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린 발걸음 Oct 14. 2024

좋은 사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좋은 사람이 좋다.

좋은 사람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사람마다 느껴지는 온도는 모두 다르다. 

같은 사람이라도 온도가 항상 똑같지는 않지만 기본으로 장착된 듯한 온도는 있는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것보다는 조금 더 높은 정도.

사람의 체온보다 조금은 더 따스하게 느껴지는 온도다.

그런 온도를 갖고 있는 사람은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포근함에 위로를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안은 품 안에서 그 따스함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스르르 풀린다.


이런 기준이 생긴 것은 30대 중반 이후부터다.

예전에는 솔직히 사람 보는 눈이 별로 없었다.

어렸을 때는 그냥 잘생긴 사람이 좋았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렇다고 그런 사람을 만나본 것은 아니다.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으니까.


한때 나쁜 남자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아마 미디어에 비친 나쁜 남자가 매력적으로 보여서 그랬나 보다.

나쁜 남자이지만, 나를 만나서 조금씩 변해가는 상상을 하면서 꿈을 꿨던 것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나도 잠깐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그건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됐다.

타인으로 인해 사람이 변하는 것은 정말 희박한 확률이라는 것을 살면서 깨달은 거다.

내가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나 자신도 변화하는 게 힘든데 말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쁜 남자의 매력이 하늘을 찌를 때도, 나는 별로였다.

왜 굳이 마음 아파하면서 그런 사람을 만나야 할까 싶었다.

전전긍긍하고 마음 졸이다 가끔 잘해주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자기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그 당시 내 인생의 소중함을 제대로 몰랐고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쓸 때였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나 보다.

얼마나 다행인지. 그러지 않았으면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뻔히 보이기에.


연인 사이에도 밀당이 필요하다는 말, 많이 들었다.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나? 

방법을 제대로 몰라 어설픈 자존심을 내세웠다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다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내게 맞는 사람은 굳이 뭘 더 하지 않아도, 뭘 빼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아닐까 싶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막연했기에 좋은 사람에 대한 기준을 나름 적고 그런 사람을 만나기를 바랐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지금, 내 주변 사람을 생각해 본다.

따스함이 느껴지는 좋은 사람이 많다. 감사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남편이다.

어둠 속을 헤매고 있을 때 나를 빛의 세계로 끌어올려 준 것이 남편이어서 그런 것 같다.

이전에는 별 목표 없이 그냥 되는대로 살았는데, 내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해 준 사람이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남편이 알려줬다.

따스한 마음이 느껴지는 따스한 말투와 항상 나를 존중해 주는 태도까지.

뭐, 나 놀리는 게 세상 제일 재밌다고 할 때는 조금 얄밉기도 하지만.


그런 남편을 보고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직 감정 기복도 많고 가끔 버럭대기도 하고 호르몬의 영향도 많이 받아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탈 때도 많지만, 이런 나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게 쉽지는 않지만... (원래 내 모습은 이런 게 아니야! 부정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안다.)

인정하고 나를 제대로 보는 것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싶다.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매번 다짐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pin.it/32 fvPHCP8













작가의 이전글 각자 방식으로 즐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