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아들의 엄마다.
우리는 성별은 다르지만 똑같은 인류라는 종에 속해있다.
예전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핫했던 만큼 남녀가 다르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적용될 줄은 몰랐다.
나는 여자의 입장에서 두 아들을 대하고 있었다.
두 아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미루고 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어쩜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있죠? 닥쳐서 하면 심장이 쫄깃쫄깃해지고 불안해서 엄마는 더 못하겠던데."
아이들은 그게 뭐 그렇게 불안할 일이냐는 듯 나를 쳐다보며 여유롭게 말한다.
"엄마, 닥쳐서 하면 더 빨리 해서 괜찮아요."
어쩜. 저런 태평한 아이들을 봤나.
그냥 놔두면 될 텐데 혼자 불안해서 아이들을 다그쳤다.
하라고 말하는 자 vs 하지 않으려고 버티려는 자의 대결이 시작된다.
그 결과는 짜증 섞인 나의 반응에 억지로 하는 아이들이었다.
이런 일이 수시로 일어나다 보니 서로 지쳐 있었다.
육아도 처음이어서 버벅거리는데 나와 성별이 다른 남자아이들은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었다.
첫째가 다섯 살, 둘째가 세 살 정도였었나?
순하긴 하지만 내 말을 듣고 있는 게 맞나?라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집에서는 활발하지만 밖에서는 수줍어해 말도 제대로 못 하기도 하고.
육아 책을 보고 영상을 찾다 최민준 아들연구소 소장님을 알게 됐다.
(젊은 분인데 남자들의 마음, 엄마들의 반응과 마음까지 어쩜 그렇게 잘 아는지 지금도 매번 신기하다.)
남자에게 이야기할 때는 (남편도 마찬가지) 손으로 얼굴을 잡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나에게 집중하게 한 후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 소리를 잘 못 듣는다나.
처음엔 에이 설마 했다. 그런데 나 혼자 허공에 얘기하는 것을 몇 번 경험한 후 깨달았다.
아... 정말 이 아이들에게는 내 얘기가 들리지 않는 거였구나!
내 말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거구나!
이후에는 눈을 보고 얘기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항상 그럴 수는 없었지만.
시간이 좀 흘러 또 잊어버리고 있었다. 남자라는 아이들의 특성을.
그러다 여름 방학을 지나고 지쳐 있던 하루, 한 아들 엄마가 최민준 소장님의 얘기를 하는 거다.
그때 아! 다시 찾아봐야겠다 생각했다.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남자 애들이 숙제를 미리 하지 않는 것은 전혀 불안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불안한 것은 엄마이지 아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아들, 이거 몇 분 만에 할 수 있어?"
이렇게 접근하면 남자아이들은 승부욕이 발동해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스피드를 보여준다고 했다.
에이, 그렇게 단순할리가. 그래도 적용해 보기로 했다.
아침에 학교, 유치원 갈 준비할 때, 가기 직전까지 느긋하게 있던 두 아들에게 일단 적용해 봤다.
"양치하고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옷 정리하는데 몇 분이나 걸릴지 우리 한 번 시간을 재볼까요?"
두 아들, 일단 기다려보라고 한다. 그리고는 준비 태세를 갖춘 후 시작 버튼을 누르라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두 아들의 이런 스피드를 본 적이 없다.
옷을 저렇게 빨리 벗고 갈아입는 아이들이었나. 놀랍다.
다 하고 얼마나 걸렸는지 알려달라고 한다.
알려주고 "우와, 우리 아들들이 이렇게 빨리 할 줄 알았어요? 너무 놀랐어요!!" 말한다.
그러면 두 아들, 의기양양해하며 "그러니까 엄마, 우리를 무시하지 말라고요!" 한다.
무시한 적은 없지만, 좀 괜찮은데? 싶다.
그 후 아이들이 미적거리는 태도를 보이면 어김없이 시간을 재볼까? 얘기한다.
목욕할 때도 적용해봤다.
예전에는 7살인 둘째 아들은 아직 도와줘야 하기에 씻긴 후 첫째는 알아서 혼자 씻게 했다.
그런데, 첫째 아들, 세월아 네월아 목욕해서 답답할 때가 있었다.
이번엔 둘이 같이 목욕하면 얼마나 걸릴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두 아들 준비태세를 갖춘 후 시작을 외친다.
첫째가 자기 먼저 씻고 둘째를 씻겨주면서 후다닥 하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6분 대였는데 둘이 하는데도 4분 대까지 왔다.
(이렇게 빨리 씻으면 제대로 씻는 건지 궁금한데 제대로 씻기는 하는 것 같다.)
이럴 수가! 놀랐다. 이런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아이들이었다니.
둘째는 형이 씻겨준 게 고마워서 벗어놓은 옷가지와 수건은 자기가 정리한다.
둘이 조금 싸워서 기분이 안 좋아 보여도 내기, 시간 얘기를 하면 눈을 반짝이며 둘이 어느새 합심한다.
(아, 물론 서로 감정이 격해져서 목욕하다 눈물바람이 될 때가 한 번 있었다. 예전엔 괜찮더니 이젠 싸운 상태에서는 같이 하게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한다.)
모든 것에 시간을 재 달라고 해서 귀찮을 때도 있지만, 스스로 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다.
아이들에게 화를 낼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사이도 좋아진 것 같다.
(뭐 가끔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있긴 하다. 그땐 잠시 스톱하고 심호흡을 한 후 얘기하려고 한다.)
자기 전에 한 명씩 꼭 안아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조곤조곤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이게 얼마나 갈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잘 활용해야지.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원래 딸은 케어하는 거고 아들은 조련하는 거라서 그래요." 라며 웃는다.
오... 그런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겠지만 묘하게 인정하게 되는 말인 것 같다.
앞으로도 성별이 다른 두 아들, 남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종종 영상을 참고하면서 남자에 대해 알아가야겠다.