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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Sep 13. 2024

밤은 너무 무서워

세상이 깜깜하게 변하는 시간.

이제는 푹 자야 함을 알리는 시간.

지친 몸과 마음이 충전해야 함을 알리는 시간.

밤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두 아들과 밤 9시에 자러 들어간다.

물론 바로 잠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도 일정한 취침 시간을 정해주는 것이 좋고, 그때 들어가야 1시간 내에 잠들기에 되도록 그 시간에 맞춰 들어간다. 

두 아들은 밤이 와서 더 이상 놀지 못하는 게 아쉬운지 누워서도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역할놀이, 낮에 있었던 이야기, 읽은 책 내용을 한 명씩 번갈아가면서 이야기하기 등.

분명 자러 들어왔는데 떠들썩하다.

가끔 나에게도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면 아무렇게나 지어서 얘기해 준다.

아이들은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좋은가보다. 

한 번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계속 요구하면 이젠 조용히 하고 자자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두 아들이 매번 하는 이야기.

"엄마, 밤은 너무 무서워요."

환했던 공간이 어둠으로 물들면서 아이들은 두려운가 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야 하는 그 시간이 맘에 들지 않나 보다.

괜찮다며 꼭 안아주면 어느새 그런 말을 했냐는 듯 새근새근 잠든다.


지금 난 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남편과 두 아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혼자 살 때 밤이 무서웠던 적이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

떠들썩했던 낮이 지나고 조용한 밤이 되면 혼자라는 것이 더 크게 다가와서 그랬나 보다.

그 깜깜함 속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 같아 고독했나 보다.

그런데 가만 생각을 더듬어보면 무서웠던 적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무서운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본 후에 무서워했던 기억만 강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니.

이불속에서 눈만 빼꼼히 내놓은 채 가끔은 귀도 막고 덜덜 떨면서 왜 그렇게 봤을까.

공포 장르는 싫어했지만 가끔 추리는 봤던 것 같다.

다 보고 누우면 무서웠던 장면이 생각나면서 소름이 끼쳐 잠이 오지 않았다.

분명 아무도 없는 것을 아는데도 누군가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신경이 곤두섰다.

애써 재미있는 생각을 하려고 해도 어느새 그 장면이 나를 슬금슬금 덮쳐왔다.

어쩔 수 없이 팟캐스트를 켜놓고 시간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다.

그런 날은 푹 자지 못한다. 다음날 퀭한 상태로 일어났다.


두 아들이 태어난 후에 밤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밤이 되었으니 잠을 푹 자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힘들었다.

낮에 아무리 자도 밤에 제대로 자지 않으면 피로가 하루종일 따라다녔다.

통잠 한번 자보고 싶다는 소망을 정말 간절하게 바랬다.

두 아들이 9살, 7살이 된 지금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그래도 가끔 잠에서 깬 두 아들이 날 찾는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깨는데 대부분 바로 잠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다음날 찌뿌둥한 채로 일어나야 하는 것이 싫어서 이제 혼자 자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아직은 무서운 게 조금 더 크나보다.

조금만 더 같이 자겠다고 한다. 


어렸을 때 나도 밤이 무서웠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워낙 잠이 많은 나였기에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뭐라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 아이들은 밤이 되면 무섭구나! 인정해 주는 수밖에.

내가 두 아들과 남편 덕에 무서움을 느끼지 않듯이 두 아들도 엄마, 아빠의 존재만으로도 밤이 무섭지 않은 친구가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내가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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