런 상황에 나를 놔두지 않았다.

그런데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사이가 안 좋아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양쪽 모두의 말을 들으면 서로의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에 어느 한편을 들지도 못한다.

둘 사이의 꼬인 실타래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 능력 부족인지, 당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시간이 흐른 후에 두 사람이 직접 이야기하고 풀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지금은 꼬인 인간관계를 겪을 일이 거의 없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여서 그런지 내 생각만 하지 않는다.

타인의 상황도 배려해 주고 내가 저 입장이라면 어떨까 공감도 해준다.

내 주변에 지금 좋은 사람이 존재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내 마음은 꼬일 때로 꼬인 적이 많다.

지금도 그런 나를 마주할 때가 있는데 '또 왜 그러니?' 물어봐도 묵묵부답이다.

이런 고집 환영하지 않는데, 왜 또 혼자 심술이 났는지 모르겠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왜 마음을 배배 꼬꼬 있는 것인지.

다행히 주변 사람의 도움(특히 남편)으로 여기저기 얽혀있던 꼬인 마음을 조금씩 풀고는 있는데...

너무 심하게 꼬여서 풀 시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있다.

이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너무 오랜 시간 묵혀둬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기 싫어 거리를 멀찍이 옮겨뒀다.

그래서 조금은 편안해진 것도 있지만, 가끔 꼬인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 때가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옹졸한 내 마음이 잔뜩 꼬여 있는 것이 보인다.

내 인생이고, 내 마음인데 왜 내가 나를 괴롭히고 있을까? 퍼뜩 정신이 든다.

그제야 꼬인 줄을 잡고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느슨해지다 보면 다 풀리지는 못해도 예쁜 매듭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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